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업이자 친정인 현대백화점 대표로 금의환향
김형종 한섬 대표이사가 한국패션산업협회 주관 ‘2019 대한민국 패션대상’에서 영예의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특히 지난 4일 섬유센터에서 진행된 시상식은 김 대표가 모기업인 현대백화점 대표로 영전한다는 인사 소식이 전해진 뒤여서 김 대표로서는 겹경사를 맞는 자리이기도 했다.
지난 1985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해 줄곧 백화점에서 잔뼈가 굵은 김 대표가 2012년 한섬 인수 후 대표이사를 맡아 계열사 한섬의 제2 전성기를 이끌며 괄목 성장을 일궈낸 공로를 인정 받아 친정이자 모기업인 현대백화점 대표로 화려하게 금의환향 하는 케이스여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이다.
김형종 대표가 대퐁령표창을 수상한 후 기념촬영을 했다 |
유통그룹에서 비교적 변방으로 치부됐던 패션 계열사 대표가 그룹의 꽃인 백화점 수장으로 발탁되는 경우는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통업계의 전반적인 침체 속 패션 계열사들이 올해 돋보이는 실적을 낸 것을 고려하면 이번 인사는 성과 평가 성격과 함께 그룹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전략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 대표는 인수 당시 연 매출 5000억원 규모의 중견기업에 불과했던 한섬을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 톱메이커로 키운 주인공으로, 현대백화점그룹이 한섬을 인수한 2012년부터 대표를 맡아 지난해 매출 1조 2992억원으로 3배 가까이 끌어 올렸다. 이는 3년 뒤 SK네트웍스를 추가 인수한 부문이 포함된 수치이긴 하지만 역대급 불황을 뚫고 호실적인 것만은 분명하다.
한섬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710억원에서 920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대표 브랜드인 ‘타임’은 2016년 국내 여성복 단일 브랜드로는 최초로 매출 2000억원을 넘어섰고, ‘시스템’과 ‘타미힐피거’는 지난해 각각 1500억원, 2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중국 유통업체 바이렌 그룹과 영캐주얼 브랜드 ‘SJSJ’의 중국 진출 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시장 일변도에서 벗어나 해외 진출의 신호탄을 쏘았다. 또 ‘시스템’과 ‘시스템옴므’는 광따이은행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진출할 계획이며, 이어 ‘타임’ ‘더캐시미어’ 브랜드의 중국 진출도 검토 중이다.
특히 ‘더한섬닷컴’이라는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론칭하고 사이트 운영 4년만에 매출을 10배 이상 끌어올릴 정도로 남다른 수완을 발휘하기도. 김 대표는 ‘더한섬닷컴’이 시장 안착에 성공하자 이제는 온라인 비즈니스의 무게 중심이 모바일쪽으로 급속히 이동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모바일 주도 세력인 20~30대 공략에 나섰다.
한섬이 준비 중인 모바일 버전의 신규 쇼핑몰은 기존 온라인 플랫폼들처럼 단순히 시중의 다수 브랜드를 입점시켜 판매하는 형태가 아닌, 한섬 자체 디자이너와 MD를 활용한 탁월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자체 PB 또는 고감도 바잉 상품 위주로 구성하되 합리적인 가격대로 차별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섬의 현금 보유액은 2000억원대에 육박한다. 이같은 풍부한 자금 유동성은 불황 속에서도 한섬의 공격 경영과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위기일수록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믿는 김 대표는 “늘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작은 것 하나라도 허투루 흘려 보내지 않도록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며 “한섬에서 재임한 8년 동안 동분서주하며 달려왔던 것처럼 새해 1월부터 출근하는 현대백화점에서도 진정성 있게 소통하는 자세로 열정을 쏟아 부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1월 오픈하는 더한섬하우스 제주점 |
김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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