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푸, 월마트 철수를 보며
2006-06-02박찬승 기자 pcs@fi.co.kr

할인점업계 세계 1, 2위 업체가 한 달 간격으로 국내시장 철수를 발표했다.
세계 1위 업체인 월마트는 8천250억원에 16개 매장을 이마트에, 세계 2위인 까르푸는 1조7천500억원에 37개 매장을 이랜드에 넘겼다.

까르푸는 한국 소비자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지 못해, 월마트는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해 철수하게 됐다고 말한다.

전문가와 업계에서는 이번 일을 두고 갖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 업체가 세계적인 글로벌 업체를 이겼다며 흥분하는 이도 있고, 일각에서는 한국적 시스템이 세계적인 시스템보다 낮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또 이러한 시스템이라면 세계시장에 나가서도 앞설 수 있을 수 있을 거라고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시장 방어를 위한 것이든 성장을 위한 것이든, 또 인수 금액의 적정한지 여부를 떠나서 할인점 시장을 두고 벌인 M&A경쟁에서 이겼다는 점에서 관련업체는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과연 이들만 잘해서 이긴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자금력과 의지로 M&A를 성사시킨 것은 맞다. 하지만 이를 성사시킬 수 있는 가장 큰 힘인 국내시장에서의 앞선 경쟁력이고, 이는 협력업체의 도움이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온리 브랜드라는 제한 속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 출시를 위해 투자와 노력을 함께 했던 이들에 대한 평가가 최소한 패션업계에서만이라도 있어야 할 것이다.

국내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 더욱이 세계시장에서 도전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매입 능력이다. 이는 결국 협력업체의 도움과 노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월마트는 자체 인공위성까지 보유해 물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까르푸도 국제 표준화된 기준과 원칙을 갖고 기업을 운영하는 곳이다. 시스템 면에서 여전히 우리 업체를 앞서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전문가 중에는 까르푸 철수를 현지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까르푸 역시 2003년부터는 신규점에 패션을 강화하는 등 국내시장 특성에 맞는 현지화를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문제는 협력업체의 도움을 많이 받지 못해 만족할 결과치를 얻어내지 못했을 뿐이다. 상암월드컵점 사례가 그 예다. 당시 까르푸 매입부에서 근무했던 한 바이어는 “입점을 결정했거나 심지어 입점한 업체도 여타 할인점이나 백화점 눈치 때문에 취소하거나 철수한 업체가 많았다”며 시스템보다는 힘의 논리가 작용했음을 강조했다.

외국 기업에 대한 보이지 않는 배타성도 작용했다. 물론 이러한 감정을 갖게 한 것은 까르푸의 잘못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에 이랜드까지 토종 유통업체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하거나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힘의 논리와 배타성이 부메랑이 돼 그들에게 돌아올 수 있다. 결국 이를 이길 수 있는 힘은 매입 능력이고, 이는 협력업체의 절대적인 도움에서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