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겨울 패딩 시장에 ‘네이밍’ 열풍이 불고 있다.
올해 주요 패션 브랜드들이 겨울 주력 상품으로 내놓은 패딩·다운 아이템 가운데 브랜드 이름과 별도의 이름을 붙인 아이템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 연예인 PPL을 통해 해당 연예인의 이름을 직접 내세워 ‘OOO 패딩’으로 마케팅에 활용하던 것과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특히 일부 브랜드는 특정 아이템 TV CF를 내보내는 등 ‘브랜드’보다 ‘아이템’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올 겨울 TV CF를 통해 ‘헤스티아’ ‘플레어’ ‘안타티카’ ‘밴텀’ 4개 아이템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장동건과 탕웨이를 모델로 기용했으며 유러피언 구스 다운을 사용하고 기능성이 우수한 아이템의 전문성을 최대한 강조했다. 또 학생층에게도 어필하기 위해 인기 아이돌 그룹 ‘엑소(EXO)’와 3개월 단발 계약을 맺는 등 전방위 활동을 펼치고 있다.
‘빈폴아웃도어’ 역시 지난해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던 ‘도브’ 패딩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도브2’를 주력아이템으로 내세웠다. 면 터치 소재와 인조 퍼를 사용해 캐주얼한 스타일이 특징인 ‘도브2’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24만원 대)과 뛰어난 제품 완성도로 인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뿐만 아니라 캐주얼, 남성복 브랜드도 네이밍 패딩 경쟁에 가세했다.
남성복 ‘지오지아’ 역시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맥스다운’을 업그레이드 해 ‘맥스다운2’를 출시했으며 캐주얼 브랜드 ‘흄’은 ‘범퍼 다운’을 출시했다. 이밖에 상당수 브랜드들이 네이밍 패딩을 내놓고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업계는 최근 네이밍 상품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차별화 요소를 찾으려는 노력으로 보고 있다. 아이템의 경쟁력을 강화해 소비자들에게 전문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다운·패딩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차별화 요소로 부각시킬 수 있는 소재가 고갈돼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해외 유수의 브랜드들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시그니처 아이템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데서 착안해 국내 브랜드들도 아이템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해외 브랜드 가운데 ‘몽클레르’는 모카(Moka), 프라곤(Fragon) 등의 시그니처 아이템을 운영하고 있고 ‘캐나다구스’ 역시 익스페디션, 칠리왁 등 대표 모델이 매출을 주도하고 있다.
패딩·다운의 경우 방한 기능성과 원부자재, 디자인까지 여러 요소의 전문성이 소비자 구매에 주요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이러한 내용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마케팅이 전환하고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정 상품에 별도의 네이밍을 붙이기 위해서는 그만큼 공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상품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브랜드들도 해를 이어가며 아이템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시그니처 아이템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이런 과정들이 쌓여서 브랜드 헤리티지가 구축되는 만큼 카피에서 벗어나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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