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와 W컨셉을 필두로 지그재그, 에이블리, 브랜디, 그리고 최근 퀸잇과 모라니크, 푸미에 이르기까지 패션 플랫폼 전성시대이다. 이들 B2B 플랫폼은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의 非대면 구매가 확산되고, 반복된 편리한 쇼핑 경험에 매료(?)되면서 패션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했다.

특히 이들 플랫폼은 단기간에 수십 만명의 앱 다운로드와 입점 셀러, 수십~수백 만명의 활동 유저 등 각종 '데이터'를 앞세워 금융 투자를 이끌어 냈으며, 막대한 자금 투자 이후에는 할인쿠폰과 개인 취향 맞춤형 푸쉬 마케팅 등 첨단 스킬로 성과 데이터를 만들어 냈다. 여기에 제휴 입점사에는 생산자금 대출과 광고 마케팅비 지원, 판매수수료 인하 등 파격적으로 지원하며 상생성장을 이끌었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은 디지털 생태계가 '쩐의 전쟁'을 지나 본격적인 '콘텐츠 전쟁' 시대가 도래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미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을 통해 보여준 콘텐츠 파워에서 알 수 있듯 플랫폼이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직간접 투자 기반의 차별화된 콘텐츠가 절실함을 패션 플랫폼에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실제 '무신사'가 여타 패션 플랫폼들과 경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결국 PB인 '무탠다드'를 비롯 초기 투자에 참여한 스타급 브랜드, 그리고 지난해 투자한 50여개 브랜드 중심의 '콘텐츠 파워'에서 비롯되고 있다.

지속가능성 & 글로벌 브랜드 육성해야
플랫폼들이 콘텐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공동 발전을 위해 과감히 투자하는 흐름에 대해 패션업계 입장에선 대체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또 새로운 생태계에 편승하기 위해 내부 조직과 시스템을 정비하며 디지털 전환을 재촉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몇 신생 플랫폼들의 숫자 부풀리기 중심의 과당 경쟁은 패션기업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무리한 가격 할인과 쿠폰 공세로 이룬 매출은 투자자들을 만족시킬 수는 있겠지만 브랜드 이미지와 소비자 신뢰 기반의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패션기업 입장에선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 생태계에서도 패션 산업의 본질은 콘텐츠(상품)이고, 시장이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좋은 콘텐츠가 출시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최근 대명화학과 무신사가 시장에서 주목받는 것도 결국 양질의 콘텐츠를 중시하고, 이를 주도하는 '사람'에 과감히 투자했기에 가능했다. 패션기업과 플랫폼 모두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생태계에서 생태적 지위를 가질 수 있는 '콘텐츠'와 이를 주도하는 '사람'에 대한 투자가 선행되야 한다.

최근 한국의 패션 콘텐츠 '웰던'에 과감히 투자한 스위스 금융그룹 미라보(Mirabaud)와 미국 세콰이어캐피털의 사례는 한국發 패션 콘텐츠의 무한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인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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