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것, 세상이 모르던 가치를 보여주다

2024-01-25 조윤예 기자 choyunye@gmail.com

‘찾아내는’ 디자이너 김지용 / ‘지용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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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SFDF(삼성패션디자인펀드) 수상자 김지용 디자이너는 COVID 19 팬데믹과 인스타그램이 없었다면 오늘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일본문화복장학원을 거쳐 영국 세인트마틴에서 패션을 전공한 그는 졸업작품을 선보일 쇼가 팬데믹 때문에 취소되자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하나씩 자신의 작품을 소개했다. 직접 촬영한 사진을 보고 유명 패션 포토그래퍼 마크 히비트에게서 러브콜이 왔고, 그렇게 촬영한 룩북을 통해 일본 편집숍 ‘그레이트(GR8)’가 모두 바잉하겠다는 오더를 내렸다. 그것이 그의 브랜드 ‘지용킴(JIYOUNGKIM)’의 시작이었다.




◇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뚫고 나온 저력


수많은 포스팅이 범람하는 환경이다. 김지용 디자이너의 의상을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전부 바잉하겠다는 결정을 하도록 하는 데는 그의 어떤 저력이 전달 되었던 걸까. 인스타그램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누구에게나 기회가 되지는 않는다. 어릴 때부터 그의 꿈은 패션 디자이너, 더 정확히 말하면 유명한 패션하우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다.


‘취업’에 포커싱이 된 한국의 교육 과정이 마음에 들지 않아 선택했던 일본문화복장학원도 뜻밖에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자 하는 열정이 있는 사람들만 모이는 곳이 아니었다.


“세상에서 가장 입학하기가 어려운 학교에 진학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경쟁을 뚫고 들어온 이들과 경쟁하고 같이 공부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선택한 것이 세인트마틴이었고, 정말 뜻대로 치열하고 서로 배울 점이 많은 친구들이 모여있는 곳이었습니다. 학사 4년을 거친 후 남성복 전공 석사 과정 정원 2명 중에 한 명으로 선정돼 석사 2년까지 마치게 됐죠.”


대학 3학년부터 나갈 수 있었던 인턴십을 통해 루이비통과 르메르에서 버질 아블로, 크리스토퍼 르메르와 함께 일했고, 이 시간을 거치면서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하겠다는 생각을 더 확고히 굳혔다. 목표가 확실했던 그의 졸업 작품은 보통 1년 전부터 준비하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2년의 작업과정을 거치게 된다.  


“늘 집중했던 건 ‘세상에 없었던 것’들을 세상에 선보이고자 하였던 것이었습니다. 모델이 입었을 때 멋진 옷이라기 보다 세상에 없던 옷을 보여주고 싶었죠.”



◇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있다’


‘하나밖에 없는 것’들에 관심이 많았던 그에게 우연히 다가온 아이디어는 ‘선 블리치’ 기법이다. 머리를 짧게 깎고 비니를 쓰고 다니다가 생긴 빛에 그을린 자국이 멋있어 보이던 어느 날, 파리 쌩투앙 빈티지 시장에서 커튼이 햇빛에 의해 스트라이프 문양을 만들며 얼룩진 것을 보고 꾸준히 모으게 된 것이 영감이 됐다. 현재도 패브릭을 고를 때 가장 먼저 선 블리치가 되는지 안 되는 원단인지 체크한다. 당연히 원단마다 낼 수 있는 색의 한계도 확연하다.


“적당한 제한을 즐기는 편입니다. 남들보다 더 많은 계획과 준비 하에 제한된 영역 안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 또한 재밌구요. 엄청난 제한이 따르지만, 그 안에서 또 영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선 블리치라는 기법 안에서도 다양한 변주를 시도한다. 이를테면 선보인 컬렉션의 ‘팩 티셔츠’. 팩에 담긴 채 길거리 가판대에 놓여 팩 모양대로 퇴색됐던 기념품 티셔츠에서 영감을 받아 팩 커버에 로고를 프린트한 채로 진공팩에 압축한 뒤 선 블리치를 통해 로고가 새겨진 것처럼 보이도록 한 티셔츠다. 선 블리치 기법은 화학적인 가공이 필요 없고, 버려지는 소재들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지속가능성과 맞닿아 있다. 지금 현재의 패션 씬이 가장 원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지용킴이 하입을 얻어낼 수 있었던 우연의 조각이기도 하겠다. 런칭 3년, 어느새 정체성이 되어버린 선 블리치 기법 외에 ‘다음’의 와우 포인트가 궁금했다.


“실은 지용킴을 선 블리치로 다 말할 수 있는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패턴 개발과 실루엣 개발, 디테일 개발에 아주 많은 시간을 투자합니다. 선 블리치 때문에 많은 분들이 알게 된 건 맞지만 그 외의 모든 요소들이 팬들이 지용킴을 좋아하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 돈으로 살 수 없는 옷


“일본에 최근에 출장을 가서 빈티지숍 구경을 하는데 점원이 입은 바지가 지용킴 초창기 시즌의 바지였고 신발도 룩북에서 스타일링했던 신발을 어떻게 구했는지 신고 있었어요. 그가 말을 걸었고, 지용킴의 옷이 30피스 가량 걸린 행거 사진을 보여주는데 너무 신기했어요.”


공유 오피스를 3명이 나눠 쓰면서 시작해서 모든 라벨을 손으로 직접 쓰고, 첫 시즌 오더를 쳐내느라 다음 시즌 오더를 받아도 컬렉션이 없었던 처음을 생각하면 지금이 기적과 같다는 그다.


“그런 의미에서 남의 말은 들을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내가 집중하고자 하는 것에 노력을 다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SFDF의 19기 수상자가 되고, 올 3~4월 오픈 예정인 도버스트리트마켓 파리 지점 오픈 브랜드 리스트업에 오르기도 한 지용킴. SFDF 수상 이후 10꼬르소꼬모 한국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했지만, 주로 구매대행을 통해 지용킴의 옷을 구매해야만 했던 국내 팬들을 위해 만들고 있는 웹사이트가 요즘 김지용 디자이너의 최대 관심사다. 24AW 시즌 디자인을 마치고 샘플링 중인 그가 ‘꽂혀서’ 듣고 있는 음악은 1970년대 아프리카 일렉트릭 뮤지션 BODO의 ‘Mammane sanni Abdoulaye’. 세상에 없었던 것을 보여준 브랜드, 그리고 사람들이 가치 없다고 여기던 것들을 보는 시선을 바꾼 브랜드로 각인되고 싶다는 지용킴의 다음 시즌이 어떻게 전개될지, 그가 ‘찾아낸’ 세상 유일한 옷이 무엇이 될지 어쩐지 더 흥미로워진다.


“세상의 어떤 옷은 돈으로 살 수 있죠. 지용킴의 옷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옷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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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밖에 없는 것’들에 관심이 많은 김지용 디자이너에게 세상은 그 자체가 영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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