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세일 브랜드 양성 위한 ‘쇼룸 & 전문 에이전트’ 마련해야

국내 리테일 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전시 컨벤션 사업’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통상 국내 패션산업은 ‘원 숍, 원 브랜드(one shop one brand)’의 단일 브랜드 점포가 대부분을 이뤘다. 그러나 최근 3, 4년간 한 점포에 여러 브랜드를 편집 구성한 ‘셀렉트숍(select shop)’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메이저 패션 브랜드들도 점포 확장 과정에서 자사 브랜드를 보완할 수 있는 전문 브랜드를 앞다퉈 사입하면서 ‘브랜드 트레이드 페어’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의 요구와는 달리 현실은 녹록치 않다. 최근 1, 2년 사이 ‘인디 브랜드 페어’와 ‘패션 리테일 페어’ 등 관련 행사가 시도되고 있지만 보다 체계적인 정부 및 지자체 지원을 통해 컨벤션 산업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서울패션위크, 컨벤션 중심 행사로 거듭나야
특히 서울시에서 개최하는 ‘서울패션위크’와 같은 행사는 ‘컨벤션 중심’ 행사로 전환함으로써 서울이 아시아 패션산업의 중심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패션 관련 행사가 실질적인 비즈니스 교류가 일어나는 컨벤션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1회적인 컬렉션 중심에서 벗어나 브랜드의 신상품을 전시하고, 수주 상담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비즈니스 페어가 필요하다”고 공통된 의견을 밝혔다.
중국 시장의 변화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 중국 시장은 과거 대형 제조업 기반의 메이저들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차별화된 상품력과 새로운 마케팅전략이 필요한 시기로 접어들었고, 여기에 한국 브랜드와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국 치필량그룹 윤대희 고문은 “최근 중국 패션 및 유통기업들이 한국 디자이너 및 홀세일 브랜드에 관심이 높기 때문에 한국 홀세일 및 디자이너 브랜드를 한 자리에 모은 대규모 전문 컨벤션을 개최한다면 한국 브랜드의 중국 시장 진출의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며, 나아가 서울이 아시아 패션산업의 구심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컨벤션 통해 아시아 패션산업 구심점 가능
정부와 관련 지자체들의 인식도 전환되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마무리된 내년도 사업예산안에서 ‘서울패션위크’에 대한 전체 사업비는 20% 가량 감소시켰지만 ‘서울패션페어’에 대해서는 유지시키는 등 컨벤션 산업에 대해 배려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국내시장에서도 브랜드 홀세일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컨벤션 중심으로 행사를 키워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컨벤션을 통해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가 국내외 메이저 패션 및 유통기업과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다”고 언급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2010년 이후 매년 한 차례 인디 브랜드 페어(한국패션협회·패션인사이트 공동 주최) 개최를 지원하고 있다.
또 대구시도 올해 대구패션페어부터 ‘인디 브랜드 그룹’을 신설해 이들을 부각시키는 등 지원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대구시는 한 발 더 나아가 내년에는 동성로에 신진 디자이너들의 판로를 지원할 수 있는 점포 개설을 준비 중이다.
◇ 관련 인프라 구축 및 전문인력 양성해야
컨벤션 산업 활성화를 위한 관련 인프라 구축과 전문 인력 양성에 대한 주문도 적지 않다. 유럽과 미국 등 패션 선진국은 브랜드 홀세일 마켓의 활성화를 위한 패션 전문 전시장은 물론 수시로 상담할 수 있는 △브랜드 쇼룸이 활성화 되어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는 관련 인프라가 전무한 상태다.
아이올리 미국법인 서휘원 이사는 “LA는 패션 전문 전시장인 캘리포니아마켓센터(CMC)를 중심으로 쿠퍼스 등 인근에 수백 개의 전문 쇼룸이 성업 중이다. 미국 홀세일 비즈니스는 이들 쇼룸을 중심으로 이뤄지며 세일즈렙(Sales Rep)이란 전문 에이전트를 통해 거래가 이뤄나기 때문에 브랜드는 기획에 충심하고, 세일즈렙은 리테일러들과 거래에 전력을 다하는 등 역할이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재 국내 리테일 시장은 비즈니스 감각이나 기반이 부족한 개별 디자이너와 재고부담을 꺼려하는 리테일러들이 직접 거래하면서 각종 불합리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영세한 브랜드는 무리한 재고와 부실한 관리에 무너지고, 리테일러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축적하지도, 책임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하지도 못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어 이 부문에 대한 정부 및 업계 차원의 관심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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