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크21’, 다시 한 번 날아오를 준비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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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윤서영 엔케이 대표

2015-11-27 오후 4:40:04


윤서영 엔케이 대표가 '나크21' 매장에서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다. 사진촬영=심겨울기자



"엄마라는 이유로 한창 성장하던 '나크21'에서 손을 뗀지 6~7년이 됐네요.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이 때문에 일을 못한다는 건 스스로가 만든 핑계일 뿐이더라고요. 이제 다시 한 번 힘을 내 '나크21'를 일으켜 세워보렵니다."


또 다시 출발선에 선 윤서영 엔케이 대표가 굳은 각오를 밝혔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움트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 패션업에 뛰어든 윤 대표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불같은 추진력으로 회사를 연매출 250억원 규모로 성장시켰다. 육아 때문에 잠시 회사를 떠나 있었지만 그의 머릿속에서 일을 온전히 지워 본 적은 없다. 결국 그녀는 제 자리를 찾아왔다.



◇ 밤시장에 반해 패션업에 몸을 싣다


윤 대표는 원래 패션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증권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는 쇼핑몰을 하는 친구를 따라 동대문 밤시장에 갔다가 그 매력에 흠뻑 빠져들고 말았다.


"세상에 이런 별천지가 있나 싶더라고요. 반짝이는 조명하며, 역동적인 사람들의 움직임과 쉴새없이 오가는 활력 넘치는 소리에 혼을 뺏기는 것 같았어요. 내가 갈 길은 여기다 싶었죠."


그는 당장 집에 밥상을 펼쳐놓고 오픈마켓에 옷을 팔기 시작했다. 포토샵은 커녕 메일 첨부하는 법도 몰랐지만 누구라도 붙잡고 배워가며 일을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윤 대표가 올린 상품이 베스트셀러 카테고리에 뜨기 시작했다.




'나크21' 매장 내부



◇ 팔고 돌아서면 깔리는 복제품


떼다 파는 것에 만족할 수 없었다. 윤 대표는 원단가게 사장이며 봉제공장 사장까지 한 자리에 모아놓고 자신이 원하는 옷을 말했다. 벌룬 소매 니트와 길이 조절이 가능한 치마, 구김없는 바지가 그렇게 탄생했다.


팔고 돌아서면 시장에 복제품이 깔렸다. 특허청에 디자인 등록을 하기를 수차례. 보호받기  어렵다고 깨달은 뒤에는 신상품 개발에 더욱 몰두했다. 그에게는 아이디가 넘쳤고 이는 시장 반응으로 돌아왔다.


"바쁜 공장 사장님들이 왜 저에게 시간을 할애했겠어요. 그만큼 만들면 팔리니까 시간을 쪼개서라도 회의를 하는 거죠. 기차게 잘빠져서 우리가 '기찬바지'라고 이름 붙였던 정장바지는 생산량이 너무 많아 공장에서 20여 곳에 하청을 주다 개성 공단까지 넘어간 적도 있어요. 하루 발주량만 1만장이 넘어가니 공장에서는 미쳤다고들 했죠. 배송도 오전, 오후, 야간반으로 나눠 24시간 돌렸다니까요."


회사는 날이 갈수록 성장했다. 집 부엌 한칸에서 시작했던 것이 사무실 하나 둘 늘다 사옥까지 짓게 됐다. 매장부터 디자인실, 스튜디오, 구내식당, 보육 시설까지 갖춘 대규모 사옥이다. 국내 유통업계는 물론 중국에서까지 함께 일해보자는 제의가 쏟아졌다.
 


◇ 나는 엄마인가 사업가인가


하지만 윤 대표는 돌연 은퇴선언을 한다. 일에 빠져 가정을 돌보지 못하는 사이 아이들이 뒷전이 된 것이다.


"첫째가 많이 아팠어요. 아이를 데리고 이 병원 저 병원으로 뛰어다니다 보니 지금까지 내가 뭘하고 살았나 싶더라고요. 2~3시간 쪽잠 자며 일에 매달렸는데 결국 돌아온 건 나쁜 엄마란 꼬리표였어요. 마음이 괴로워 다시 일을 잡을 수 없었죠."




'나크21' 매장 내부



◇ 회사를 대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약속


가정으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회사는 윤 대표의 손길을 필요로 했다. 공장에서도 필요한 일이 생기면 그에게 전화를 걸어왔고 직원들도 윤 대표의 복귀를 바랐다. 모두가 밀려드는 주문에 함께  맨발로 뛰어다니며 옷을 포장하던 시절을 잊지 못했다.


결국 윤 대표는 지난 여름 복귀했다. 원단 공장서도 당장 찾아오겠다며 전화를 걸어왔고, 퇴사한 직원도 복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떠났던 소비자들도 돌아왔다. 그가 자리를 비운 새 떨어졌던 매출이 차츰 오르기 시작했다. '나크21'를 알리기 위해 홍보 마케팅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참이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나크21'를 기억하는 여성 소비자들이 많다.


"언젠가 제가 직원들에게 우리 회사를 대기업으로 만들어보이겠다고 한 적이 있어요. 그때는 농담삼아 한 말이었지만, 안 될 말이라고는 생각 안해요. 일단 온라인몰에 집중해 예전의 매출 규모를 회복하고 프랜차이즈를 통해 더욱 많은 소비자들과 만나보고 싶어요. 기회가 닿는다면 미국, 중국 등 해외 시장에도 진출하고요. 다시 한 번 비상하는 '나크21'의 모습을 지켜봐주세요."




'나크21' 매장 내부


최은시내 기자
cesn@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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