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혁명가이자 현시대와 미래의 아이코닉

2024-02-29 김희정 기자 heejung@fi.co.kr

임선옥 / 파츠파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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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옥 '파츠파츠' 대표



그녀의 디자인 철학과 혜안을 이 한 페이지에 다 담아낼 수 있을까? 지속가능에 대한 그녀의 고민은, 너와 나 그리고 대한민국을 넘어 전세계의 그것을 합한 것보다 깊다 할 수 있다. 그녀의 집념 혹은 끈기와 도전이랄까. 시간을 관통하는 모든 단어를 모아야 바로 임선옥 대표와 파츠파츠 브랜드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파츠파츠 임선옥 하면 떠오르는 모습이 있다. 검은 사각 선글라스에 블랙 의상. 이것만으로도 이미 그녀는 패션계의 아이코닉이 아닐까. 아이코닉은 특정한 분야나 문화에서 독보적인 영향력과 인지도를 가지고 있을 때 붙일 수 있는 단어다. 그렇다면 무언가의 상징이 된다는 것, 그 시대 혹은 그 분야의 뚜렷한 그림이 된다는 건 대표 혹은 중심을 의미할 것이다. 또 많은 사람들에게 인상적이며 깊은 영감을 주었거나, 장르나 스타일을 혁신 또는 정의했을 때에야 비로소 쓸 수 있는 말이 아이코닉일 것이다. 단언컨대 그녀는 친환경 패션의 아이코닉이다.


아이코닉한 것들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분야에 깊이 연구하여 전문적이면서도 창의적인 것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독특하면서도 정체성을 잃지 않아야 하고 이 모든 것을 갖춘 상태에서 대중의 관심과 인정, 그리고 사랑도 받아야 한다.


지금의 그녀를 있게한 브랜드 파츠파츠 또한 임선옥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동시에 사회적인 메시지를 품고 끊임없이 전달하고 있기에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코닉임에 틀림없다.


그녀는 조용한 혁명가다. 본인의 패션 철학과 네오프렌 소재의 연구, 파츠파츠의 독창적 프로세스까지 이 모든 것은 패션계가 나아가가야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그녀는 패션계의 혁명가다.


서울패션위크 24FW 준비에 한창인 임선옥 디자이너를 부암동 파츠파츠 쇼룸에서 만나 파츠파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들어보았다.


Q / 두 입술이 맞닿아 내는 파열음이 경쾌하다.  파츠파츠, 소개 부탁한다.


파츠(Parts)와 파츠(Parts)가 만났다. 조각과 조각을 연결해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들었다. 그것이 파츠파츠다. 아이덴티티가 없으면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멀리 보고 길게 가고자 했다. 지속가능을 하나의 철학으로 삼았다. 부침(浮沈)이 많을 수밖에 없는 패션업 특성상 디자이너로서의 고민과 회사 대표로서의 고민이 깊었다. 예술로만 여긴다면 오래 갈 수 없다. 비즈니스로서 브랜드만의 고유영역을 구축해야 했다. 네오프렌이 답을 가져다 주었다. 복잡한 디자이너의 삶을 네오프렌이라는 단 하나의 소재에 투영시켰더니 일관성과 변화, 두 가지 모두가 충족되는 브랜드 페르소나가 되었다.


Q / 브랜드가 가진 장점, 그리고 타깃층은?


한 가지 소재로 오래 입을 수 있는, 재고가 남지 않는 옷에 집중했다. 이 집중의 결과가 바로 파츠파츠가 가진 힘이자 장점이다. 패션업에서 그 중에서도 여성복에서 한 가지 소재로 10년 이상 살아남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경쟁은 치열하고 변화 속도는 매섭다. 그래서 옷을 만들기 전에 철학을 먼저 세웠다. 어떤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브랜딩이 갖춰졌을 때 오래도록 이어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단일한 소재에 다양한 태도를 투영했더니 끊임없는 변주가 가능해졌다. 무엇보다 업계의 커다란 숙제로 주어진 지속가능과 재고부담, 이 두 가지가 모두 해결됐다. 그 누구도 쉽게 해내지 못한 걸 해내고 있다고 자부한다. 파츠파츠가 증명해내고 있다. 지속가능에 맞췄더니 타깃층 역시 자유로워졌다. 나이에 상관없이 지속가능에 관심이 있는 누구나 파츠파츠의 고객이 될 수 있고 실제로 되고 있다. 동시에 유행과 트렌드에도 구속받지 않게 됐다. 에이지리스(ageless)와 시즌리스(seas onless)가 가능해졌단 얘기다. 경계가 없으니 무한대로 펼쳐지고 영역도 나눠지지 않으니 모두를 흡수한다.    


Q. 모두가 고객이 될 수 있기에 롱런이 가능한 것 같다. 비결이 궁금하다.


예전에는 정보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인 한정적이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정보의 홍수 시대다.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정보가 넘쳐난다. 그래서 오히려 선택과 집중이 어려운 것 같다. 이럴 때에는 오롯이 나에게 집중해야 한다. 내가 가진 역량과 재능을 믿고 꾸준하게 가다보면 어느덧 성장한 내가 보이고 브랜드의 방향이 보인다. 그만큼 걸리는 시간도 길다. 10년 이내에는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이익에 좌우되서는 오래 갈 수 없다. 일단 꾸준함과 지속성을 믿어야 한다. 이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Q / 모든 질문의 답은 내 안에 있다고 한다. 옷 만들 때 무슨 생각을 주로 하나?


당연히 ‘옷’에 대해 생각한다. 한결같이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철학이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을 뿐더러 단시간에 브랜드에 입혀지지도 않는다. 이것이 시간과 함께 해온 브랜드의 내공이고 역사다. 좁게는 파츠파츠의 팀워크, 넓게는 패션업계의 시스템에 대해 생각한다. 모든 것이 시계 속 톱니바퀴처럼 서로가 맞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시계가 정확한 시각을 알려줄 수 있는 것처럼 나와 우리 팀도 패션이라는 거대 시스템 속에서 뚜렷한 기준을 만들어 흔들리지 않는 정체성을 유지해 나갈 수 있다. 이를 위해 늘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답을 구한다.


Q / 디자인 영감은 어떻게?


특별한 곳에서 찾지 않는다. 13년간 이어온 시간이 영감의 원천이다. 계속하고 있으므로 그 안에서 영감이 나온다. 잘한 것은 잘한대로 부족한 것은 부족한대로 보완하기 위해 ‘다음’이 만들어진다. 그 다음이 ‘다름’이 되고 ‘발전’이 되어 선순환을 일으킨다. 매일의 일상에서 크리에이티브한 요소가 발견된다.


Q / 24FW 컬렉션 주제는? 어떤 점을 강조하고 있는지?


이번 컬렉션은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현재와 미래를 함께할 스토리로 재해석된 아카이브 컬렉션을 선보인다. 파츠파츠의 시간을 역사화했다.


매순간 충실해서일까? 임선옥 대표에게 가장 좋은 시절은 바로 지금이라고 한다. 목표나 꿈보다는 현재를 어떻게 채워야하는지를 먼저 생각한다. 현재는 과거에서 비롯된 것이며, 미래 역시 현재가 이어지는 것이기에 임선옥 대표와 파츠파츠의 지속가능은 미래의 신기루가 아닌 현재의 답안이 되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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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FW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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