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를 이야기하는 태도

2023-12-15 조윤예 기자 choyunye@gmail.com

김세형 / 아조바이아조 대표

‘아조바이아조’가 통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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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FW 서울패션위크에서 ‘바이어가 주목한 다시 보고 싶은 패션쇼 톱5’, 방콕의 대표 쇼핑몰 ‘SIAM 디스커버리’에서 ‘아더에러’, ‘앤더슨벨’과 나란히 서울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인기를 얻으며 ‘베스트 셀러 브랜드’로 선정된 라이징 스타 브랜드.


요즘 핫한 ‘아조바이아조’의 김세형 디자이너와 만났다. 20대에 시작해 30대를 맞고, 2016년 을지로의 작은 매장에서 시작해 글로벌 브랜드로 발돋움하고 있는 지금, 그의 생각은 어디쯤에 닿아 있을까.


“아조바이아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친구를 만나 클럽에 가기 전, 낮에는 전시 하나를 보는 사람 아닐까요?”


김세형 아조바이아조 대표의 브랜드 마니아층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다.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가는데 있어 페르소나에 대한 정의만큼 중요한 건 없으니까. 많은 셀럽들로부터도 사랑 받고 있으니, 그 중에서는 찾을 수 있을까?  


“우리 옷을 좋아하는 셀럽이라면 BTS의 정국 님이 대표적이죠. 실은 만나거나 협찬을 해 준 적도 없는데 직접 구매해서 입고 있어요. 고마울 따름입니다.”


아마 정국이 세계적으로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이 아니었다면, 김 대표의 말대로 친구와 주말 낮에 만나 전시를 보고 클럽으로 향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는 마니아층에 대해 섣불리 정의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우리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을 무엇으로도 정의할 수 없다고 생각할 거라고 봅니다. 어렴풋이 파악하는 그들의 정체에 대해 확실한 점은 그게 전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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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조바이아조, 서울패션위크 24SS 컬렉션



◇ 과거와 현재, 탐구와 믹스


아조바이아조는 패브릭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외주 작업을 하던 패션 스튜디오 아조에서 시작됐다. 무대 의상, 패키지, 현대 미술 전시 등 다양한 범위에서 활동하다 자신만의 의상 레이블을 갖고 싶어 만든 것이 아조바이아조다.


첫 매장이자 사옥은 을지로 감성 그 자체였다. 당시 공동대표였던 황인섭 대표가 만든 카페 겸 바 ‘애프터 저크 오프’는 어디서도 볼 수 없었지만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유니크한 컨셉(당연하게도 동양적인 무드가 독보적인)의 과감한 비주얼로 단번에 을지로를 찾는 힙한 패션피플들을 사로잡았다.


“당시의 을지로는 간판도 없는 다양한 종류의 샵들을 찾는 재미가 있었죠. 거기서 형성되고 있는 언더그라운드 문화, 마이너한 감성이 좋았어요. 현재는 그런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고 ‘힙지로’라는 단어는 민망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가 된 듯해요. 지금 사무실을 성수로 옮긴 이유죠.”


상업적인 이유로 매장 역시 성수동 근처로 찾고 있지만 김 대표가 원하는 곳은 사실 통의동이다. 예술적인 공간, 갤러리들이 모여 있고 현재와 미래가 묘하게 교차하는 곳이라 아조바이아조의 페르소나와 가장 어울리는 장소라는 생각이다. 어쩌면 통의동이 머지 않은 미래에 서울의 패션 핫플레이스가 될 수도 있겠다.


런칭 초기부터 드랙퀸, 트렌스젠더, 장애인, 노인 등 사회 비주류에 속하는 이들을 브랜드의 얼굴로 담아내고 있는 아조바이아조. ‘아웃사이더의 감성’을 표현하는 브랜드로서 출발했으나 최근의 인기몰이 덕에 오히려 가장  ‘주류의 감성’을 대표하게 된 듯 하다. 그렇다면 브랜드의 근간, 20대와 아웃사이더의 감성을 유지하기 위해 디자이너이자 오너로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궁금했다.


“20대 나이에 브랜드를 시작했을 때는 다양한 문화가 있는 공연장, 클럽, 파티를 부지런히 다니면서 동시대의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즐기는 데 집중했어요. 그래야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나이가 들어 30대가 된 지금, 조금 다른 접근 방법을 써야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30대의 시선으로 20대를 바라보며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된다는 그는 현재의 40~50대가 30대였을 때, 20대를 바라보았던 결과물들을 많이 찾아보고 있다고 한다. 책, 만화책, 영화, 전시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과거의 것들을 현재로 가지고 와 탐구하고 있고, 이것을 믹스하며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 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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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장과 변주 사이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아조바이아조는 국내뿐 아니라 최근 해외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비주류를 이야기하는 브랜드였지만 어느덧 주류가 된 셈이다. 몇 년 전의 을지로가 마이너한 감성으로부터 시작해 만인의 힙지로가 된 것과 비슷하다.


“우리 브랜드는 비주류를 이야기하는 브랜드로 시작했고, 벌써 7년이 흘렀습니다. ‘비주류를 이야기하는 태도’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 사람들에게 주목받을 수 있는 시대를 사는 나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아조바이아조가 추구하는 스트리트 패션이 대세로 자리잡은 요즘, 이 유행은 확장되고 변주 되어야 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아조바이아조는 스트리트 브랜드의 화법을 유지하는 동시에 아시안 무드를 잃지 않으며 끊임없이 확장하고 변주하고 있습니다. 이 점이 우리 브랜드가 해외 시장에서도 더욱 주목받을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요?”


김 대표의 말처럼 아조바이아조의 디자인이 해외에서 각광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동양적인 요소’를 잃지 않는다는 점에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자신의 디자인에 동양적인 요소를 포인트로 넣는 특별한 테크닉이 있는지 궁금했다.


“실루엣입니다. 길이와 부피감이 서로 다른 옷을 다양한 방식으로 레이어드해 완성된 실루엣은 브랜드 고유의 동양적인 무드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합니다.”


룩북으로 보여줄 때 꽤 어려운 옷이라는 평을 듣는 아조바이아조의 옷은 제품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오히려 어렵지 않다. 오버사이즈를 재미있게 느낄 수 있는, 스타일링으로 만들어 내는 실루엣, 어렵지 않은 옷으로 고도의 감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탁월함이 바로 김세형 디자이너가 가진 테크닉이자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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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개성이란 개개인에서 발견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다가올 24 FW 컬렉션을 위한 영감은 6년전 대만에서 본 ‘CHIEN-CHI CHAN'G의 THE CHAIN’이라는 작품에서 받아 진행하고 있다. 환자들을 증상별로 구분, 체인으로 묶어 비인간적으로 관리하던 대만의 정신병원을 고발하는 대만 사진 작가의 작품이다.


“하나의 묶음으로 만들어진 환자들은 멀리서 보았을 때 하나의 이미지로 읽히지만 그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개개인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는 점에 주목했어요. 현재 패션의 트렌드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결국 옷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자 ?求쩝熾?대한 이야기를 이 작품과 엮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트렌드에 뒤떨어져 보이고 싶어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의 개성을 표출하고자 하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매 시즌, 인상적인 슬로건을 선보이는 것 역시 아조바이아조의 새 컬렉션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장 사랑받았던 슬로건은 ‘DON'T BURN OUR FUTURE’. ‘아시아의 서브컬쳐’를 대표하는 브랜드로서 현재 ‘아시아의 서브컬쳐’는 ‘정확한 대상이 없는 분노와 그것에 대한 표출’이라고 답했던 김 대표다. 거기에 이만큼 들어맞는 슬로건이 또 있을까.


“다양한 문화 속에서 20대들은 그것들을 분출하고 있고 그것을 정확하게 설명하기엔 모호한 말들로 가득하지만 적어도 그 정서를 서로 공유하며 위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타겟층의 마인드를 이처럼 정확하게 겨냥하는 슬로건은 어디서 영감을 얻는 것인지도 궁금했다.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오는 다양한 시위 현장 사진을 보는 것을 좋아해요. 시위에 들고 나오는 모든 피켓의 문구는 그 시위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있지만 그 메시지는 개개인에게 또다른 의미로 다가갈 수 있죠. 이 부분이 굉장히 흥미롭다고 생각했고, 그 이후로도 꾸준히 시위 피켓 문구를 둘러보고 있습니다.”


다만 앞으로 슬로건을 통한 메시지 전달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한다.


“슬로건은 그 문장 하나에 힘이 있어 좋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러한 문장이 하나의 설교처럼 다가오기도 하더라구요. 이제부터는 조금 더 다른 방식의 메시지 전달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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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패션위크 24SS 백스테이지



◇ 새로운 시각과 재해석으로 똘똘 뭉친 디자이너


한편 월드와이드브랜즈의 투자 이후의 행보는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성과를 보이고 있다. 국내외의 패션쇼 개최를 통해 올해는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직접 만나기 힘든 국가들로부터도 오더가 발생했다. 파리의 대표적인 럭셔리 홀세일 전시 트라노이를 통해서도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한 바 있지만 더 적합한 해외 비즈니스 형태를 찾는 중.


“투자를 받은 이후 영업, 마케팅, 유통, 물류 등 멋진 옷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모든 물리적인 분야를 지원받고 있어 편해졌어요. 브랜드를 잘 하는 것보다 어려운 건 오래하는 것이죠. 이를 위해 회사가 커져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꼭 필요하지만 혼자 감당하기 힘들었던 많은 것들에 크게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한 영역은 전혀 간섭하지 않는 점이 성공적인 파트너십의 핵심이 아닐까요?”


내년 1월에 열리는 MAN/WOMAN 수주회에는 트라노이 전시 참가 이후 첫 해외 진출 프로젝트로 참가할 계획이다.


여러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해 왔던 그가 앞으로 협업하고 싶은 브랜드도 궁금했다.


“아버지가 옛날에 구매해서 지금까지 입고 다니는 닥스 재킷을 우연히 입어보고 세대의 교감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재해석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연 닥스와 함께 협업해보고 싶습니다.”


힙하고 멋진 헤리티지를 갖은 브랜드는 굉장히 많지만 한국의 아버지, 어머니의 삶에 있었던 브랜드와 요즘 브랜드가 만나 생기는 새로운 교감을 재미있는 결과물로 낸다면 패션 그 이상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동안의 발자취를 발판 삼아 앞으로는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지 또한 물었다.


“그저 똑똑한 디자이너이고 싶습니다. 멋진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와 옷을 잘 파는 디자이너, 둘 중 하나를 택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 의미에서 롤모델은 레이 가와쿠보죠. 예술적인 행보에 있어 코어가 탄탄하고, 상업적인 행보의 결과물마저 전혀 촌스럽지 않아 가장 존경하는 인물입니다.”


끊임없이 좋은 옷을 만들기 위해 탐구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옷, 끊임없이 개발되는 새로운 소재와 부자재, 끊임없이 변화하는 트렌드와 같은 것들을 피곤해 하지 않고 재미있어 하는 인재들과 함께 할 아조바이아조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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