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참혹한 코로나(CoViD19) 常數
감내의 시간만으로 이 위기를 건너갈 수 있을까? 일상이 사라진 길고 긴 시간은 참으로 무겁고 어둡다. 이번 1분기 패션 소비판매액 증감율 -25%, 우리 패션 소비산업 생태계의 참혹한 모습이다. 코로나 직격탄에 고스란히 노출된 3월 국내 패션 소비시장은 의복 -40%, 신발 -35%, 가방 -49% 라는 충격적인 급락으로 웅변된다.
◇ 포스트 코로나, 프리 코로나가 먼저
현실의 참혹함은 자주 미래를 당겨쓰게 된다. '포스트 코로나'란 키워드의 범람 역시 무언가 지금의 참혹함을 벗어난 새로운 지경을 숨쉬게 해주는 그 뉘앙스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로 감당하지 못할 불능의 현실을 포스트 코로나란 키워드로 먼저 추스리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패션 소비산업 생태계의 관점에서 보면 포스트 코로나의 핵심은 정작 코로나 현상 그 자체가 아니라 도리어 코로나 이전에(프리 코로나) 방점이 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이제 패션 소비산업 생태계는 코로나 이전과 그 이후로 구별될 것이다. 코로나 상수로 촉발된 패션기업 경영 성과의 양극화는 단지 온/오프 라인의 조건 변수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패션 소비산업 생태계의 진화 방향이 코로나 상수로 변화되었다는 착시의 왜곡에 함몰되어선 안된다. 결코 변화의 방향이 뒤틀린 것이 아니다. 다만 변화의 속도가 엄청나게 촉진되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우리 패션 소비산업 생태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 충격파는 반드시 도래할 변화 조건들의 거칠고 격렬한 뇌관으로 한꺼번에 이 엄청난 폭발을 야기했다.

◇ 패션산업 디지털 전환의 불가역성
현대 소비산업 생태계 변화를 정의하는 키워드는 단연 디지털이다. 우리 패션 소비산업 생태계 역시 그 예외는 결단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디지털 문맹의 궁핍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소한 디지털을 우회하는 온갖 노력들이 여전히 혁신의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과연 다수 패션기업 경영자들이 목말라 하는 패션산업에 최적화된 디지털 전문가가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거듭된 디지털 인재 영입의 결과에서 만족스런 성과의 부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패션기업 경영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단지 구호와 형식만으로 구현될 수 없다.
패션 소비산업에서 디지털의 가치 핵심은 결코 기술이 아니다. 패션 소비자가 디지털을 선호하는 핵심은 디지털 기술의 편의성이 아니라 '소비 프로세스의 가치'에서 찾아야 한다.
기술이 가치를 높일 수는 있지만 기술이 가치 본질을 대체할 순 없다. 패션 소비가치 본질을 담고 전달하는 디지털 형식과 조건 그리고 그 과정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전제되지 않은 패션 콘텐츠의 한계가 문제이다. 디지털 소비 프로세스와 동떨어진 패션 콘텐츠의 디지털 형식 차용은 그저 우격다짐이 될 뿐이다.
최근 소비 생태계 변화를 정의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시간이다. 시간은 단지 제조산업 차원의 생산성 때문만이 아니다. 특히 트렌드 소비가 핵심이 되는 패션 소비산업의 경우 적중률과 직결되는 절대적인 가치 조건이다. 시간의 가치는 무엇으로 확보될 수 있는가? 근접기획이든 오프쇼어 기획이든 시간은 노력으로 웅변되는 노동의 밀집이 아닌 디지털 프로세스 SCM이 아니고선 현대 패션 소비자가 요구하는 속도를 만족할 수 없다. 디지털 SCM의 필연성은 프로세스 효율이나 편의성이 아니라 소비자 가치 극대화에 그 방점이 있다.
◇ 코로나 뇌관 제대로 읽기
지난호(864호)에 공유된 '2019년 F-MPI'를 보면 국내 패션기업들의 지형이 아주 크게 더욱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형의 변화를 이끄는 주요 성과를 가늠하는 변인들이 이제까지 우리가 교과서로 추종했던 4P 중심 가치 변수들과는 사뭇 다름도 확인됐다. 지속성장 경영의 핵심은 진화의 과정처럼 끊임없는 변화라는 것도 다시 한번 검증됐다. 성장은 변화를 전제로 가능하다.
전술하였듯 코로나 충격파는 상상을 초월한다. 시장환경 조건의 급변은 준비가 부족한 대다수 패션기업들을 당장 생존경영의 절박함으로 내몰고 있다. 2020년 패션기업 경영 조건의 상수가 되어버린 이 충격파를 피할 길은 전무하다.
디지털과 시간에 대한 패션기업의 경영혁신 화두는 먼 미래의 장도가 아닌 생존 전략의 제1순위 명제임을 더 이상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 뇌관을 이제까지 미루어왔던 새로운 변화의 촉매로 녹여내어야 할 것이다.
최현호 mpi 컨설팅 대표
jacob@mpiconsult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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