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토요일 오전 11시. CJ오쇼핑은 디자이너 박정영의 라이더 재킷을 판매했다. 방송 20분만에 올린 매출은 약 4억원. 아직 대중적인 인지도를 갖추지 못한 신인 디자이너의 재킷(14만8000원)이 1분당 2000만원 꼴로 팔려 나간 셈이다. 주문량만 3000여 벌에 달한다.

이름도 생소한 신진 디자이너의 상품이 어떻게 홈쇼핑에서 대박을 터뜨릴 수 있었을까. 비밀은 CJ오쇼핑과 CJ E&M의 콘텐츠 비즈니스가 만든 시너지 효과에 있다.

박정영 디자이너는 지난해 11월 8부작으로 진행된 ‘온스타일(CJ미디어)’ 채널의 ‘솔드아웃’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솔드아웃은 ‘어젯밤 TV로 본 컬렉션을 오늘 숍에서 바로 구매한다면?’이란 타이틀을 앞세워 철저히 상업적인 가치가 높은 디자인을 선발했다.

CJ는 E&M을 통해 스타로 떠오른 박 디자이너와 그의 디자인을 ‘CJ오쇼핑’이란 자사 채널을 통해 판매했다. 제작 역시 디자이너와의 협업 브랜드를 통해 구축한 오쇼핑의 인프라를 활용했다. 자체 제작 상품의 가치를 ‘방송’을 통해 극대화하고, 상품 기획 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전환한 것이다.

◇ 미디어·유통 결합, 시장 판도 흔들
CJ그룹이 미디어&유통 시너지 전략으로 패션 시장의 판도를 뒤엎고 있다.
그룹 산하 유통 채널인 CJ오쇼핑·올리브영·퍼스트룩 마켓과 케이블TV 채널인 온스타일·XTM ·TVN·올리브TV, CJ푸드빌의 식음료 브랜드 제일제면소·비비고·투썸플레이스 등이 유기적으로 콘텐츠를 주고 받으며 파급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동안 구축해온 미디어의 파워를 CJ오쇼핑의 차별화된 상품 기획과 식음료 브랜드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CJ는 자사 국수 전문점 ‘제일제면소’ 오픈에 발맞춰 E&M의 올리브TV를 통해 전국의 국수 명가를 찾는 프로그램 ‘제면명가’를 제작했다. ‘도전수퍼모델코리아’와 ‘프로젝트런웨이코리아’ 등 20대 여성에게 인기를 얻은 프로그램의 출연자를 CJ오쇼핑의 모델이나 디자이너로 영입하는 것은 물론이다.

올리브TV의 ‘겟잇뷰티’는 오쇼핑의 자체 제작 화장품을 집중 홍보할 수 있는 코너로 활용된다. 이밖에 E&M이 제작하는 영화 속에서도 CJ의 ‘콘텐츠’들은 셀 수 없이 등장한다.
15초 안팎의 TV CF가 소비자들에게 ‘광고’로 인식되는 반면,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은 광고로 인한 거부감 없이 소비자들의 무의식 중에 브랜드와 상품의 인지도와 선호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미디어커머스팀, 윤활유 역할 톡톡
CJ는 2년 전 미디어와 유통의 조합을 위해 각각의 계열사에 ‘미디어커머스팀’을 신설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E&M과 오쇼핑의 콘텐츠 교류에 있어 각사의 미디어커머스팀이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한다.

지난 연말 오쇼핑의 화장품 PB ‘르페르’가 하루 7억원의 매출을 올리기까지, E&M의 ‘겟잇뷰티’와 ‘이승연과 100인의 여자’의 홍보 효과가 뒷받침 됐다. 두 프로그램을 통해 전파된 생생한 체험 후기가 오쇼핑의 매출을 견인했다는 게 자체 분석이다.

이 외에도 오쇼핑의 미디어커머스팀은 온라인 부문의 ‘오 이게 그거샵’을 운영하며, ‘로맨스가 필요해’와 ‘유리 가면’ 등 TVN 방영 드라마에 협찬한 상품을 실시간으로 소개한다.

오쇼핑과 E&M의 시너지 효과는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매출로도 검증했다. 작년 오쇼핑과 최범석 디자이너가 협업한 「제너럴아이디어클래스5」는 분당 최고 매출인 3500만원을 기록, 1시간 동안 10억원에 웃도는 매출을 올렸다. 최지형, 박승건, 크리스 한, 고태용 등 디자이너 7명과의 협업 상품만으로 주말 이틀간 20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오쇼핑에서 실력을 재검증받은 박승건 디자이너는 지난 7일 첫 방송한 E&M의 ‘겟잇스타일’의 진행자로도 발탁됐다. 오쇼핑은 E&M 솔드아웃의 최종 우승자 윤정 디자이너와의 협업 브랜드도 올 상반기 중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김하나 기자
khn@f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