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명품은 럭셔리 브랜드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명품의 원래 의미는 장인의 손길이 담긴 마스터피스잖아요. 국내의 세계적인 제화기술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행복을 주는 완제품으로 가치를 전달하면 공장이 몰려있는 성수동도 이탈리아의 명품 거리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 중간 통로 역할을 ‘맨솔’이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합니다.”
찾아가는 맞춤 수제화 서비스 ‘맨솔(Mansole)’을 전개하는 박기범 대표는 ‘무크(mook)’ 재직 중 사내 벤처로 유아더디자이너를 설립했다. 이 후 2012년 스타트업 기업으로 독립해 단순히 낮은 가격이 아닌, 유통구조의 거품을 제거해 품질을 향상시킨 제품으로 보수적인 국내 제화업계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키겠다는 포부로 지난해 12월 ‘맨솔’을 론칭했다.
“정통 제화업계에서 근무해 보니 국내 제화 유통구조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매우 비합리적으로 구축되어 있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유통수수료와 관행적인 세일 행사 때문에 높은 가격이 책정되어 소비자는 원래보다 훨씬 비싼 값에 제품을 사지만 생산자는 제대로 성과를 누리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는 거죠. ‘맨솔’을 통해 소비자들이 ‘365일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첫번째 목표입니다.”
박 대표의 이러한 생각이 반영되어 ‘맨솔’은 방문 맞춤 수제화임에도 1켤레당 14만9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맞춤 제작으로 더 편안한, 백화점 못지 않은 품질의 신발을 백화점의 절반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30~40대 사무직 남성들에게 구두는 생필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들 고객층의 구매 포커스 또한 합리적인 가격과 편안한 사이즈로 명료한 편입니다. 없으면 안되고, 닳으면 마련해야 하는 필수품이지만 구매하러 가는 것은 귀찮아하는 고객들이 많습니다. 이 모든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켜주는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주효한 것 같습니다.”
게다가 구두를 제작하는 공장측 장인에게도 업계 평균보다 더 좋은 단가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결국 생산자측의 만족도 역시 높을 수밖에 없다. 이는 완성품의 퀄리티 향상으로 이어진다.
“어려운 국내 경기 여건에서도 구두 매출은 매년 10% 가량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왔습니다. 온라인의 소비자와 오프라인의 공급자를 잘 연결해준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시작한 ‘맨솔’을 발판으로, B2C를 넘어 한국의 제화 공장을 세계의 많은 제화 브랜드와 연결시켜주는 B2B 소싱무역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자체 공장이 없으면서도 생산자와 소비자의 중간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난 홍콩의 ‘리앤펑(Li&Fung)’ 같은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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