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본 등에 업은 패션산업의 순기능 기대
‘네파’ M&A를 계기로 국내 패션 시장에 ‘금융 자본 시대’ 개막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아웃도어 전문기업 네파(대표 김형섭)을 인수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MBK는 김형섭 대표와 특수 관계인이 가진 지분 53%를 55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투자 은행들의 발표라 인수 금액은 정확하지 않고 대략 5000억원에서 59000억원 사이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MBK는 지난해 네파에 투자한 미국 사모펀드 유니타스캐피털이 보유한 30%의 지분도 인수하겠다고 의사를 밝혀 실질적인 기업 가치는 1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번 M&A는 파격적인 인수 금액이 첫 번째 이슈였다.
통상 패션기업 인수 금액은 A급이라고 하더라도 3년치 영업이익 선에서 결정됐지만, 네파는 연간 매출액의 3배 규모에 판매되는 이변을 낳았다. 네파는 지난해 6월 물적 분할 당시까지 매출 1432억원에 17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해말까지 4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을 감안하면 영업이익은 500억원 수준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을 최대한 평가한 것 같다.
성장 시점에서 매각을 결정한 대주주의 결단력이 중요했으며, 지난해 미국 사모펀드 유치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더욱이 「노스페이스」 「블랙야크」 등 경쟁 브랜드의 중국 시장 내 선전으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의 잠재성장력에 후한 평가를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스페이스」는 지난해 중국 시장 매출이 1000억원을 넘어섰으며, 「블랙야크」도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MBK는 중국을 비롯 아시아 시장 전체에서 「네파」를 키우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김형섭 대표의 추진력과 결단력 또한 이슈였다. 김 대표는 7년 전 ‘뿌리가 약한 후발 주자로서 어려울 것’이란 주위 우려를 무시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했다. 대학 산악부원 출신으로 개인적 애정도 있었지만, 2PM을 광고 모델로 내세우고 파격과 위탁제 대리점이란 과감함으로 시장흐름을 주도할 수 있었다.
패션업계 경영자들은 “제조와 판매에 집중하는 일반적인 패션기업과 달리 ‘브랜딩- 투자 유치- 미래 가치 부각- 최적의 매각 시점 선택’ 등 치밀한 전략을 통해 ‘밸류 세일’을 실현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패션산업의 ‘뉴 비즈니스 모델’이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알려진 매각 발표와 이후 며칠 간 정확한 설명과 향후 계획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없어 직원들이 우왕좌왕하는 과정 등에서는 ‘무책임하다’며 아쉬워 하기도 했다.
정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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