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섬산련’ 거듭날 호기… 원로들이 길 터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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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찬 회장 “업계가 원한다” 불쑥 3연임 카드 꺼내

2014-02-05 오후 4:19:03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산업부도 불편한 심기


                       
서울 대치동(삼성역) 테헤란로 노른자위 땅에 위치한 17층 규모의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전경. 건물 임대료 수입만 연간 165억여원에 이른다.
 
 
‘젊은 섬산련’을 만들어 보자는 업계의 염원이 무산됐다. 우려하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지난 달 20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이하 섬산련)는 “3차 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회장 추대를 논의했으나 5명 추천위원 간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노희찬 회장을 만장일치로 재추대(3연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업계의 반응은 싸늘했다. 의욕적으로 출사표를 던졌던 최병오(61), 박상태(60), 김웅기(63) 회장 등 후보 세 사람 모두 60대 초반으로 70대가 주류였던 전임 회장들보다 10년 이상 젊어졌다며 반기던 업계 관계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위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젊은 마인드로 무장한 강력한 리더십을 바랬는데 그 기대가 수포로 돌아가자 안타까워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하지만 섬산련의 이같은 보도자료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면서 섬산련 이미지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 이 날 추천위원 5명이 ‘만장일치’로 노희찬 현 회장을 재추대키로 찬성한 것은 아니었다는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자 업계는 물론 섬산련 이사회도 “단언컨대 3연임은 안하겠다”며 추천위에 들어간 현 회장을 무슨 명분으로 재추대할 수 있느냐는 비난이 빗발쳤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도 3연임은 비상식적인 판단이라며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도대체 대명천지 세상에 이처럼 코미디 같은 일이 어떻게 벌어질 수 있단 말인가. 업계 관계자들이 망연자실하는 이유다.


 


◇ 기득권 내려놓고 3명 후보에게 기회 주는게 순리


추천위에서 노희찬 현 회장의 재추대를 결정한 이상, 이제 남은 것은 오는 2월 24일로 예정된 섬산련 총회를 앞두고 이사회 의결을 거쳐 의안상정으로 추대 수순을 밟는 일이다. 하지만 불공정 시비에 따른 비난 여론 확산으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현재로선  향후 판세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차제에 정관 규정을 바꿔 회장 후보가 2인 이상일 경우 경선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오지만 이는 전적으로 섬산련의 의지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업계의 화합과 발전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 나가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그동안 내 편·네 편으로 갈려 서로 비방하는 사이 간과했던 부분들을 다시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차기 회장 추대 관련 기사들이 연일 언론에 도배되면서 섬산련 조직 내 분위기가 눈에 띄게 가라 앉았다는 점이다. 직원들은 표면적으론 별 관심 없다며 애써 태연한 척 하지만,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황에서는 그 어떤 성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비근한 예로 최근 위기의 KT 구원투수로 나선 황창규(61) 회장이 취임 후 가장 먼저 자신의 급여를 30% 자진 삭감하고 소통과 신뢰를 강조하며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 나섰다는 점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섬산련 회장은 급여 없이 업계를 위해 봉사하는 자리이긴 하지만 직원들이 자긍심을 갖고 섬유 패션산업의 르네상스를 위해 전력투구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줘야 하는 책임감은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 섬유 패션산업의 총본산인 섬산련 위상에 걸맞게 맏형으로서 산하 단체들과의 협력·지원사업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섬산련 연간 예산 230억원 중 건물 임대료로 165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만큼 섬유센터에 입주해 있는 산하 단체들과 임대료 문제로 마찰을 빚어서도 안 되며, 정부지원 사업 등을 놓고 산하 단체들과 밥그릇 싸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볼썽사납다.


 


◇ 창조경제 이끌 패션산업 육성 로드맵 있나?


이제 업계의 비난을 무릎 쓰고 3연임 재추대를 받아들인 노희찬 회장이 답할 차례다.


한류가 패션산업으로 이어지고 정부가 창조경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패션산업의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는 이 때, 패션산업 육성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갖고 있는지 묻고 싶다.


과거 제조업 시대 고도 성장기에는 업·미들스트림 중심의 섬유산업이 융성했지만, 산업의 중심축이 내수 패션으로 이동한 만큼 엔드유저인 패션 중심으로 사고를 바꾸고 산업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을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이제는 패션산업이 발전해야 섬유 분야도 수혜를 누리는 시대다. 특히 패션산업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 철학인 창조경제 실현에도 부합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해외 럭셔리 브랜드와 글로벌 SPA 브랜드의 파상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또 하나 위기의 한국섬유패션산업號를 강력하게 이끌어 가기 위해 ‘젊은 섬산련’을 만들 복안을 갖고 있는지 묻고 싶다.


물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수 있다. 70대라고 섬산련 수장 자격이 없다는 논리는 억지다. 경륜면에서는 더 앞설 수 있다. 하지만 10년 이상 젊은 60대 후보들이 섬산련을 강력하게 이끌어 보겠다고 의욕적으로 출사표를 던진 만큼, 그들에게 감투욕을 버리라고 나무랄 것이 아니라, 기득권을 가진 내가 먼저 욕심을 내려놓는 다면 어떨까. 박수 칠 때 떠나는 자의 뒷모습이 아름답다는 말이 새삼 의미있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서울 대치동(삼성역) 테헤란로 노른자위 땅에 위치한 17층 규모의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전경. 건물 임대료 수입만 연간 165억여원에 이른다.



 



김우현 기자
whk@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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