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메이저 패션업체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찾기에 분주하다.
지난 겨울에 이어 봄 장사까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자 기존 방식이 아닌 새로운 대안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현재까지 상당수 기업들이 선택한 방안은 ‘셀렉트숍’ 혹은 ‘셀렉트형 모델’이다. 이미 적지않은 기업들이 셀렉트숍을 통해 마켓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몇몇 기업들은 다점포화에 나서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패션 메이저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놓고 고민 중
아이올리(대표 최윤준)는 이미 「렙」의 유통망을 11개점으로 늘렸으며, 올 가을에도 5~6개 추가할 계획이다. 또 내년에는 남성 전문점도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다.
지난해 명동에 「북마크」 1호점을 오픈했던 현우인터내셔날(대표 이종열)은 지난 8일 청주 성안길에 2호점을 오픈했다. 이 회사는 이미 6호점까지 점포 계약을 마무리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신규 진출도 주목받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김해성)은 올 가을 백화점 유통을 겨냥한 셀렉트숍 「30 Days Market」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33~330㎡의 다양한 사이즈에 따라 변형이 가능하도록 기획했으며, 「제이홀릭」 「지디지디」 「페이탈로스트」 「식스블릿」 등 4개의 자체 수입 브랜드와 국내 홀세일 브랜드 등을 동시에 구성한다. 특히 이 회사는 2주 단위 신상품 출고해 연간 2000 디자인 이상을 선보이는 등 소비자들의 다양성에 대한 욕구를 만족시켜 나갈 방침이다.
캐주얼 브랜드 지프를 전개중인 홀하우스(대표 김성민)은 남성 셀렉트숍 「존 화이트」를 청담동에, 에이션패션(대표 박재홍)은 지난달 가로수길에 「씨에클」을 각각 오픈했다. 엠케이트렌드(대표 김문환)는 이달말 가로수길과 명동에 2개의 셀렉트숍을 오픈하는 등 여성복과 캐주얼 기업들이 앞다퉈 셀렉트숍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코데즈컴바인(대표 박상돈)은 올 가을부터 이대점 등 일부 매장을 인디 브랜드에 할애해 ‘셀렉트형 모델’을 접목할 계획이다. 이대점 330㎡ 규모에 셀렉트형 유통을 구상하고 있으며 안착 이후엔 전국 주요 상권 직영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제일모직도 내년 봄 오픈을 예정으로 남성 셀렉트숍을 준비중 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업 경영자들은 “셀렉트숍은 시장흐름에서는 분명 하나의 대안이고, 현재 메인 스트림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핫 스트리트의 비싼 임대료와 리테일 전문인력 부족, 풍부하지 않은 콘텐츠와 낮은 수익률 등을 감안하면 수익성으로 이어지기엔 어려움이 많다. 단기적인 수익 모델을 쫓기보다는 중장기적인 전략을 세우고, 전문인력 양성과 내부 시스템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며 과거 단기간에 수익성을 올렸던 성장기 모델과는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고 있다.
콘텐츠가 될 홀세일 브랜드에 대해서도 고민이 깊다. 현재 대부분 기업들은 수입 브랜드에 의존하거나 동대문 상품 비중을 높게 가져가고 있다. 그러나 수입 상품은 2배수 안팎의 낮은 배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동대문 상품은 브랜드로서 아이덴티티 구축이나 선기획&수주 시스템으로의 전환이란 숙제를 안고 있다. 또 최근 화제를 몰고 있는 인디 브랜드도 소싱 안정화와 브랜딩에 대한 재투자를 통해 매력적인 홀세일 브랜드로 육성해야할 과제를 안고 있다.
셀렉트숍 비즈니스는 지금 당장은 수익이 나지 않겠지만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내외 브랜드로 콘텐츠가 풍부해지는 1~2년 이후에는 메인 비즈니스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 패션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경기 위축 지속… SPA 강세 예상
SPA 형태에 대한 관심도 높다. 「유니클로」 「자라」 등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국내시장에서 볼륨화를 추진함에 따라 제일모직, 이랜드, 신성통상 등 자금력과 소싱력을 갖춘 메이저 기업을 중심으로 신규 사업이 활발하다.
특히 SPA 모델은 앞으로 △장기간 실물경기 침체와 이로 인한 △구매력 저하 등을 예측할 때 성장잠재력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최근 유니클로 지오다노 등 저가 베이직 시장이 다시 부각되는 것도 이 같은 전조이며, 이에 따라 SPA 시장은 지금부터가 진검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제일모직(개미플러스)은 최근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초 「에잇세컨즈」로 포문을 연 이 회사는 최근에도 강남역 뉴욕제과 자리를 비롯한 주요 상권에 대형 매장을 오픈하기로 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애초 내년까지 5개점을 운영한다는 계획을 수정해 올 연말까지 12개점, 내년까지 20개점으로 늘린다.
신성통상(대표 염태순)은 이달말 대학로에 330평 규모의 「탑텐(Top Ten)」 1호점을, 7월초에는 명동 후아유 자리에 2호점을 순차적으로 오픈한다. 코엑스와 강남역, 천호역 등 3개 지역도 계약을 마무리 했다.
특히 「탑텐」은 △30년 노하우를 가진 신성통상의 소싱 노하우와 △「지오지아」 「올젠」 「유니온베이」 「폴햄」 등을 통해 쌓은 브랜딩 능력, △염태순 회장의 자존심을 건 추진력이 더해 지면서 올 하반기 국내 패션시장의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SPA는 품질과 가격경쟁력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소싱력은 지금과 같이 중국소싱이 무너진 상황에서 단기간에 구축할 수 없다. 신성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수출공장 외에도 미얀마에 종업원 4000명 규모의 내수 전용 공장을 지난해부터 가동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니트와 셔츠, 바지, 재킷 등을 전문화 시켜 생산하고 있고, 내년에는 수트까지 자체 생산할 방침”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신성통상은 주력 브랜드인 「지오지아」를 백화점(앤드지 바이 지오지아)과 노면상권 및 쇼핑몰(지오지아) 양대 채널로 구별하기로 했으며, 3000억원대 브랜드로 키운다는 비전을 세우고 있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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