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도매로 출발해 롯데백화점 편집숍 「코오스」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플레이먼트」의 명동 레벨5 직영매장(왼쪽). 소비자들의 「아스터」에 대한 관심을 입증하는 검색 순위. |
‘도매스틱’ 브랜드를 아시나요?
「플레이먼트」 「다리미진」 「해든앤미로」 「아스터」… 동대문 도매시장을 기반으로 출발해 소비자들로부터 뛰어난 디자인과 월등한 가격대비 품질을 인정받아 ‘브랜드’ 대접을 받고 있는 스타플레이어들이다.
이들을 일컬어 인터넷 세상에서는 ‘도매스틱 브랜드’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도매와 도메스틱(Domestic)의 합성어인 도매스틱은 달라진 동대문 브랜드의 위상을 체감하게 해준다.
‘디젤매니아’ ‘소울드레서’ 등 패션 커뮤니티에서는 신상품 출시 정보와 구입처 문의 등 정보 교류가 활발하다. 얼마 전부터는 아예 도매스틱 브랜드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쇼핑몰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달 22일 오전 네이버 검색 순위에서 ‘대학생 인기검색어’ 쇼핑 부문을 보면 ‘아스터 하이 스판슬랙스’가 16.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쇼핑 검색어에서 ‘남성바지’ 부문을 보면 10위권 내에 4개가 「아스터」 제품이 올라 있다.
이날만 특별한 일이 벌어진 게 아니다. 「아스터」 「다리미진」 등을 검색해보면 해당 분야에서 꾸준히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브랜드들이다. 특히 신상품을 내놓는 시즌 초가 되면 상품 정보를 얻기 위한 소비자들의 손가락 움직임이 더욱 빨라진다.
지난 2003년 동대문 누존에서 첫 출발한 「플레이먼트」는 트렌드 변화가 빠른 여성 캐주얼 시장에서 독특한 캐릭터를 인정받는 브랜드. 롯데백화점 자주MD 브랜드 「코오스」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고 명동 레벨5에는 첫 단독 매장을 열었다.
「해든앤미로」는 중견 브랜드도 하기 어렵다는 남성 수트와 블레이저 등 클래식 아이템 위주로 마니아층을 넓혔다. 옷깃의 ‘Are you gentle?’ 문구와 스페이드 마크는 「해든앤미로」의 아이덴티티로 자리잡았다.
「아스터」는 남성 슬랙스와 패딩조끼 등 단품 아이템에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고급 브랜드와도 견줄 정도로 상품력을 인정받고 있다.
서장원 「플레이먼트」 실장은 “동대문 도매시장에서도 가격만 싸게 만들던 업체들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디자인으로 차별화 한 업체들은 성장하고 있다”면서 “「플레이먼트」는 고가 브랜드와 저가 SPA로 양극화된 국내 패션시장에서 미들 마켓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도매스틱 브랜드 활성화의 1등 공신은 주로 20대 초중반의 대학생들이다. 패션에 대한 관심이 가장 뜨겁지만 주머니가 얇은 이들을 만족시켜주던 채널은 온라인 소호몰과 오픈마켓.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디자인과 품질이 계속 떨어져 외면하는 고객이 늘었고 이런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대안으로 도매스틱 브랜드가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젊은 소비자들이 도매스틱 브랜드에 몰리는 것은 품질과 디자인에 대한 안목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똑똑해진 소비자들은 디자인은 물론이고 원단과 부자재의 품질과 봉제의 완성도까지 따진다. ‘OOOst’를 내걸고 럭셔리 브랜드를 그대로 카피하는 업체도 인정받지 못한다.
결국 소비자들이 인정하는 도매스틱 브랜드의 요건을 종합해보면 △자신만의 색깔과 특성을 갖고 있으면서 △디자인이 트렌디하고 △가격은 합리적인 브랜드를 뜻한다.
유승렬 레벨5 부사장은 “90년대 중반 시장이 국내 패션 시장이 재편되던 상황에서 생산력과 디자인력을 갖춘 동대문 업체가 기회를 잡았던 것과 비슷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기존의 패션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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