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 에이유커머스 대표 |
“이제 한·중·일이 하나의 시장으로 재편될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국경을 넘어서 비즈니스를 뜻한 크로스보더가 그 징조이지요. 그리고 이 단일화된 시장에서는 중국의 생산력을 기반으로 한 합리적인 가격과 한국 콘텐츠의 결합이 막강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입니다.”
‘락피쉬’ ‘레디’ ‘불박서’ 등의 브랜드로 국내 슈즈 홀세일 시장을 휘어잡은 김지훈 에이유커머스 대표, 그는 지난해 12월 돌연 엔터테인먼트사와의 MOU 체결을 발표하고 나섰다. 외도일까? 도전일까? 김 대표는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라고 말한다.
에이유커머스는 포도어즈 엔터테인먼트와 패션과 문화, 엔터테인먼트를 접목한 중국 시장의 공동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에이유커머스의 탄탄한 중국 기반 네트워크와 탁월한 영업력에 포도어즈의 엔터테인먼트 노하우와 홍보 마케팅력을 융합한 패션의 넥스트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번 업무협약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성공적인 중국 진출을 추진하는 ‘번드8’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김 대표는 이미 중국 시장은 가격 양극화가 심화되어 있는 상태이므로 어중간한 포지션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중국 생산을 적극 활용해 저렴한 가격을 제안하는 한편 한류와 같은 문화 콘텐츠로 차별화된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온라인 비즈니스에서 클릭은 매출과 직결되지요. 현재 중국에서는 높은 클릭수를 보장하는 것은 ‘타오바오’와 같은 거대 유통사뿐. 우리는 킬러 콘텐츠를 통해 이 장벽을 넘어설 계획입니다.”
◇ 중국 네트워킹을 바탕으로 시작한 사업
김 대표의 강점은 중국어와 중국 네트워킹에 강하다는 것이다. 중국대학을 재학 중이던 그는 중국 음원 공유 사이트를 운영하던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들어간다. 회사에 가능성이 많다고 판단해 대표를 설득, 한국 지사를 설립하기 위해 파견나왔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회사는 부도를 맞이하고 말았다. 뒤이어 시작한 일본 브랜드 수입 사업도 엔화 상승으로 인해 실패로 돌아갔다.
좌절은 있을지언정 포기는 몰랐다. 2009년 타오바오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마켓을 보며 ‘이렇게 싼 데 어떻게 수익을 남길까’ 싶었는데 타오바오는 그 가격보다도 1/3이 저렴했다. 당장 수소문을 통해 생산 공장들을 찾아간 그 앞에 나타난 건 의외로 젊은 사장들이었다. 이들은 바링허우 세대(80년대생)으로 가업을 물려받은 2세 오너들이다. 김 대표와는 나이가 비슷하 금세 친구가 됐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고민이 참 많더라고요. 공장은 가동되고 있지만 수입이 변변치 않은 거에요. 이들에게 돈 버는 구조를 만들어 주고 싶어 고민하다 시즌 아이템을 떠올렸죠.”
규모가 큰 공장의 경우 인건비가 높기 때문에 쉬지 않고 돌려야 이익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10월 초 발송을 하고 나면 비수기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김 대표는 이 시기를 노렸다. 공장 측에서도 하청 공장의 미니멈 때문에 남아도는 원부자재로 생산을 하다보니 없던 수익이 생기는 터라 서로 윈윈하는 셈이다. 에이유커머스는 그렇게 레인부츠, 모카신을 만들어 유통하며 성장했다.
◇ 글로벌 마켓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
에이유커머스는 글로벌 마켓을 공략하기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하고 있다. ‘번드 8’ 프로젝트를 위해 중국 여성 쇼핑몰 1위인 모구찌에 등에서 스폰서를 받아 서울컬렉션 참가 디자이너를 후원하고 있다. 자금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디자이너와 연예인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제작된 콘텐츠는 중국 시장에서 활용된다.
유통에 강한 중국 브랜드 ‘메터스방웨이’와는 생산 대행 계약을 맺었다. 메터스방웨이를 대신해 ‘제이쿠’ ‘참스’ ‘제이어퍼스트로피’ ‘노케제이’ ‘소잉바운더리’ 등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와의 조율 및 생산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올해 8월에는 서울 성수동에 사옥을 준공한다. 13층으로 이뤄진 이 공간에는 사무실을 비롯해 쇼룸, 엔터테인먼트, 모델 아카데미 등이 한 자리에 모여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향후 홍콩 증시에 상장도 할 계획입니다. 빠르면 1년 반에서 3년 정도 걸릴 거라 예상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 자금력이 확보된다면 번드8 프로젝트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겠지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가 세계 시장에서 제대로 성장하는 사례를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최은시내 기자
cesn@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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