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의 스마트 패션 제품은 무엇일까요? 1999~2000년도에 걸쳐 전시회를 통해 공개된 ‘리바이스’와 ‘필립스’의 콜래보레이션 아웃도어 재킷이랍니다. 당시 제품화는 되지 않았지만 아웃도어 재킷에 휴대전화 기능과 MP3 플레이어 기능이 장착된 획기적인 제품이었죠. 스마트 패션이 이제서야 서막을 알린 것처럼 보이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웨어러블 컴퓨터 분야의 연구가 꾸준히 선행되어 온 덕분에 지금의 결과까지 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디자이너 출신이자 국내 스마트웨어 전문가로 꼽히는 이주현 교수가 스마트 패션의 역사에 대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스마트 패션의 활성화는 스마트폰 같은 기기와 와이파이 등 통신의 발전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스마트 패션의 발전은 스마트폰 대중화 속도와 관련 깊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 때문에 스마트 패션의 대중화 속도 역시 앞으로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 스마트 패션의 연구는 오래 되었지만 알려질 기회가 많이 없었고, 최근에 와서야 대중과 업계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아직까지는 새로운 기술에 대해 신기해하는 수준인 것 같아요. 패션업계와 IT업계 간의 커뮤니케이션 갭이 바로 그 이유죠. 지금처럼 단순히 기능을 소개하는 수준에서 머문다면 소비자들의 기대감은 점점 떨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들이 기능을 신뢰할 수 있고 유용한지, 브랜드 이미지로써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다음 제너레이션 기술이 잘 마련돼 있는지에 따라 스마트 패션의 대중화 여부가 갈릴 것입니다.”
이 교수는 스마트웨어의 네 가지 기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기능에 따라 색을 내는 디지털 컬러링 기능, △심장 박동 수치를 나타내는 등의 생체신호 센싱 기능, △MP3 플레잉 기능(앞의 두 기능과는 달리 사용자가 조작할 수 있는 것으로 최근에는 게임웨어로 발전하고 있다.) △인체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이다. 스마트웨어의 가장 발전적인 분야로는 스포츠 시장과 실버 시장을 내다봤다.
“스마트 패션과 관련해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 쪽의 인프라가 잘 형성돼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섬유 분야에서는 국내에 기술력이 높은 업체들이 많아요. 쉽게 끊어지는 기존 광섬유의 단점을 보완한 기술은 물론 세련된 컬러를 내는 LED 기술들도 많이 개발돼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작은 기업들이고, 니즈를 가진 패션기업들은 옥석을 가릴 능력이 없기 때문에 잘 매치되지 않고 있어 개인적으로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 간극을 줄이려면 이 분야 교수진들이나 연구원들이 가교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겠죠.”
이 교수는 앞선 기술을 보유한 국내업체들이 기술력을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업계의 관심은 물론 정부의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 업체는 기술투자를 하다가 부채비율이 높아져 개발을 중단한 경우도 있어요. 정부에서는 말로만 ‘스마트 패션’을 키워야 한다고 할 게 아니라, 위원회를 꾸려 평가를 하고 투자를 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또 지금의 스마트 패션은 패션이 IT에 끌려간다는 느낌이 강한데 패션업계가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고 그 것을 찾아야 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스마트웨어의 발전을 위해서는 스마트웨어용 부자재도 함께 개발돼 같이 커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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