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패션부문이 드디어 기지개를 켰다. 오랜만의 침묵을 깬 삼성물산은 지난 15일 인천 동구 화수동에 있는 일진전기 낡은 창고에서 올해 론칭 30주년을 맞은 ‘빈폴’의 리뉴얼된 모습을 공개하며 부활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 행사는 60~70년대 감성을 수혈한 이번 리뉴얼 방향과 맥을 같이 한다며 51년된 폐 공장 터에서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한 것 부터가 파격이었다.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 '빈폴'이 한국적 클래식을 입고 새롭게 태어난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퍼포먼스였기 때문이다.
정구호 고문이 지난 15일 60~70년대 감성이 돋는 인천 폐 공장 터에서 ‘빈폴’ 리뉴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올해로 론칭 30주년을 맞아 전면적인 리뉴얼을 단행한 ‘빈폴’은 이를 통해 한국 트래디셔널 캐주얼 1위 자리를 더욱 공고히 다지는 한편, 오는 2023년까지 중국, 베트남을 필두로 북미, 유럽까지 진출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빈폴’은 지난 5월 정구호 고문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하고 브랜드 리뉴얼 작업에 박차를 가해 왔다.
이 날 정구호 고문은 “우리만의 정서, 문화, 철학 등 한국적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대표 내셔널브랜드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이번에 ‘다시 쓰다(Rewrite)’라는 제목의 리뉴얼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이라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란 모토 아래 ‘빈폴’이 갖고 있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유지하면서도 한국의 자랑스런 문화와 자긍심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상품, 매장, 마케팅 등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은 올해 론칭 30주년을 맞아 지속가능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상품은 물론 매장, 비주얼 등 브랜드 이미지를 완전히 탈바꿈시켜 2020 S/S 시즌부터 선보일 계획이다.
1989년 3월 11일 론칭 이후 대한민국 대표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로 자리매김해온 ‘빈폴’은 최근 밀레니얼 및 Z세대가 소비 주축으로 떠오르는 시장 환경을 반영, 브랜드에 신선함을 더함으로써 신규 고객 유입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이번 리뉴얼의 특징은 서양 문물과 문화가 한국 정서에 토착화 되며 형성된 1960~70년대를 재조명하는 한편,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살린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한글 디자인 뿐 아니라 당시의 건축, 생활공간 등을 모티브로 삼은 현대적 스타일의 상품 개발 및 매장 연출에 초점을 맞췄다.
또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디자인적 포인트를 살려 ‘빈폴’ 고유의 ‘한글 로고’를 새롭게 만들어 눈길을 끈다. 한글은 세대를 아우르는 힘과 매력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뿌리이자 문화이고 정서라는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이를 디자인 포인트로 삼은 것. 자음 모음을 활용해 ‘빈폴 전용 서체’를 만들고 ㅂ, ㅍ 등의 자음을 체크 패턴으로 세련되게 디자인함으로써 ‘빈폴’만의 독창적인 체크 패턴을 창조했다.
이번 리뉴얼을 통해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신규 ‘890311’ 라인을 출시하고 또 한번 바람몰이에 나선다 |
‘빈폴’의 상징인 자전거 로고도 ‘세상을 움직이는 두 바퀴’란 정체성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재해석을 거쳐 새롭게 디자인했다. 앞 바퀴가 큰 자전거 페니 파싱의 형태는 유지하면서도 간결한 미학과 지속가능성을 내포해 바퀴살을 없앤 것이 포인트다. 체격과 머리스타일, 자전거를 타는 각도 등 동시대적 디자인을 반영했으며, 여성과 어린이 로고까지 만들어 패밀리 브랜드임을 강조했다.
매장 인테리어도 1960~70년 근현대 한국 건축물의 특징을 살린 신개념 인테리어로 바꿨다. 60~70년대 가정집 및 아파트 건축 양식을 모던하게 변화시켜 마루, 나무, 천장, 유리, 조명 등 한국적 헤리티지 감성을 기반으로 ‘빈폴’만의 분위기가 느껴지도록 연출했다.
지속가능 브랜드를 표방하는 ‘빈폴’은 친환경 상품이나 콜래보레이션 상품 출시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폐 페트병, 어망 등을 활용한 다운과 패딩 상품을 내년 1월경 내놓겠다는 것. 또 의식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고객을 위해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문구, 필기구, 향초 등 라이프스타일 상품도 지속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빈폴’은 동양적이면서 독창적인 작품으로 유명한 고 한영수 작가와의 콜래보레이션 상품도 선보인다. 여백의 아름다움과 원숙하고 세련되며 미학적인 그의 디자인을 ‘빈폴’의 티셔츠와 팬츠 등에 녹여낸 라인이다.
바큇살을 없앤 '빈폴'의 새 로고 |
이번 리뉴얼 작업을 통해 ‘빈폴’은 또 하나의 파격을 시도했다. ‘빈폴’의 론칭일인 1989년 3월 11일을 모티브로 삼은 글로벌 전용 상품 ‘팔구공삼일일(890311)’ 라인으로 온라인 세대와의 소통을 활발히 하면서 글로벌 브랜드로 입지를 다지기 위해 기획한 라인으로, 출시 전부터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890311’은 한국의 대표 꽃인 오얏꽃(자두의 순 우리말)을 상징화한 디자인을 적용했으며, 레트로 감성을 바탕으로 60~70년대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컬러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공장, 버스, 택시기사 등의 유니폼과 럭비선수들이 입었던 운동복에서 영감을 받아 동시대적인 디자인과 실용성을 가미한 워크 웨어 및 스트리트 웨어를 지향하는 것이 차별화 포인트다.
‘빈폴’은 브랜드 헤리티지와 히스토리를 존속 발전시키는 차원에서 브랜드 아카이브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데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의 철학을 담은 상품과 디자인을 아카이브로 축적함으로써 글로벌 브랜드 하우스처럼 영속적인 브랜드 운영 뿐 아니라 폭넓은 브랜드 팬덤을 구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헤리티지를 한 눈에 오롯이 보여줄 수 있는 플래그십스토어도 선보인다. 밀레니얼 및 Z세대 고객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향후 30년을 내다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
박남영 빈폴사업부장 겸 상무는 “올해 30주년을 맞은 ‘빈폴’의 새로운 30년을 준비하면서 한국적이고 의미있는 브랜드의 재탄생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기획 중”이라며 “기존 고객과 함께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밀레니얼 및 Z세대와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한국적 독창성을 토대로 글로벌 사업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는 초석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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