1세대 스트리트 캐주얼로 꼽히는 ‘스티그마’가 론칭 10주년을 기념해 오는 18일부터 내달 3일까지 갤러리 바이산코리아에서 스트리트 문화를 주제로 아트웍 기획전 ‘바토스 소사이어티전’을 연다.
‘바토스 소사이어티전’은 아트웍을 시그니처로 내세우는 스트리트 브랜드 중에서 보기 드물게 시도하는 전시회로 스트리트 문화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르는 문화적 이슈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주인공은 바로 글로벌 그래픽 아티스트 제이플로우(임동주)다. 그는 그래픽 아티스트이자 스트리트 브랜드 ‘스티그마’의 디자이너로 예술과 패션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인물이다. 매 시즌 새로운 아트웍을 선보이기 위해 밤낮으로 고민하는 덕에 ‘스티그마’는 10년 간 그래픽이 중복되는 아이템이 없다.
예술가이자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제이플로우를 만나 ‘스티그마’와 바토스 소사이어티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Q / 아티스트 또는 디자이너, 어떻게 불러야 하나?
‘스티그마’의 스타일과 그 안에 녹아있는 아트웍까지 전부 디자인하지만 그래피스트에 가깝다. 지금은 힙합 문화를 사랑해서 시작한 내 작품들이 세상에 나와 사람들에게 인정 받고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Q / ‘제이플로우’와 ‘스티그마’에 담긴 의미는?
군대 전역 후 바로 그래픽 아트를 시작했다. 그 당시 1세대 힙합 문화가 떠오르던 시절이다. 스웩 넘치는 닉네임을 짓고 싶어서 이름(임동주) 끝 글자에서 J를 땄고, 힙합 씬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 ‘플로우’를 붙여 ‘제이플로우’라고 지었다. 지금은 이름보다 제이플로우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스티그마’는 치욕, 오명, 불명예 등을 뜻하지만 로마 카톨릭에서 ‘성흔’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스트리트 문화 역시 성흔처럼 존중과 비판이 공존하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화에 기반해 클래식하면서도 강렬한 아이템을 선보이겠다는 의미다.
Q / 매번 새로운 아트웍을 선보이고 있다. 어디서 영감을 얻는가?
쉬는 날 밖에 돌아다니면서 여러 전시회를 찾아 다닌다. 특히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아티스트들의 전시회에서 영감을 얻는 경우가 많다. 항상 새로운 것을 창작해야 하다 보니 새로운 것을 보면서 영감을 얻는 것 같다.
Q / 예술을 패션으로 풀어내는 데에 적잖은 고뇌가 있을 것 같다.
지금 ‘스티그마’ 대표(정대산 대표)와 그저 ‘쿨’한 옷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기성 세대에 대한 저항 정신을 담은 스트리트 문화는 우리에게 정말 ‘쿨’ 그 자체였다. 그 생각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진다. 이 부분이 가장 고민이다.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베이직한 아이템이 매출을 이끌지만 우리는 매번 강렬한 아트웍이 우리들의 아이덴티티다. 때문에 매출을 견인하는 시그니처 아이템은 딱히 없다. 또한 시즌이 지난 아이템은 리오더를 하지 않는다. 시즌이 지난 아이템은 이미 한 물 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내부적으로 직원들과 매출과 멋 사이에서 매 시즌마다 갈등을 한다.
Q / 그래도 ‘스티그마’하면 떠오르는 아이템이 있지 않나?
2015년 개봉한 미국 힙합 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튼(Straight Outta Compton)’을 보고 영감을 받아 아트웍 ‘컴튼 베어’를 제작했었다. 이 아트웍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니 영화 공식 페이지에서 내 작품을 공유하고 ‘동양의 아티스트가 우리의 상징물을 잘 표현해줬다’라고 대외적으로 코멘트를 했다. 컴튼 베어는 곰돌이가 스냅백과 목걸이, 한 손에 ‘Fxxx You’ 비속어를 하고 있는 그림이다. 이를 티셔츠에 담아 선보인 컴튼 베어 티셔츠는 우리가 유일하게 리오더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아이덴티티는 매 시즌 새롭게 기획하는 창작물들이기 때문에 시그니처 아이템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Q / 10주년을 맞아 개최하는 ‘바토스 소사이어티’ 전시회의 주제는?
우리가 매 시즌 비슷한 아이템이 아닌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기획한 아트웍들을 통해 스트리트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고자 한다. 셀러브리티들의 패션으로 알려지며 스트리트 캐주얼이 유행에 따라 소비되는 경향이 강해졌지만 스트리트 문화는 고난 속에서도 꿋꿋이 버티며 발전해 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처음에는 그저 우리끼리 자축하는 의미로 준비했는데 알고 지내던 로얄독(심찬양), 미스터 두들(Mr. Doodle), 임지빈 작가 등 활발하게 활동 중인 아티스트들도 함께 해 더욱 풍성하게 준비했다. 많은 이들이 방문해 스트리트 문화를 우리 방식대로 풀어온 작품들을 보고 즐길 수 있길 바란다.
Q /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매 시즌마다 다른 아트웍이 담긴 아이템을 한정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소유의 가치를 보존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베이직 아이템을 만들더라도 허투루 만들면 안된다. 요즘에는 우리 제품을 기다리는 소비자들을 위해 퀄리티를 업그레이드하고 더 소통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만들어나가고 싶다. 또한 우리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을 말하기 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더 풀어내려고도 생각한다. 그만큼 받은 사랑은 소비자들에게 몇 배로 돌려주겠다.
바토스 소사이어티전에 선보일 제이플로우의 대표적 아트웍 |
‘스티그마’가 10주년 기념 스트리트 문화 전시회 ‘바토스 소사이어티전’을 개최한다. |
서재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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