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페이스’의 독주, 예견된 것이었나?

2024-05-15 박정훈 nemo@sailracing.kr

박정훈의 아웃도어 브랜딩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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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노스페이스의 독주는 가히 폭발적이다. 이제는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니다.


그동안 전통 등산 브랜드 정도로만 인식되던 노스페이스는 왜 이렇듯 가공할 만한 상승세를 구가하고 있는 것일까? 블랙야크, 네파, 밀레, 컬럼비아스포츠 브랜드가 코로나 시절 잠깐의 반등 이후 역신장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그렇다면 노스페이스와 이들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리고 노스페이스의 독주는 앞으로도 지속될까?


◇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1위 프리미엄


1999년 이후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본격적인 시작부터 노스페이스는 숱한 유행을 뿌리면서 명실상부 아웃도어 1위 브랜드로 자리매김 했다. 2000년대 중·후반에는 ‘등골브레이커’ ’13바람막이’란 별칭 속에 전국의 중고등학생 교복으로 유명세를 떨치며 아웃도어의 대중화에 기여를 해온 것 또한 사실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노스페이스’와 ‘코오롱스포츠’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브랜드는 편집숍 개념으로 전개되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아웃도어’라는 카테고리로 시장이 정식 명명되기 시작한 2005년부터 준비된 브랜드와 그렇지 못한 브랜드들 사이에 명암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소위 지금의 ‘브랜딩’이라는 개념이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브랜드는 ‘K2’였다. 안전화 중심 브랜드였던 K2가 아웃도어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가동하며 세력을 키워가자 기존 편집숍 위주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속속 가두점, 대리점 형태로 유통망을 넓혀가며 세련되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대기업군에서도 아웃도어 시장에 잇따라 진출했다. LF의 라푸마, 이랜드의 버그하우스, 제일모직의 라스포르티바 등이다. 후에 제일모직은 빈폴아웃도어란 이름으로 정식 런칭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노스페이스가 대장 역할을 하며 아웃도어 시장을 이끌게 된다. 여기에 KBS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의 선풍적 인기에 힘입어 2010년부터 아웃도어는 ‘국민복’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때부터는 노스페이스보다 K2, 블랙야크, 네파, 아이더의 성장세가 무서울 정도였다. 그 결과 노스페이스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블랙야크에 1위 자리를 내어주며 한때 위기를 겪게 된다. 심플하던 아웃도어 제품 디자인이 블랙야크 주도 아래 트렌드화한 절개 형태의 형형색색 디자인으로 바뀌면서 노스페이스는 글로벌 제품에서 연계한 브랜드 정체성까지 흔들리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2016년 이후 전세계적 트렌드가 된 애슬레저 열풍이 이같은 절개 형태의 제품에 새로운 변화를 주게 된다. 여기에 2014년 후반부터 스포츠 마케팅 일환으로 진행해온 대한민국 선수단 공식 후원업체로서 더욱 이름을 알렸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과 함께 엄청난 마케팅 후광을 얻게 된다. 당시 왜 ‘노스페이스’란 미국 브랜드 로고를 한국 대표선수단 유니폼의 가슴에 새겨야 하는가 라는 논란이 있었지만 노스페이스의 상승가도를 막지는 못했다.


노스페이스가 이처럼 국가대표팀을 후원하며 아웃도어 트렌드에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이유는 글로벌 1등 아웃도어 브랜드라는 엄청난 무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오리지널라인과 일본의 퍼플라인 그리고 한국의 화이트라인을 갖춤으로써 이러한 비대칭적 상품군을 통해 어떤 트렌드가 유행하더라도 상호 보완 가능하도록 한 것이 경쟁력으로 작용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 코로나 시기는 왜 노스페이스에 새로운 기회였나?


잘 알다시피 암울했던 코로나 시기는 우리에게 사람과의 접촉을 최대한 멀리하고 아웃도어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그래서 산으로, 들로, 필드로, 바다로 모두를 나가게 했다. 특히 MZ세대가 이러한 트렌드에 민감했다.


이후 자연스럽게 떠오른 것이 2017년 미국을 중심으로 탄생한 ‘고프코어’ 트렌드였다. 고프(GORP)와 놈코어(NOMCORE)의 합성어로 아웃도어 제품을 일상의 옷과 크로스 코디할 수 있는 트렌드를 말한다. 기존에는 아저씨 패션으로 불리며 등산 재킷에 청바지, 운동화 착장이었던 것에서 미국의 셀럽들과 MZ들이 입으면서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확산됐다. 특히 코로나를 거치며 유입된 MZ세대의 아웃도어 액티비티는 한국에서 이러한 트렌드를 더욱 활성화하는 기폭제가 된다. 디스커버리, 내셔널지오그래픽 브랜드가 이같은 트렌드에 편승해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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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준 ‘화이트 라벨’



◇ 노스페이스는 어떠한 노력을 했을까?


노스페이스를 운영하는 영원아웃도어는 당초 글로벌 노스페이스의 생산 밴더였다. 그러다 브랜드의 성장성을 내다보고 라이선스권을 따내 국내 전개에 나서게 된다. 노스페이스는 글로벌 최고 브랜드라는 명성과 더불어 우수한 상품력을 토대로 빠르게 국내 아웃도어 시장을 장악했다. 특히 ‘등골브레이커’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던 2011년, 노스페이스는 ‘화이트 라벨’을 전격 출시하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다.


영원아웃도어가 2011년 화이트 라벨을 출시할 때만 하더라도 당시 아웃도어 시장은 등산 중심의 브랜드들이 성수기를 맞고 있었기 때문에 런칭 시점은 물론 노스페이스의 행보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왜 영원아웃도어는 화이트라벨을 내놓을까? 단순히 백화점에서 자리를 넓히기 위한 서브 라인의 확장 개념인가?’하는 정도의 궁금증 수준이었다. 제품 가격대 또한 오리지날 노스페이스보다 낮고, 캐주얼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브랜드 정체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던 때였다.


그러기를 10년,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 브랜드의 성장과 미국에서 유력 셀럽 및 슈프림 같은 스트리트 명품 브랜드와의 콜래보를 통해 노스페이스는 고프코어 트렌드를 업고 전통적 등산 브랜드에 대한 식상함과 스토리 부재를 돌파할 무기로 떠올랐다.


고가의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라인인 일본의 노스페이스 퍼플 라벨과 미국 오리지널 라인 그리고 한국의 노스페이스 화이트 라벨까지 3각 편대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나아갔다.


◇ 매출은 앞으로도 지속 신장할까?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했던가. 노스페이스의 독주는 이를 바라보는 경쟁 브랜드들로부터 시샘과 부러움을 동시에 받고 있다. 그들은 “노스페이스 총 매출의 30%는 중국에서 나온다. 국내 매출분은 전체의 70% 밖에 되지 않는다”라며 폄하한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은 ‘그렇다면 그들은 왜 중국에 수출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중국 시장을 뚫지도 못하면서 왜 평가절하만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현재 노스페이스가 중국에 수출하는 아이템은 화이트 라벨 중심이다. 현재 중국 아웃도어 시장은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물론 한국처럼 등산이 아닌 다양한 영역으로 시장이 분산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 MZ세대를 중심으로 캠핑 트렌드의 기세가 괄목할 정도로 커지고 있다.


향후 중국 시장 전망은 중국섬유상업협회(COCA)가 2025~2030년 중국 아웃도어 시장 신장률을 20%대 이상으로 예측할 정도로 밝다. 이는 한국의 5~10%대 신장율에 비하면 대단한 수치다. 이를 반영하듯 코로나 시기에 전세계적으로 캠핑용품이 없어 못팔 정도의 엄청난 트렌드가 현재 중국에서 뒤늦게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캠핑 때 입는 라이프스타일 제품군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은데, 디스커버리가 이에 대한 수혜를 1차적으로 받았지만, 최근 들어 제품 히스토리와 브랜드 스토리 측면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자 캠핑 착장용으로 노스페이스 화이트 라벨 제품에 매기가 몰리면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미 중국에서는 노스페이스 각 라벨 색깔마다 어떤 특징이 있고, 그 스토리가 무엇인지 분석하는 등 관심이 뜨겁다.


이같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화이트 라벨의 중국 진출은 노스페이스 미국 본사가 중국에 직진출해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현재는 수출을 하거나 핸드캐리 등으로 중국으로 보내는데, 그럼에도 이 물량이 왠만한 대형 아웃도어 브랜드 매출을 능가한다. 실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이 정도로까지 커지게 된 계기는 2011년, 수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뚝심 있게 유지해온 노스페이스의 브랜드 운영 전략에 있다. 이는 ‘코오롱스포츠’처럼 지난 2014년 등산 일변도에서 벗어나 명품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변신을 꾀했던 것이 최근 다시금 각광받고 있는 것과 같은 흐름이다. 모진 풍파를 견디고 상품력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한 결과라 할 것이다. 이를 시샘하는 브랜드 및 관계자들에게 되묻고 싶다. 그대들은 그때 무엇을 했는가?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현재 재편 과정에 있다. 과거가 아닌 현재, 미래를 보는 형태로의 전환, 과거의 영화는 역사로 간직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그렇다면 나의 브랜드는 어떠한 강점을 가지고 있는가? 스토리는 무엇인가?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는 핵심가치는 무엇인가? 이렇듯 자문하면서 단순히 샘을 내는 것을 넘어 리뷰하고 새로운 방향성을 고객들에게 제시하고 거침없이 나아가야 할 때다. 한국시장뿐만 아니라 중국 및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역량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할 때다.


노스페이스의 상승세는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어쩌면 당분간이 아니고 계속해서 신장할 수도 있다. 따라서 당장의 현재 매출도 중요하지만,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진정한 브랜드 가치를 다시 한번 신중히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그래야 여러분의 브랜드도 미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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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페이스는 슈프림과의 협업 등 아웃도어 브랜드의 파격적인 면모를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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