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서양에서도 꽃미남이 대세

2024-03-15 박진아 칼럼니스트 jina@jinapark.net

박진아의 글로벌 트렌드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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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시 샬라메가 베니스 영화제에서 입은 빨강색 점프슈트 의상. 그는 이듬해 2023년 봄 샤넬의 ‘블르드샤넬’ 남성용 향수 라인의 모델로 전력 영입됐다.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서양 대중문화에도 티모시 샬라메가 선도하는 꽃미남 시대가 개막됐다.


지난 2월 28일 극장 개봉작 ‘듄:파트 2’ 홍보차 한국을 방문한 배우 티모시 샬라메(Timothee Chalamet). 그는 서른 살이 다 된 성인인데도 미소년 같은 앳된 얼굴과 가녀린 몸매로 부드러운 젠틀맨 감성과 모성을 자극하는 매력을 한 몸에 구현하며 전 세계의 여성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잘 생겼지만 각진 이목구비와 우락부락한 근육질 체격을 갖춰야 전통적 미남 축에 낄 수 있던 이제까지의 엘리트 할리우드 남자 이상형과는 사뭇 대조적인 외모의 소유자다.


◇ ‘프리티 보이’, 더 이상 아시아만의 미남 기준 아냐


얼마 전까지 서양 주류 연예계에서 우리나라의 K팝 남성 아이돌 그룹을 비롯한 아시아의 ‘꽃미남’ 연예인들은 여성스럽고 나약해 보인다고 조롱받곤 했다. 이제 그들은 ‘프리티 보이’ 샬라메가 혜성처럼 몰고 온 인기를 목격하고 그의 새로운 남성미를 가리켜 인습을 거부하는 ‘전복적 남성성(subversive masculinity)’이라 이름하고 새로운 남성미의 표준을 주류로 수용하기 시작했다.


웨스 앤더슨(Wes Anderson) 감독은 2021년 7월 그의 칸느 출품작 ‘프렌치 디스패치(The French Dispatch)’에서 아트하우스 영화계의 최고 촉망 신인 샬라메를 좌파 혁명 운동가로 등장시켜, 정장차림에 자유분방한 머리 스타일을 한 채 줄담배 피우던 1960년대 파리 보헤미안 스타일을 시각화시켰다.


같은 해 방영된 미래 공상과학 영화 ‘듄:파트 1’에서, 드니 빌뇌브 감독은 샬라메의 얼굴을 한 화면에 가득 채운 클로즈업 씬을 영화 곳곳에 심어 넣고 당시 27세 난 샬라메의 용모를 한껏 흠모하며 다가올 ‘프리티 보이(pretty boy)’ 즉, 서양판 꽃미남 전성시대를 예고했다.


2022년 9월 초가을, 샬라메는 베니스 영화제 레드 카펫 행사에서 디자이너 아이더 아커만(Haider Ackermann)이 디자인한 등이 훤히 노출된 빨간색 점프슈트를 입고 등장해 주목과 스캔들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통상 목에 걸치는 홀터백 백리스(backless) 컷, 맨팔이 드러난 무소매, 빨강 색상, 점프슈트는 섹시함을 강조하기 위해 전략적 노출을 연출한 여성 파티 드레스의 전형적 요소다.


샬라메의 빨간색 점프슈트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일제히 타전된 순간, 팬들은 여성 의상을 남자가 입고 나왔다는 사실에 열광했고, 패션 언론은 일제히 주목했으며, 헤라클레스를 연기한 남성파 배우 케빈 소르보(Kevin Sorbo)는 할리우드 남자 배우의 여성화를 개탄하는 성명서를 냈다.


뉴욕타임스, 보그, GQ 등 서구 언론은 티모시 샬라메가 뉴욕 성장기 시절 몸에 맞는 옷을 사기 위해 탑샵(Topshop)을 자주 갔었다는 인터뷰를 들어 그를 넌바이너리(nonbinary) 패션을 선도한 전복적 남성상의 선구자라 평하기도 했다.


2023년 5월, 샬라메는 샤넬의 남성용 향수 라인 블르드샤넬(Bleu de Chanel)의 전속 모델 계약을 체결하며, 브래드 피트와 패럴 윌리엄스를 뒤잇는 21세기 이상적 현대 남성미 변천사의 한 획을 긋는 얼굴이 됐다. 샤넬은 기성세대 소비자 사이에서 디오르와 글로벌 명품업계 양대 축을 형성하는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틱톡(TikTok) 소셜미디어에서만은 아직도 톱 5 인기 서열에 못 낄 만큼 Z세대 사이에서 인지도가 뒤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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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도 네일아트를 할 수 있다고 당당하게 선언한 미국 가수 해리 스타일스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플리징(Pleasing)’을 창업하고 넌바이너리 소비자의 미적 욕망을 자극한다. 사진 출처: pleasing.com



◇ 서구의 꽃미남 현상은 K팝 보이그룹이 구축한 결실


벌써부터 ‘듄:파트 2’의 흥행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샬라메를 브랜드 홍보대사로 기용한 샤넬의 Z세대 소비자 포섭은 시간문제다. 샬라메의 최대 팬층은 여성이며, 남성용 향수의 주 구매자는 파트너나 남편에게 줄 선물을 구매하는 여성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글로벌 명품업계도 서둘러 샤넬을 본따 모델 및 홍보 대사를 30대 이하 연령대의 ‘Z세대’로 교체 기용하는 추세다.


예컨대, 디오르는 라 프리베 향수 컬렉션의 미국 홍보대사로 21세의 칼렙 맥러플린으로, 그리(Gris) 향수 모델을 20대 모델들로 대거 교체했다. 아르마니 뷰티 화장품도 20대 홍보대사 8명을 새로 채택했다. 디오르는 조니 뎁을 뒤이을 남성용 향수 소바쥬(Sauvage) 모델로써 요즘 Z세대 미의 기준에 호소할 만한 20대 모델을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가운데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의 K팝 남자 아이돌 브랜드 홍보대사 기용 트렌드는 계속된다. ‘한류’를 주도하는 K팝 아이돌이 의존하는 활동 주 무대는 온라인 미디어와 SNS다.  그 결과 일찍이 BTS는 전 7명 멤버가 루이뷔통 브랜드 홍보대사로 활동했다.


BTS 슈가, RM, 지민은 각각 2023년부터 발렌티노, 보테가 베네타, 디오르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EXO의 카이(Kai)는 구찌, NCT 127의 태용은 로에베(LOEWE)의 글로벌 홍보대사가 된 이후로 이 프랑스 브랜드를 2023년 2분기 젊은이들 사이 가장 핫한 브랜드로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됐다(자료: Lyst). 이들 모두 티모테 샬라메 나이대의 Z세대 젊은 아티스트들이다.


신라시대 집필된 『화랑세기(花郞世紀)』 문헌에 따르면 화랑 우두머리 풍월주들은 외모가 출중한 데다가 얼굴에 화장을 해서 낭도들 사이서 권위와 사기를 드높였다고 한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던 고대 로마의 시구처럼, 신라인들도 아름다운 육체에 아름다운 정신이 깃든다며 신체적 아름다움을 중시했던 것이다.


그러한 꽃처럼 아름다운 화랑들의 용모로 표현된 용기와 정의의 정신은 다시 21세기 K팝이라는 소프트파워로 돌아와 글로벌 주류 할리우드의 남성상을 재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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