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랜드가 국내 최고 패션기업의 왕좌를 되찾았다.
지난해 패션부문에서만 1조7339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랜드그룹은 1조6514억원의 라이벌 제일모직을 따돌리고 4년 만에 최고 패션기업으로 이름을 확인했다.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3000억원을 돌파한 「뉴발란스」와 1000억원 대의 「로엠」 등이 매출을 견인하며 전년대비 18.1%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또한 계열사 데코네티션이 1900억원의 매출과 2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턴어라운드에 성공, 날개를 달았다.
이랜드는 올해 SPA 브랜드 「미쏘」와 「스파오」, 「로이드」를 추가로 1000억원대 브랜드로 진입시켜 국내 패션기업 최초 2조원 돌파를 목표하고 있다.
이번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중국 사업의 성장세도 놀랍다. 지난해 중국 이랜드는 「티니위니」 「이랜드」가 3000억원을 돌파했고 「로엠」 「프리치」가 1000억원 대를 넘어서면서 1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들어서도 폭발적인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이랜드는 지난 1분기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32% 늘어난 5000억원을 기록했다. 메가 브랜드들이 견인차 역할을 했다. 대표 브랜드 「티니위니」는 1분기에만 34% 성장한 1094억원을 기록했다. 「이랜드」도 9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두 브랜드는 연말에 각각 5000억 원 이상의 매출이 예상된다.
이밖에 「스코필드맨」 「스코필드우먼」 「플로리」 「포인포」 등이 추가로 1000억원 대 브랜드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피터스콧」 「라리오」 「만다리나덕」 등 M&A를 통해 확보한 브랜드들이 본격적으로 중국시장 영업을 전개하면서 올해 목표 2조1000억원에 청신호를 켰다.
중국 이랜드가 목표를 달성하면 11년 연속 40%대 외형 성장 기록과 함께 중국 매출이 국내 매출을 앞지르는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연속 이랜드를 앞섰던 제일모직은 지난해 침체된 환경 속에서도 16% 대의 외형 성장을 이뤘지만 약 800억원 차이로 이랜드에 뒤졌다.
하지만 내실 면에서는 안정적인 성장을 이뤘다는 평이다. 부문별로 매출을 살펴보면 「빈폴」 「후부」가 속해있는 캐주얼부문이 9233억원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갤럭시」 「로가디스」 등의 신사복 부문이 2487억원, 「구호」 등의 여성복 부문이 3500억원을 기록했다. 이밖에 「골든텍스」 등의 복지·사 부문 매출 750억원과 건설용 멤브레인 224억원이 패션부문 매출로 집계됐다.
제일모직 역시 올해 실적이 기대된다. 2년이 넘도록 심혈을 기울인 「에잇세컨즈」가 본격 영업에 들어간데다 신규브랜드 「빈폴 아웃도어」의 초반 성적이 기대 이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디자이너 서상영을 디렉터로 영입해 리뉴얼한 「후부」와 신규 여성복 「데레쿠니」 「에피타프」가 본 궤도에 오르면 제일모직의 2조원 돌파도 기대해 볼 만 하다.
LG패션도 전년대비 26.5%의 신장률을 기록하며 1조546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패션사업 결합 작업을 완료한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도 전년비 6.3% 신장한 1조1936억원의 매출로 1조 클럽의 위력을 과시했다.
신세계인터, SK네트웍스, 휠라 약진 돋보여
대기업 계열 패션회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과 SK네트웍스(PM컴퍼니)의 비약적인 성장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그동안 신세계인터내셔날과 SK네트웍스는 유독 패션사업에서 삼성·LG·코오롱에 열세를 면치 못했지만 지난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전년대비 23.5% 성장한 8182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SK네트웍스가 무려 47.7%나 성장한 6875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나 대기업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 추세를 이어가기 위해 지난해 인수한 「톰보이」의 정상화 작업에 힘을 쏟고 있어 올해 1조 클럽 가입이 유력시되고 있다. SK네트웍스 역시 지난해 한섬 인수 실패 이후 또 다른 대형 M&A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1조 클럽을 향한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휠라코리아 역시 전년도 6155억원에서 24.2% 신장한 7644억원의 매출을 올려 6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휠라USA, 휠라홍콩 등지의 매출이 반영된 연결재무제표 기준 실적임을 감안했을 때 실제 국내 매출은 4500억원 선으로 파악된다.
매출액 기준 상위 10개사가 지난해 국내 패션시장서 올린 매출은 약 10조3391억원 수준. 전체 패션시장을 40조원 정도로 봤을 때 25% 가량을 상위 10개사가 점유하고 있다는 계산이다. 또 상위 50대 기업을 합치면 20조9732억원으로 집계돼 이들 50개사가 전체 패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개사가 시장의 25% 차지,
5000억대 기업 8개 늘어
상위 10개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7.9%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국내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6.34%)보다 1.5%p이상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50대 패션 기업 평균 신장률 16.5%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상위 50대 패션기업을 조사한 결과 연간 매출액 5000억원을 상회하는 기업이 14개사로 2010년 8개사에 비해 6개사나 늘었다. 5000억원 대로 신규 진입한 기업은 SK네트웍스, 아디다스코리아, 나이키스포츠, 한섬, 골드윈코리아가 있다. 3000억원대 이상 기업도 2010년 19개에서 지난해 23개로 4개사 늘었다.
31개사가 두 자릿수 신장…
영업이익 톱3 케이투, 노스페이스, 한섬
지난해 매출 신장률이 가장 도드라진 기업은 블랙야크다. 이 회사는 2010년 184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무려 64.6%나 올라 단숨에 3000억원 고지를 넘었다.(3028억원)
SK네트웍스가 47.7%로 뒤를 이었고 한국데상트, 평안섬유공업, 케이투코리아까지 5개사가 40%를 상회하는 신장률을 기록했다. 또한 골드윈코리아, 동일그룹(레나운, 드방레), LG패션, 성주, 신세계인터, 더휴컴퍼니 등 12개 기업이 전년대비 20% 넘게 매출이 올랐다. 10% 대 신장 기업은 14개사다.
지난해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기업도 전년에 비해 2개사 늘었다. 20%대도 1개사가 늘어 상위권 기업일수록 내실 지표 역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케이투코리아, 한섬, 골드윈코리아 3개사는 2010년에 이어 2011년에도 영업이익률 톱3를 기록해 가장 알찬 패션기업으로 꼽혔다.
또한 매출신장률과 영업이익률 톱10에 아웃도어·스포츠 기업이 각각 6개사나 포함돼 변함없는 ‘황금어장’임을 입증했다.
순위 변화 크게 없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 심화
2011년 결산 결과 상위 50대 기업의 매출은 20조 9732억원으로 전년 17조9963억원에 비해 3조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50대 기업의 평균 신장률은 16.5%로 상위 10위권 기업의 7.9% 비해 월등히 높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중하위권 패션기업이 큰 폭의 하락세를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상위권 기업의 실적이 개선된 것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글로벌SPA 「유니클로」가 단연 최고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는 「유니클로」 「자라」 「H&M」은 각각 결산기가 달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유니클로」의 FRL코리아는 8월, 「자라」의 자라리테일코리아는 1월, 「H&M」의 에이치앤엠헤네스앤모리츠는 11월 결산이다.
하지만 공시 자료를 토대로 살펴봤을 때 일단 3개사 가운데는 「유니클로」가 가장 압도적인 실적을 기록했다. 2010년 9월1일부터 2011년 8월31일까지 「유니클로」는 전년대비 45.1% 이상 늘어난 328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올라 매출액대비 15.9% 수준인 520억원을 거둬들였다.
11월 결산법인인 「H&M」은 지난해 11월까지 1년간 전년대비 69% 가량 신장한 63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1월 결산법인인 자라리테일코리아는 아직 2011년 실적을 공시하지 않았다.

김정명 기자
kjm@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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