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실패한 경영전략은 판단 도구의 취약성 때문
성공적인 결과는 과정의 소소한 실패 따윈 덮어버리게 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은 ‘실패는 과거 성공의 복수’라는 말이 섬뜩하게 도사리고 있음에도 말이다. 예상과 달리 돌출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 앞에서야 그간의 당당함은 사라지고 ‘시장이 변했다’ ‘고객이 변했다’는 숱한 핑계가 난무하게 된다.
사실 오랜 업력의 전문 패션 기업의 경우에서도 예상 밖으로 아주 기초적인 차원의 경영미스 경우가 허다하다.
그 많던 기회는 사리지고 어느 날 도무지 헤어나지 못할 것 같은 성장 절벽의 한계에 내몰리고 나서야 비로소 지나간 과정에 눈을 돌리게 된다. 그런데 다수 패션기업의 경영 실착에 대한 복기 관점은 여전히 ‘무엇’(What)이 아니라 ‘누구’(Who)로 향하고 있다. 뼈저린 경험으로부터 새로운 근거를 확보하겠다는 명제 대신 그저 당장 모든 결과에 책임을 지울 희생양이 필요할 뿐 인 것이다. 누구나 일부러 잘못하려거나 실패를 향한 판단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러난 결과 앞에서는 그리도 명료한 판단의 오류가 왜 과거 시점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것일까? 이는 경영전략 설계자의 역량이 아니라 도모한 경영전략의 전제가 되는 판단 도구의 취약성에서 근인을 찾아야 할 것 같다.
◇ 숫자를 읽다 (Number talks)
지난 해 5월 <패션인사이트> 별지 특집을 통해 2013년 우리나라 패션기업의 경영성과 전반에 대한평가 분석내용을 ‘지속성장가능 패션기업’ 이라는 화두로 공유하였다.
작년 작업에 이어 올해에도 보다 진일보된 도구와 관점으로 2014년 다수 패션기업들의 경영성과에 대한 평가 분석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300여 패션기업들에 대한 대단위 분석 작업을 통해 우리나라 패션기업들에 대한 객관적인 경영성과 지표들이 보다 객관적으로 확인될 것이다.
익명의 수많은 이슈들의 오류와 함께 2014년 우리나라 패션시장과 패션 기업들의 민낯이 보다 명료하게 조명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경영 성과지표는 한 마디로 상적 행위를 통해 수렴된 계량 가치의 결과이다. 이는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경영 성과 지표들이 상적 행위 과정으로 이어진 거대한 가치 사슬 마냥 단위 과정 마다의 수리 사슬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 경영지표의 수리 사슬들 간에는 분명한 논리가 존재하고 서로가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 받고 있다. 이들 지표와 지표의 상관 관계 속에는 우리가 그토록 얻고자 열망했던 판단의 근거가 내재되어 있다.
경영 지표를 숙독하고 이해한다는 것은 그저 수치 자체를 이해한다는 것이 아니다. 두산 등 굴지의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앞다투어 몸소 경영수치의 이해에 대한 강조를 거듭하고 있는 이유가 단지 경영지수 자체의 파악에 있지는 않다. 경영지표를 이해한다는 것, 즉 ‘숫자를 읽는다는 것’은 경영전략의 전제인 경영적 판단의 근거를 확보한다는 것이다.
◇ 온고지신 (Back to the future)
수 년간 이어온 우리나라 패션기업의 경영성과 지표 분석 과정에서 ‘우연’의 경우를 찾아보기란 그리 쉽지 않다. 연간 단위라는 비교적 긴 구간의 연계성에도 불구하고 드러난 예상 밖의 결과에서 조차도 과거의 지표에서 반드시 이유가 발견된다.
인간의 최고 능력은 지금 현재 부유한 역량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끊임 배워나가고 체득하는 차별적인 학습능력이라고 한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미래 속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적어도 과거 경험 지표에서 보다 나은 대안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지혜는 확보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패션 대기업 임원회의 석상에서 조차 여전히 ‘내 생각에는’ 또는 ‘내가 보기에는’ 이라는 판단의 논거가 엄존하고 있다. 위기에 봉착한 다수 패션 기업의 경영진이 흔히 설득을 요청하는 논리는 언제나 ‘예외적 시장 상황과 변화의 과도기’로 압축된다. 한 마디로 정상적이지 않은 외부 환경 가운데 과도기적 내부 단계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패션기업의 핵심 경영지표
경영지표와 관련된 가장 흔한 우문은 ‘무엇이 가장 중요해요’ 일 것이다. ‘성장이냐 수익이냐’, 또는 ‘효과이냐 효율이냐’ 등등 나름 대척적 개념 중에 무엇 하나를 우선 취해보고자 한다. 모든 것을 탐하기 보다는 차근차근 하나씩 해결해 보자는 단정한 논리는 일면 매우 설득적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개별 지표는 결코 개별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전술하였듯, 경영성과 지표의 집합체는 매우 정교한 수리적 논리체계이며 계량 사슬이다. 전체 연계 사슬의 방향성과 다른 개별 지표는 반드시 무리수의 부담이 된다.
특히 우리나라 대다수 패션기업들이 제조에서 판매소진에 이르는 전 과정을 수 년에 걸쳐 연속적으로 관장하는 경영 특성은 더더욱 통합지표 관점 경영 관리의 필요성이 요구된다. 이는 주지하듯 패션 경영지표에서 나타나는 머피의 법칙을 반추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재고회전율을 악화시키면 (구재고 판매를 억제하면), 수익이 향상된다.’ ‘판매율을 악화시키면 (수준 이상의 비할인 판매를 고집하면), 수익율은 향상된다.
패션기업의 핵심 경영지표는 통합적 관점에서 조율되고 균형을 찾아야 하는 유기적 수리계(數理界)이다.
최현호 MPI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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