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경기복, 기능성·디자인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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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 룩, 디자인 vs 기능성…‘따로 또 같이’

2012-08-15 오전 11:09:25




2012년 런던 올림픽이 더운 여름을 더 뜨겁게 달궜다. ‘올림픽 특수를 노린 패션 업체들의 마케팅 또한 올림픽 시작 전부터 뜨거웠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패션계의 마케팅은 관중석에서만 유효할뿐, 선수들에게는 남의 일이다. 처절한 기록 경쟁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앞서가기 위한 기능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능성디자인은 언뜻 생각하면 꼭 대립할 것만 같다. 하지만 정답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는 것이다. 기록과 흥행을 모두 놓칠 수 없는 스포츠의 속성상, 기능성과 디자인은 따로, 또 함께존재한다.


디자인 면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기능성에만 초점을 둔 사례가 있었는가 하면, 최고의 기능성을 갖춘 의상이 곧 유행하는 디자인으로 거듭난 사례도 있다. 또 뛰어난 기능성을 가졌음에도 스포츠계에서 사라진 희한한경우도 있다.


그런가 하면 디자인, 즉 시각적인 요소에 너무 치우친 만큼 기능성을 등한시한다는 평가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올림픽은 매번 이 모든 일이 벌어지는 드라마틱한 무대이다.


★기능성>디자인, ‘기록이 우선!’


◇역도
올림픽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경기 유니폼은 최적의 기능을 끌어내기 위해 디자인됐다. 최대한 무거운 중량을 들기 위해 또한 디자인하는 종목인 역도가 대표적이다. 역도 선수들의 경기복은 신축성이 좋은 소재로, 몸에 딱 붙는 디자인이다.


이 경기복은 역도를 소재로 한 영화 킹콩을 들다에서 그려졌듯 여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입고 싶은 디자인은 아니다. 일명 쫄쫄이라 불리는 이 경기복 위에 너비가 10cm쯤 되는 벨트를 차고 있는 모습을 선뜻 패셔니스타라고 보기는 어렵다.


역도에서는 결정적인 순간 배에 가해지는 압력인 복압이 매우 중요한데, 특히 배 부분을 벨트로 단단히 조일수록 힘을 주기가 쉽고 부상 위험 또한 줄어든다.



 


◇육상
육상 선수들의 경기화 역시 일반인들의 패션 아이템으로는 무리수다. 종잇장처럼 얇은 밑창과 발의 모양에 정확히 맞춘 경기화는 남자들도 숨겨진 굽이 있는 신발을 선호하는 현실에는 맞지 않는다.


찰나의 순간을 겨루기 위한 기능성은 유행이나 일반인들의 취향과는 전혀 상관없이 발전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우사인 볼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육상 세계신기록을 깼을 때와 마찬가지로 납작한 밑창의 전용화를 신는다. 이 전용화에는 패션이 아니라 기록 개선을 위한 디자인이 숨어있다.


볼트의 신발인 에보스피드 스프린트 LTD’ 2008년과 같은 스파이크 플랫을 갖고 있지만, 어퍼(위쪽) 디자인이 새로워졌다. 어퍼의 앞쪽은 골프공처럼 딤플(dimple) 디자인이 적용돼 앞 발끝을 보호하도록 개선됐고, 발뒤꿈치 또한 플랫폼에 좀더 잘 고정되도록 잡아주게 디자인됐다.


세계적인 스포츠 기업이자 올림픽 공식 스폰서인 아디다스도 런던올림픽을 맞아 새로운 올림픽 전용화 아디제로 프라임를 선보였다. 100m 단거리 육상선수 요한 블레이크, 타이슨 게이, 7종 경기 선수 제시카 에니스 등이 신는 이 신발은 270mm 기준으로 99g밖에 되지 않는다. 역시 일반인에게는 지나친(?) 기능성이어서, 아디다스는 아디제로 프라임을 기초로 한 일반용 러닝화 아디제로 페더2’를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육상 전용화의 기능성 경쟁은 늘 치열하다. 그런데 어느 정도 기능을 갖췄으면서도 패션을 고려한 일반용 러닝화 또한 선수용에 이어 출시된다는 사실은 기능성과 디자인을 모두 원하는 대중의 취향을 고려한 것이다. 선수용 또한 기능성을 최대로 고려하지만 대회의 성격이나 시즌에 맞춰 컬러 등에서 디자인적인 배려를 빼놓지 않는다. 이를테면, 런던 올림픽을 겨냥해 나온 러닝화가 빨강, 파랑 등 유니언 잭의 색상을 주로 활용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수영복
말도 많고 탈도 많다가 2010년부터 금지된 전신 수영복은 최고의 기능성에 초점을 맞췄지만 퇴출이라는 마무리를 맞은 특이한 케이스다.


일반 수영복보다 입는 데 몇 배의 시간이 걸리고, 꽉 조이는 착용감 때문에 일반인에게는 효용가치가 별로 없었지만, 수영복 브랜드 스피도와 아레나 등에서 전신 수영복이 나온 이후 수영에서는 세계신기록이 속출했다. 베이징올림픽을 비롯해 2008년 각종 수영 국제대회에서만 무려 108개의 세계신기록이 나왔다.


전신수영복은 익히 알려져 있듯이 폴리우레탄 재질로 몸을 단단히 조여주며, 부력을 높이고 상어의 지느러미에서 힌트를 얻은 특수한 겉면 형태로 물의 저항까지 줄여준다. 그러나 수영복의 힘으로 지나치게 많은 세계신기록이 나온다는 이유로 국제수영연맹은 2010년부터 전신수영복 착용을 전면 금지했다.


전신수영복은 무엇보다 기록이 우선인 스포츠의 세계에서도 용납되지 않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디자인>기능성, ‘논란의 연속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록, 즉 성적이다. 그러나 흥행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기록과는 관계없이 흥행을 위해 경기 유니폼을 변경하고자 하는 시도는 늘 논란을 낳았다.
이러한 시도는 대부분 성차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여성 선수들의 경기에서 보기 좋은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복장 규정을 둔 경우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디자인과 기능성은 완전히 따로 가게 된다.


◇배드민턴, 여자농구의 미니스커트 논란
대표적으로 지난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세계배드민턴연맹(BWF)미니스커트 의무화추진이 있었다.


세계배드민턴연맹은 배드민턴의 고질적인 흥행 부진에 대한 대책으로, 여성 선수들이 의무적으로 미니스커트를 입고 경기에 나서는 방안을 추진했다. 연맹은 이런 규정을 두면 흥행에 도움이 되고, 스폰서 유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았지만, 선수들의 반발이 거셌다. 결국 기능성을 무시하고 보기 좋은 것만을 추구했던 이 방안은 지난해 무기한 연기됐다.
이 같은 해프닝이 배드민턴에서만 벌어진 것은 아니다.


한국 여자프로농구에서도 유니폼이 개혁(?)된 적이 있었다. 프로화 초창기였던2000년 시즌, 한국 여자프로농구는 흥행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에어로빅 의상을 연상시키는 원피스 스타일의 쫄쫄이 유니폼을 도입했다. 하지만 남자 농구선수들처럼 헐렁한 민소매 유니폼에 익숙하던 선수들이 불편하다고 반발하고, ‘성 상품화 논란이 불거지면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러나 여자농구에서 유니폼 변경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한국여자프로농구연맹(WKBL)은 올해 초 올스타전에서 타이트하게 몸에 붙는 상의와 무릎 위로 올라오는 바지 유니폼을 선보였다. 취지는 역시 여성미를 강조하는 것이지만, 여전히 선수들은 불편하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자프로농구 선수는 직접 입어봤지만 아무래도 이전 유니폼이 더 편하다고 전했다.


움직임이 많은 종목인 탁구 또한 스커트에 대해 여성 선수들이 망설이는 종목 중 하나다. 국제탁구연맹 복장 규정에서는 미니스커트가 허용돼 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이 반바지를 택한다. ‘패션보다는 경기에 집중하기 위한 기능성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연아, 손연재, 박태환에 딴지거는 이 없어
피겨 퀸김연아의 종목인 피겨스케이팅이나, ‘체조요정손연재가 묘기를 보여주는 리듬체조 등에서는 수영복을 연상시키는 타이트한 경기복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가 아무도 없다. 수영선수 박태환의 짧은 반바지 수영복 또한 선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히려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것이다.


실제로 복장 제한이 별로 없고, 경기력에 복장이 별로 영향을 주지 않는 골프나 테니스에서는 오히려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모델 뺨치는 스타일을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한다. 테니스의 마리아 샤라포바나 비너스-서리나 윌리엄스 자매, 골퍼 폴라 크리머, 미셸 위 등은 코트 또는 필드의 패션모델이라고 불릴 정도로 패션에 신경을 많이 쓰는 선수들이다.


이는 스포츠 의류에서 디자인은 결국 기능성을 앞에 두고 따라가야만 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런던올림픽이 끝나면, 올림픽에서 분투한 각국 전사들 중 분명 패션 리더들이 탄생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분명 패션, 즉 의상에 앞서 화제가 될 만한 실력을 갖췄을 것이다. 아무리 외모가 아름답고 입은 옷의 디자인이 아름다워도, 스포츠의 세계는 냉혹하다. ‘디자인기능성의 뒤를 따라가야만 하는 운명이다.






이혜은 OSEN 스타일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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