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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연 / 애슐린 대표

2023-03-30 오전 9:53:32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새로운 해답 '애슐린'




박상연 대표

2022년 SFDF 수상의 영광은 뉴욕에서 '애슐린' 컬렉션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상연 디자이너에게 돌아갔다.
벌써 18회차를 맞고 있는 만큼 수많은 디자이너가 거쳐 갔지만, 유독 이번 수상자 박상연 디자이너에게 눈길이 가는 이유가 있다. 박상연 디자이너는 한국인 디자이너로서는 쉽지 않은 업적을 단기간 안에 쌓았다.
CFDA(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에 이름을 올리고, 2022년 LVMH 프라이즈 결승에 올랐으며,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는 이미 두 점의 의상이 전시되어 있다. 2021 F/W에 첫 번째 컬렉션을 선보인 신인 디자이너로서는 거의 경이로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 국내파 팬데믹 베이비

"오히려 팬데믹 기간이라 패션계가 너무 고요했기 때문에, 제가 더 주목받지 않았나 싶어요. 요란한 쇼가 없었던 시기, 제가 진심을 담아 직접 패턴부터 봉제까지 해서 만들었던 옷이 신선한 것을 찾던 보그의 에디터 눈에 띈 것은 사실이니까요." 이때 직접 만들고 전시한 16벌의 의상은 팬데믹 상황이라 촬영팀을 모을 수가 없어 독일까지 촬영하러 보냈고, 네덜란드의 스타일리스트가 줌으로 스타일링을 했다. 

셧다운이 된 뉴욕에서 보그의 에디터가 작은 갤러리에서 열린 그녀의 컬렉션 전시를 보고 쓴 기사는 파급력이 대단했다. 당시 SNS를 통해 벼락 인기를 쌓곤 하던 여느 패션 브랜드들과 달리 '실체가 있는 옷'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다음 시즌에는 당당히 보그 런웨이에 기사와 사진이 실렸다. 기세를 이어 LVMH 프라이즈에서는 결승에 진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로부터 1등이 유력할 것 같다는 말도 들었다.

말 그대로 '혜성같이' 등장한 신인? 그녀가 이같은 저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배경이 궁금했다.
뉴욕에서 자신의 첫 컬렉션을 내놓았지만 그녀는 사실 철저히 국내파다. 제22회 대한민국패션대전 은상 수상자 혜택으로 얻게 된 일본 유학 기회를 앞두고 '요지 야마모토 같은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던 그녀는, 일본에서 공부하고 정말 일본에서 요지 야마모토와 함께 일했다. 

"요지 야마모토같은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생생해요. 근데 실제로 일본에 가서 그의 회사에서 일하게 됐죠. 물론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가령, 집세가 90만원이면 그의 회사에서 받게 되는 월급은 130만원이었죠."

놀랍게도 버티고 버텨야만 하던 세월 중 요지의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대폭 인원 감축이 있었고, 회사에 디자이너로서 2명 중 하나로 남게 된 그녀가 동료 디자이너 단 한 명과 4시즌을 맡아 진행해 내야하는 시기가 왔다.

"그때 컬렉션을 전체적으로 맡아서 하게 되면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던 것 같아요. 전체를 보는 법은 물론 소비자에게 갈 때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 위기라는 기회

일이 고되어도 재미는 있었다. 뜻밖에 일본을 떠나게 된 것은 '지진' 때문이었다.
"2011년 일본에 큰 지진이 일어나고 한국에 계신 가족들의 걱정과 성화 속에 뉴욕의 당시 핫한 브랜드였던 알렉산더 왕, 랙앤본과 같은 곳에 연락을 취했어요. 요지에서의 경력 덕분인지 긍정적인 반응이어서 꿈꿔왔던 패션의 메카 뉴욕으로 우선 떠났습니다."

하지만 뉴욕에서 디자이너로 살아남기는 쉽지 않았다. 취업 비자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프리랜서로서 프로엔자 스쿨러, 라프 시몬스, 디온 리, 케이트, 닐리 로탄 등 뉴욕의 유력 디자이너들과 일하면서 결혼과 출산이라는 여성으로서의 중요한 삶의 과정을 겪었다. 이후 알렉산더 왕과 일하게 되면서 비로소 뉴욕에서 디자이너로서의 삶에 정착하게 됐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컬렉션 시즌이 되면 육아는 고스란히 한국에 계신 부모님의 몫이 됐다. 1년에 4번씩 아이들을 한국으로 보내야하기도 했다. 그러는 중에서도 자신만의 컬렉션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퇴근 후에는 밤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매일매일 디자인을 하고 또 했다. '노력'과 '성실'만이 삶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그녀는 일찌감치 깨닫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기회가 왔다.

"누군가의 소개로 꼼데가르송과 프라다에서 오랜 시간 브랜드 고문을 맡았던 조 시프(Joh Siff)를 만났어요. 그 분이 '세일즈를 생각하지 말고, 에디터들이 너의 것을 보고 싶어서 달려오게 만들어야 그 다음이 있다'는 동기를 부여해줬습니다. '그간의 작품 중 가장 잘하는 것을 네 멋대로 만들어보라'는 얘기를 듣고 만든 것이 '애슐린'의 첫 컬렉션이었어요."


한국의, 해외에 진출하고 싶어하는 디자이너들에게도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이거다. 힘들겠지만 당장의 이익보다는 브랜드의 긴 호흡을 볼 것, 진짜 내 옷을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것.


◇ '애슐린' DNA의 확장

최근 몇 년간 패션 업계에서의 화두는 단연 '지속가능'이라는 단어였다면, 요즘 떠오르는 이슈는 '젠더리스'다. 그리고 박상연의 애슐린은 이 두 가지 키워드를 모두 충족시키고 있다.

"'옷장 안에 오래 머무르게 할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게 '지속가능한 패션'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에 그런 초점으로 생각했을 땐, 옷을 만들지 말아야하나 생각한 적도 있었죠. 그러다 생각한 것이 남들이 만들지 못하는 옷을 만들어야겠다는 결론이었어요. 옷을 만드는 사람이다 보니, 옷이 실용적인 역할보다는 한 사람의 이미지와 존재를 대표하는 미디어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옷을 만든다면, 옷장에 끝까지 남아 있는 옷이 되지 않을까요. 그게 지속가능한 패션이 되겠죠?"
'지속가능'이라는 키워드는 회사 운영의 측면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요지 야마모토에서 일한 후 뉴욕에 와서 다른 디자이너들과 일하면서 디자이너가 패턴을 알면 얼마나 많은 로스를 줄일 수 있는지 알 수 있었어요. '지속가능'이라는 단어가 화두가 될 때 모두가 자연친화적이거나 재활용할 수 있는 패브릭에 집중했지만 저는 오히려 회사 운영이나 생산적인 차원에 눈길이 갔어요. 옷을 만드는 과정에 있는 로스를 줄이는 것, 그리고 패션 산업에 종사하는 인력들이 인생에 있어서 잠깐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이 모든 것이 '지속가능'이라는 키워드에 포함된다고 생각해요."


그녀가 오너가 된 이후에는 5시 이후의 야근은 없다. 남편과 아이가 있는 가정이 계속 디자이너로서 일할 수 있는 큰 힘이 되었다는 그녀이므로,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워라밸'이 지켜지는 것도 '지속가능한' 산업이 되는데 중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박상연 디자이너만의 DNA를 보다 확실하게 선보일 이번 시즌에 대한 힌트를 물었다.

"애슐린만의 클린한 쉐잎을 더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디자이너로서 남성복을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기능적으로 페미닌하지만 매니쉬하기도 하고, 디자인 요소는 강렬하지만 젠더리스한 요즘 트렌드에 잘 맞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2006년의 좌우명이 "노력하는 사람만이 꿈을 이룰 수 있다"였다면, 2023년의 좌우명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물었다.

"'만드는 사람이 행복해야 입는 사람도 행복해진다.' 요즘은 진심으로 제가 만드는 옷이 만들고 있는 우리의 감정까지 전달하는 매체가 된다고 믿고 있어요. 그래서 스스로도 행복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SFDF 수상으로 지난해 6년 만에 한국에 금의환향한 기분이었다는 그녀. 현재로서는 언제 다시 돌아 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즐겨보는 '유퀴즈'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당장 귀국을 서두를 수 있다며 웃는다. 쉽지 않았겠지만 상상할 수도 없었을 노력으로 '말하는대로' 이뤄왔던 그녀라면 또 모르지 않겠는가. 얼마 후 브라운관에서 세계적으로 더 유명해진 박상연 디자이너를 유퀴즈를 통해 만날 날이 있을 지도.






조윤예 기자
choyuny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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