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한 색감과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두터운 마니아 층을 형성해 온 브랜드 ‘더 센토르’. 예란지 대표는 2008년 서울패션위크 GN 무대를 통해 데뷔해 매 시즌 독특한 컬렉션으로 주목 받았다.
그런데 그는 가장 인기를 누리던 2012년, 브랜드를 모두 정리하고 홀연히 모습을 감췄다. 그렇게 3년이 흐른 뒤 예 대표는 더욱 완숙해진 모습으로 ‘2015 서울패션위크’ 무대에 돌아왔다.
“이번 시즌 컬렉션은 ‘건국지색’을 콘셉으로 ‘나라를 세우는 색을 가진 여자’를 표현했습니다. ‘경국지색’의 의미를 뒤집어 생각했죠. 양귀비를 떠올리며 그녀가 가진 색에 대해 고민했어요.”
‘더 센트로’ 쇼에서는 조선시대 가채를 떠올리게 하는 헤어스타일과 음악, 퍼포먼스 등을 활용해 동양적인 무드를 느낄 수 있게 했다.
“평소 책과 영화를 보고 혼자 상상하거나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컬렉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편이에요. 특히 책이 저의 정체성을 바로 잡아줬어요. 어렸을 때 나와 세상과의 괴리감에 빠져있었을 때 책을 읽고 내 주관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그때부터 책을 읽는데 많은 시간을 쏟는 편이에요.”
3년 만에 컬렉션 무대에 오른 예 대표는 3년 전 브랜드를 떠날 당시에는 모든 것에 지쳐있었다고 설명했다.
“‘더 센토르’의 론칭 이후 매 시즌을 진행할 때 마다 10배 이상씩 커져가면서 부담감도 느끼고 많이 지쳐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세일즈에 대한 어려움도 컸었죠. 일을 계속 해나가기에 너무 지쳐있었기 때문에 브랜드가 제일 잘 될 때 접을 수 밖에 없었어요. 떠나 있는 동안 삶에 대한 요소를 계획하게 됐어요. 비교적 어린 나이에 시작했기 때문에 다시 돌아와서 시작해도 늦지 않은 나이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예 대표는 회사 생활이 자신에게 맞지 않다는 것을 느낀 후 동대문에서 6개월 동안 생산 과정을 배웠다. 그 후 바로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과 동시에 주목 받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회사생활을 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직원들을 이끌어 가거나 판매 시스템에 대한 체계를 잡는 것이 어려웠어요. 당시에 이런 저런 시도를 해봤지만 마음처럼 쉽지도 않았죠. 다시 브랜드를 시작하는 지금은 브랜드를 함께 키워나갈 파트너를 찾고 있어요. 팀, 개인 상관없이 좋은 팀을 꾸려 무언가를 만들어 나아가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예 대표는 이번 동양적인 무드를 반영한 서울 컬렉션을 마친 뒤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권에서 수주 문의가 들어왔다.
“브랜드를 떠나기 전 국내 위탁시스템이 굉장히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었어요. 디자이너 브랜드는 재고 리스크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죠. 2011년 론칭한 세컨 브랜드 ‘베이비 센토르’는 현재 8군데 셀렉트숍에서 완사입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효육적인 판매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데 주력할 예정입니다.”
‘더 센토르’는 내년 S/S 시즌부터는 파리 후즈넥스트를 시작으로 해외진출을 이어 나갈 예정이며, ‘베이비 센토르’는 시즌리스 상품을 순차적으로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3년만에 어렵게 돌아온 만큼 감각이 떨어질 때까지는 브랜드를 전개해 나갈 생각이예요. 앞으로 컬렉션 전체에 느껴지는 무드뿐만 아니라 옷에서 느낌을 줄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또 쇼에서 다양한 퍼포먼스를 통해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나갈 예정입니다.”
디자이너 예란지가 추천하는 책 BEST 3
예란지 대표는 평소 책에서 받은 영감을 통해 컬렉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어렸을적부터 책을 읽는데 많은 시간을 쏟았던 그는 평소 고민이 있을 때 마다 책에서 해답을 찾곤 한다. 특히 예술 관련된 책들은 패션과 깊은 관계가 있어 새로운 영감을 받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최근 그가 푹 빠져 있는 책은 인문학 관련 서적. 그가 최근 추천하는 책들에 대해 살펴보자.

"이 책은 섬세하면서도 공간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관한 통찰을 보여주죠. 선과 악, 질서와 혼돈이 공존하는 도시에 대한 한 편의 시와 같은 소설이에요. 하나의 도시가 세워지는 원리를 통해 세계의 원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도시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태어남과 사라짐을 거듭하는 유기적 생명체라 이야기하고 있죠."

"문화 입문서 책입니다. 요즘 가장 재미있게 읽고 있는 책 중에 하나죠.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후기 구조주의 등 수많은 단어로 이루어진 20세기 문화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오직 미국이라는 이유만으로 유럽에서 수입된 문화의 본래 모습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본 저자의 20세기 문화를 기록한 책이에요."

"인도인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전통 문화와 미국식 개인주의 문화 사이에서 갈등하는, '고글리'라는 한 이민 2세대 청년의 삶을 통해 이름이 개인이 어떻게 결정하는가를 묻고 있는 책이예요. 전통을 중시하는 인도 가족의 장남 고글리의 삶을 통해 이민 2세대가 겪는 갈등과 아픔을 그려낸 멋있는 책이에요."
노지영 기자
njy@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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