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우수한 브랜드를 발굴하면서 신진 디자이너의 등용문 역할을 톡톡히 해 온 인디브랜드페어(IBF). 이제는 더 나아가 디자이너 브랜드의 글로벌화 꿈까지 지원하며 든든한 후원자를 자청하고 있다. IBF와 함께 세계 진출의 꿈을 이뤄나가는 디자이너들을 만나봤다.
'투미' 창립자 찰리 클리퍼드가 '엄지척'
'몬스터리퍼블릭' / 오민곤 팀장

"올해 미국 라스베가스 '캡슐쇼'를 시작으로 처음으로 해외 시장에 도전하게 됐어요. 긴장된 마음으로 부스를 지키고 있는데 어떤 백발의 신사가 다가와 가방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피더라고요. '미국 시장에서 가능성 있다'며 '홀세일가나 리테일가는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는 등 조언도 아끼지 않았고요. 미국 바이어들은 원래 이렇게 친절하나 싶어서 주변에 물어보니 아니라더군요. 그런데 알고보니 그 사람이 바로 '투미'의 창립자 찰리 클리퍼드였어요."
찰리 클리퍼드의 격려 덕분일까. '몬스터리퍼블릭'이 해외 진출을 결정하면서 여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오민곤 팀장이지만 지친 기색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몬스터리퍼블릭'은 지난해부터 인디브랜드페어에 참가하며 판로 확대를 도모해왔다. 아웃도어 가방의 실용성은 그대로 가져오되 트렌디한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을 더한 '몬스터리퍼블릭'은 현장에서 수많은 국내외 바이어들의 호평을 얻었고 우수 브랜드에 선정되기에 이르렀다.
덕분에 '몬스터리퍼블릭'은 글로벌 브랜드로의 꿈에 한발짝 다가설 수 있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패션협회의 지원을 받아 지난 2월에는 미국 라스베거스 캡슐쇼에 참가했고, 오는 10월에는 중국 상하이 CHIC, 11월에는 일본 패션월드도쿄에도 나갈 예정이다.
"특히 이번 CHIC에는 거는 기대가 커요. 인디브랜드페어나 캡슐에서도 중국 바이어들의 반응이 좋았던데다, 중국 출장 갈 때마다 현지인들이 제가 멘 '몬스터리퍼블릭' 가방을 보며 '어디 거'냐고 궁금해했거든요. CHIC가 중국 시장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올해는 '몬스터리퍼블릭'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시장을 확대한 해이기도 하다. 인디브랜드페어에서 만난 인연으로 백화점 팝업스토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에서는 반응이 좋아 행사 기간을 3 배로 늘렸으며, 엔씨 웨이브도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팝업스토어를 이어오고 있다.
"국내외의 더욱 많은 소비자들에게 '몬스터리퍼블릭'을 알리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좋은 품질과 디자인의 상품을 생산하고 발품도 열심히 팔아야겠죠. 앞으로 '몬스터리퍼블릭'이 성장해 나가는 모습 지켜봐주세요."


"'로안', 중국 사로잡으러 갑니다"
'로안' / 차재승 대표

"'로안'은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지난해에는 국내 '패션리테일페어'에 참가하고 지난 4월에는 중국 상하이 'CHIC'에도 나가봤죠. 그런데 CHIC에서 드는 생각이 이게 한 번 나와서 될 일이 아니란 거였어요. 지속적으로 참가해서 시장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에 맞춰 대처해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됐죠."
차재승 '로안' 대표가 결정을 내리고 보니 비용이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그러나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다행히도 지난 4월에 참가한 '인디브랜드페어'에서 우수 브랜드로 뽑히면서 CHIC 참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무래도 모피가 특수 아이템이다보니 희소성에 있어서 높게 평가해주신 것 같아요. 또 '로안'은 기존 모피 브랜드와 다르게 30대를 메인 타깃으로 삼으면서 영하고 트렌디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 점이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했고요."
'로안'은 모피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한 브랜드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선명하고 화려한 컬러들. 이번 시즌에도 그린, 옐로, 퍼플, 블루 등 강렬한 컬러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이같이 선명한 컬러감을 구현해내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다고.
디자인 또한 남다르다. 모피를 통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가죽, 니트 등으로 패치워크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원가 절감이라는 효과는 덤으로 주어졌다.
그래서일까.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에는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에서는 4일만에 2000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충청점에서는 한달에 8000~9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판매 기간을 6개월로 확대했다. 현재 대구백화점프라자에서도 팝업스토어를 열고 있으며, 오는 10월에는 현대백화점 본점, 무역점, 판교점에서도 판매를 할 예정이다.
"아무래도 일상에서도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아이템들을 제안한 것이 적중한 것 같아요. 올 F/W 시즌에는 클럽에서도 멋스럽게 입을 수 있는 와일드하면서도 펑키한 스타일을 선보여 본격적인 매출 매기에 나설 계획입니다."

"멘토링 덕분에 해외진출 자신감 붙었어요"
'까이에' / 김아영 디자이너

페미닌하고 엘레강스한 스타일을 선보이는 '까이에'. 이 브랜드는 김아영 디자이너가 지난 13년간의 프랑스 유학생활을 마치고 지난해8월 론칭한 브랜드다. 디자인에는 자신 있지만 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아직 생소할 터. 김 디자이너는 인디브랜드페어 육성 프로젝트의 일환인 '1:1 전문가 멘토링'의 덕에 한시름 덜게 됐다고 말한다.
"저희 사무실이 부산이라 거리가 꽤 있는데도 불구하고 직접 방문해 브랜드의 문제에 대해 진단해주셨어요. 가장 시급한 문제는 원가 절감이었는데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주셨죠. 또 CHIC 참가를 앞두고 샘플 공장을 소개받았고, 브랜드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도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까이에'는 그밖에도 한국패션협회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다. 지난 6월에는 코트라에서 주최하는 대한민국 소비재 수출대전에 참가했고, 중국 상하이 쇼룸도 제공 받았다. 오는 9월에 열리는 중국 상하이 CHIC 참가비를 지원 받는다.
"인디브랜드페어에서 좋은 바이어들을 만나 유통망도 확보했습니다. '위즈위드' '아트리아' '소울에프앤' '미셀라인' 등 온라인 채널에 입점했고요. 처음에는 '상품 가격이 높아 온라인 유통이 될까' 걱정했는데 '위즈위드'에서 예상 외의 좋은 매출을 올리며 가능성을 확인해볼 수 있었죠."
김 디자이너는 '까이에'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우선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미국 쇼룸 입점도 준비 중이다. 또 향후에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시장에도 도전하는 것이 김 디자이너의 바람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더해지는 옷, 내 딸에게도 물려주고 싶은 그런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지금은 국내외 페어와 패션쇼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확고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갖고 한 발 한 발 나아가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그 가치를 알아주시지 않을까요?"

"멘토링 덕분에 해외진출 자신감 붙었어요"
'까이에' / 김아영 디자이너
"국내에서는 인디브랜드페어, 중국에서는 CHIC에 꾸준히 참가하면서 차근차근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어요. CHIC는 지난 시즌 처음으로 참가했는데 컬러나 프린트가 화사해서인지 생각보다 많은 현지 바이어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더라고요. 지난번 눈도장을 콕 찍었으니 이번에는 계약까지 매듭지어 볼래요."
이다은 디자이너는 대학 재학 시절 대한민국패션대전에서 은상을 수상한 뒤 '블리다'를 론칭해서 선보이고 있다. '입을 수 있는 예술'이라는 브랜드 콘셉에 걸맞게 이 디자이너는 매 시즌 직접 예술 작품을 만든 뒤 관련 상징이나 이미지를 패션에 접목시키고 있다.
현재 준비 중인 2017 S/S 컬렉션도 마찬가지. 이 디자이너는 이 컬렉션을 위해 이카루스 상을 만들었다.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고 이를 향해 용기 있게 날아가는 모습,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을 하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모습을 컬렉션에 담아냈다. 날개를 연상시키는 디테일과 러프한 질감이 곳곳에 숨어 있다. 특히 이번 시즌 확대된 베이직 라인에서는 컬러의 톤을 낮추는 대신 소매와 등에는 날개를 연상시키는 하늘하늘한 프릴과 플라운스로 포인트를 줬다.
이러한 브랜드만의 스토리와 가치는 페어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론칭 후 5번 연속으로 인디브랜드페어에 참가하며 브랜드를 알렸고 유통망도 넓혔다. 지난 시즌부터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패션협회의 지원으로 CHIC에도 참가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서울패션위크에서 GN쇼도 선보일 예정이에요. 첫 데뷔 무대다 보니 신경써야할 것도 많고 걱정도 되지만 더 많은 소비자들과 만나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니 설레는 마음이 앞섭니다."

국내 유일의 펠트 모자, 글로벌 공략 준비 완료!
'화이트샌즈' / 황태연 대표
에이치티와이(대표 황태연)가 전개하는 국내 유일의 펠트 모자 전문 브랜드인 '화이트샌즈'. 남녀노소 누구나 착용할 수 있는 감각적인 디자인의 펠트 모자를 선보이고 있다.
|
미국 뉴멕시코에 위치한 화이트샌즈 국립공원이 가진 아름답고 깨끗한 감성을 담은 '화이트샌즈'는 심플하고 단순한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한다. 특히 호주에서 공수한 고급 울 원단은 물론 작은 버튼부터 바느질 선 하나까지 작은 디테일에 집중하는 모습으로 호평을 얻고 있다. 또한 이탈리아의 고급 가죽과 케스팅·신주를 소재로 한 스터드를 적용한 제품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기가 좋다. 처음으로 디자인된 'WS050' 'WS993' 라인은 미국에서 인기를 끌며 브랜드의 가능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대중적이지 않은 펠트 모자임에도 '화이트샌즈'는 좋은 반응을 얻으며 신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16가지 다채롭고 세련된 색감의 컬러로 출시된 '마카롱 시리즈'는 약 1만개 이상이 판매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황태연 대표는 '화이트샌즈'의 유통 전략을 온·오프라인으로 구분해 진행하고 있다. 먼저 오프라인은 에이치티와이의 셀렉트 숍 '올굿'을 통해 전개한다. '화이트샌즈'는 물론 함께 전개하고 있는 스냅백 브랜드 '플랫피티'와 '오피셜' '서프컬쳐'를 중심으로 힙합음악, 서핑, 바이크 등 서브 컬처를 베이스로 하는 다양한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는 셀렉트 숍으로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신세계백화점 강남·김해·의정부·부산 센텀시티점에서 만나볼 수 있는 '올굿'은 지난 9일 오픈한 신세계 스타필드 하남에도 입점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온라인은 '올굿' 온라인몰과 브랜드 단독 몰로 전개한다. 특히 올해 온라인에 집중한 결과 지난 6월부터는 온라인의 매출 비중이 40%까지 성장하는 성과를 가져왔다.
'화이트샌즈'는 '인디브랜드페어'는 물론 패션리테일페어, 중국 상하이 CHIC 등 다양한 국내외 전시회 참가를 통해 해외 진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인디브랜드페어'의 우수 브랜드로 선정돼 해외 페어 지원 사업의 수혜를 받아 CHIC에 참가하며 중국 진출의 초석을 다졌다. 이와 함께 올 하반기 개최되는 일본 최대 패션 전시회인 '패션월드도쿄'에도 지원 사업을 통해 참가하는 '화이트샌즈'는 햇 아이템의 인기가 높은 일본 시장에도 적극 노크한다는 계획이다.
황태연 대표는 "지난해 '인디브랜드페어'의 우수 브랜드로 선정되며 다양한 해외 페어에 참가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며 "특히 '패션월드도쿄'는 '화이트샌즈'의 햇 아이템의 가능성을 평가받을 수 있는 자리로 생각돼 더욱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까지 섭렵하는 블랙 스트리트의 대표 주자
'카네브로스' / 이은혁 대표

블랙 스트리트 콘셉의 '카네브로스'는 이은혁 대표의 13년 노하우를 담은 브랜드다. 그저 "옷이 좋아서" 패션 업계에 뛰어든 이 대표는 이제 중국 지사와 탄탄한 생산 기반을 갖춘 블랙 스트리트 패션의 새 강자로 떠올랐다.
지난 2014년 론칭한 '카네브로스'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블랙 스트리트 패션을 대중적으로 풀어낸다. 남성적인 무드가 강하지만 특이하게도 여성 고객의 비중이 무려 40%에 달한다. 레이어드 룩에 활용하기 좋은 오버핏의 제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또 지난해 겨울 시즌 출시한 항공점퍼는 4만 90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최상급의 퀄리티를 선보이며 초도 물량 4000장을 완판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 결과 티아라, 원더걸스, 하하, 김종국 등 연예인들이 즐겨 입으면서 스타들이 먼저 찾는 핫 브랜드로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 대표는 브랜드를 시작할 때부터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했다. 중국 광저우에 디자인실과 쇼룸까지 갖춘 중국 지사를 설립했고 꾸준히 해외 시장의 시장조사를 진행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방안을 찾았다.
론칭 2년차를 맞는 지금 그 결실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올 하반기 한국패션협회의 지원 사업을 통해 이뤄진 동남아 최대 패션전문 온라인 채널 잘로라에 입점을 진행해 동남아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건다. 내년 S/S 시즌부터 중국 매터스방웨이와 협약으로 이슈가 된 DFD와 함께 중국 시장을 확장하고 F/W 시즌은 중국 유명 남성복 브랜드 'JDV'와 콜래보가 예정돼 있다.
'카네브로스'는 국내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셀렉트숍 형태의 새로운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는 '에잇세컨즈'의 러브콜을 받아 올 10월 입점하게 된 것. 이 같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카네브로스'는 국내 소비자를 타깃으로 라인을 확장하는 한편, 고품질의 피그먼트 원단을 직접 직조하는 등 다방면으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해외 시장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물류 시스템을 체계화했고 브랜드 마케팅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태영 '카네브로스' 브랜드실장은 "패션협회의 브랜드 컨설팅 지원은 물론 브랜드 자체적으로도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며 "이번 인디브랜드페어를 통해 좋은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는 중국 바이어를 직접 만나 소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은시내 / 강경주 기자
cesn@fi.co.kr / kkj@fi.co.kr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