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대문 패션상권 기반의 도매 브랜드들이 D2C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동대문 상권은 코로나19로 오는 손님만 기다려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 경제상황에서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 따라서 도매 브랜드들의 최대 강점인 트렌디하고 발 빠른 상품기획, 생산성을 무기로 국내 소비자 대상 직접 판매(D2C; Direct to Consumer)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FI는 D2C로 사업모델로 전환해 여성 패션의 새로운 트렌드 주도 세력으로 부상한 동대문發 대표 브랜드를 소개한다.

론칭 1주년을 맞은 여성복 브랜드 '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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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복 '레이스(RRACE)'로 D2C 공략
제롬(대표 윤희랑)은 동대문 상권에서 꽤 알려진 홀세일러다. 2014년 도매 상표인 '제롬'으로 출발해 그 동안 주로 중국 바이어들과 거래해 왔고, 현재도 연 매출의 대부분이 중국 시장 대상으로 올리고 있다. 특히 윤 대표는 국내 유명 내셔널 브랜드 및 부띠끄에서 디자이너로 활동, 뒤늦게 동대문에 뛰어든 케이스이지만, 탄탄한 커리어를 바탕으로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동대문 상권이 힘들면서 제롬 역시 마찬가지인 상황. 더 이상 홀세일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판단, 지난해 모던함을 기반으로 한 여성복 브랜드 '레이스'를 론칭해 내수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내수 유통은 자체 온라인몰과 W컨셉, 하고 등 외부몰에서 전개하며 북촌 쇼룸을 통해 오프라인에서 만나 볼 수 있다.
'레이스' 강점은 동대문 여성복이 보통 몇몇 아이템에 특화된 모습을 보이는 것과 달리 오피스부터 포멀 룩까지 완성도 높은 상품구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 또한 합리적인 가격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발빠른 기획부터 국내외 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다.
윤희랑 레이스 대표는 "코로나19로 중국 바이어를 대상으로 한 홀세일 비즈니스의 한계를 느끼게 됐다"며 "이 시점에 직접 판매에 나서야겠다고 판단해 과감히 투자하게 됐다"고 말했다.
론칭 1주년을 맞은 '레이스'는 올 봄부터 기대이상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소비자 취향을 저격한 다양한 디자인과 마케팅을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윤 대표는 "레이스는 하나의 스타일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소재와 스타일을 접목시킨 것이 소비자를 사로잡은 것 같다"며 "여기에 올 초부터 마케팅을 강화해 매출 확대로 이어 진 것 같다"고 전했다, '레이스'는 이 같은 반응에 힘입어 최근 온라인 편집숍 '하고'로부터 투자 제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프라미스컴퍼니는 '노프라미스' '라트로우'실버' 3개의 홀세일 브랜드를 전개 중이다
◇ '노프라미스', 의식주 결합한 뉴 콘텐츠 선봬
노프라미스컴퍼니(대표 이경민)는 2010년 도매 상표인 '노프라미스'로 출발해 '라트로우', '실버'까지 3개의 홀세일 브랜드를 전개 중이다. 또한 신당역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은 더피터커피 등 F&B까지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있다. 동대문 에이피엠플레이스 입점사 중 외형으로 탑 랭크다. 이 회사 역시 도매시장에서 쌓은 기획력과 속도를 바탕으로 '노프라미스' 브랜드화에 나섰다.
이경민 노프라미스컴퍼니 대표는 "그 동안 홀세일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SNS을 직접 운영, 기대이상으로 일반 소비자의 판매 문의가 쇄도하면서 직접 판매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며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까지 성수동, 한남동, 신당동 등지에서 플리마켓을 선보이며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면서 브랜드화를 위한 테스트를 진행해왔다"고 전했다.
기존 '노프라미스'를 여성의 우아함이 돋보이는 리조트룩을 콘셉으로 브랜드화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의류 뿐만 아니라 주얼리, 슈즈, 백 등까지 자체 제작, 믹스매치 코디로 풀어낸다는 전략이다. 현재 자사몰을 통해 전개, 일정 기간에 오픈해 반응을 살피고 있다. 또한 더피터커피가 한국적인 콘셉으로 국내외 고객에게 반응이 좋아 이를 바탕으로 의식주 콘셉의 새로운 콘텐츠 기획에도 나선다. 기존 반응이 좋은 사업군을 결합시켜 브랜딩해 해외로 수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 초 제주도에 자체 의류 브랜드로 구성한 편집 매장과 먹고 즐길 수 있는 더피터커피, 그리고 숙박 시설을 더한 복합문화공간을 선보일 계획이다.

감도높은 비주얼을 자랑하는 '베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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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르소', 기획력 스피드 장점 살려 도전
엔컴(대표 오연우, 박준식)은 그 동안 의류를 도매로 진행하면서 트렌드와 각 상권에 적합한 브랜드 전략을 통해 성장해 나가고 있다. 이 회사는 디자이너 브랜드 '베르소'를 론칭해 직접 판매를 시도, 오가닉 리추얼 룩을 선보이며 국내외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베르소'는 도매로 전개하면서 브랜드 성장 가능성을 테스팅하고, 리브랜딩 전략을 통해 단독 디자이너 브랜드로 거듭난 케이스. '베르소'의 강점은 감도 높은 비주얼과 콘셉, 그리고 의류뿐만 아니라 오브제, 가구 등 쉽게 접하기 어려운 상품 라인을 구성해 차별화를 살린 것이다. 특히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끊임없이 표현하고 주제를 형상화 하고 있다. 일례로 21 S/S 컬렉션을 살펴보면 동양 여성에 대한 동경으로 시작, 옷의 형태를 재해석하고 내추럴한 컬러감과 원단의 독특한 텍스처의 조화를 통해 주제를 표현했을 정도로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다소 무거운 주제로 전개하는 반면 룩은 심플하면서 디테일을 살려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유통은 자사몰과 을지로에 위치한 자체 쇼룸을 통해 전개하고 있으며 향후 오프라인 매장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이은수 기자
les@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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