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패스트 패션 기업들, 쓰레기 산에 대한 EU 단속에 초비상!

2023-09-05 유재부 패션 에디터 UB@fi.co.kr

EU, 중고 의류 재사용 및 재활용 수집에 소요되는 비용 기부를 의무화하는 법안 도입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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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가 입법 예고한 중고 의류 재사용 및 재활용 수집에 소요되는 비용 기부 의무화 법안에 유럽의 패션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패스트패션(fast fashion) 업계에서 배출되는 의류 쓰레기 대폭 감축을 위한 방책으로 어패럴 소매 기업들이 중고 의류의 재사용 및 재활용 수집에 소요되는 비용 기부를 의무화하는 새 법안을 도입할 예정이어서 글로벌 패션업계가 긴장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9월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법안은 EU 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직물(의류, 신발, 가구 제품에 사용)에 적용되며 법 집행은 각 정부 기관이 담당하게 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외곽의 한 창고에서 여성들이 컨베이어 벨트에 서서 커다란 중고 의류 더미에서 티셔츠, 청바지, 원피스를 수작업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는 유럽의 심각한 패션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은 발걸음이다.


의류 재사용 및 재활용 자선 단체 모다 리(Moda Re)가 운영하는 이 선별 센터는 1년 안에 처리량을 연간 40,000톤으로 현재보다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스페인 자선단체 카리타스의 일원이자 스페인 최대 중고 의류 체인을 운영하는 모다 리의 알버트 알베리치 이사는 "이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점점 더 많은 중고 의류를 재활용하여 유럽에서 패션 회사를 위한 원자재로 전환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세계 최대 패스트패션 브랜드 자라 소유주인 인디텍스 그룹이 일부 자금을 지원한 모다 리는 바르셀로나, 빌바오, 발렌시아로 사업장을 확장할 예정이며, 이는 패션 산업을 억제하기 위한 유럽연합의 새로운 제안에 대응하여 의류 분류, 가공, 재활용 용량을 늘리기 위한 계획의 첫 신호다.


또한 스페인에서는 H&M, 망고, 인디텍스 등이 포함된 패스트패션 경쟁업체들이 의류 폐기물 관리를 위한 비영리 협회를 설립해 비영리 단체들과 협력을 체결하고 2025년부터 효력에 들어갈 EU 의류 재활용 의무법에 대비, 자체적인 의류 및 직물 재활용 사업을 운영중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EU 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EU 내에서 총 직물 재활용률을 1%도 채 못 미치고 있다. 재활용에 적합하고 용이한 섬유별 공급 원료 체제가 구축돼있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특히 패스트패션 부문에서 배출되는 의류 쓰레기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EU 경제 블록 내 패스트패션 업계서 배출되는 폐기 의류는 연간 520만 톤에 이르는데, 그 가운데 약 25%이 재활용 시스템으로 유입돼 순환된다고 한다. 나머지 75%가량은 쓰레기 매립지나 소각장에서 영구 폐기 처리되며 그 과정에서 환경에 유해한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의류 폐기물의 증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는 부족하지만 재활용 및 재사용을 위한 수거는 2010년경부터 여러 유럽 국가에서 점진적으로 증가했다고 2021년에 발표된 EU 보고서는 밝혔다.


지난 7월 EU위원회는 "수명이 짧은 값싼 옷을 만들어 판매하는 패스트 패션은 매우 지속 불가능한 존재다."라고 강조하면서 섬유 산업은 기후 변화와 환경 피해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3월에 2021년보다 10% 더 많은 의류 아이템을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 출시했다고 밝힌 인디텍스 그룹은 지난 7월에 발표한 지속 가능성 목표의 일환으로 2030년까지 의류에 40%의 재활용 섬유 사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에 본사를 둔 자산운용사 유니온 인베스트먼트(Union Investment)의 ESG 애널리스트 디자나 린드(Dijana Lind)는  "우리가 직면한 주요 문제는 과소비다."라고 말했다. 현재 유니온 인베스트먼트는 아디다스, 휴고 보스, 인디텍스, H&M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디자나 린드는 아디다스, 휴고 보스, 인디텍스와 함께 이들 기업이 재활용 섬유 사용을 늘리고 의류 업계 전체가 섬유 재활용을 늘려야 할 필요성에 대해 논의해 왔다고 밝혔다.


독일 브랜드 휴고 보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과잉 생산과 과소비는 일반적으로 업계 전반에 걸친 문제"라고 말하면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수요에 맞게 생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EU가 목표로 하는 섬유 폐기물 처리 및 재활용 규모를 창출하기 위해 2030년까지 60억~70억 유로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현재 업계에서 어느 정도의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는 상태다.


ESG 애널리스트 디자나 린드는 "기업들이 몇 가지 첫 번째 단계를 도입했지만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인디텍스 그룹은 모다 리 의류 재활용 프로그램에 3년 동안 350만 유로를 (약 50억 원)투자하고 스페인의 모든 매장에 재활용 용기를 비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제안에 대한 논평 요청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스웨덴 패스트패션 브랜드 H&M은 보도자료를 통해 "문제의 일부"라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패션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방식은 바뀌어야 하며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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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다 리의 의류 및 직물 재활용 프로그램. 폐 헌옷 분류 작업 모습



넘어야할 첩첩산중 장애물


유럽연합(EU)의 단속, 업계의 지속 가능성 약속, 모다리 확장과 같은 이니셔티브에도 불구하고 의류 폐기물을 크게 줄이는 데 걸림돌이 되는 장애물은 엄청나다. 2030년까지 250만 톤의 섬유 폐기물을 재활용하려는 업계 목표를 달성하려면 기술 및 시장 개입에 대한 투자와 함께 수백 개의 유사한 공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맥킨지는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재활용 섬유 스타트업 투자 회사인 패션 포 굿(Fashion For Good)이 유럽의 57개 재활용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2년 9월 보고서에 따르면, 단 14개 섬유 재활용 회사가 생산 능력을 늘릴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EU는 의류의 재활용 섬유 사용량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지만, 2030년까지 유럽에서 판매되는 모든 섬유 제품이 '상당부문' 재활용 섬유로 만들어지고 내구성, 수선성, 재활용성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유럽섬유산업연맹(EURATEX)이 설립한 협회인 리허브유럽(ReHubs Europe)은 '파이버 투 파이버(fibre-to-fibre)' 재활용(헌 의류를 원사로 전환하여 새로운 직물을 만드는 공정)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현재 이러한 방식으로 재활용되는 의류의 비율은 1% 미만이며, 재활용 공정은 여전히 개발 중이다. 다양한 유형의 섬유를 재활용에 적합한 공급 원료로 분리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이러한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기 때문에 새 원단에 비해 재활용 원단의 높은 비용이 광범위한 채택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남아 있다.




아프리카는 의류 쓰레기의 종착역?


모다 리의 바르셀로나 공장에는 슈퍼마켓과 자라, 망고 매장에 있는 7,000여 개의 기부함에서 수거한 의류가 도착한다. 인디텍스가 기증한 적외선 기계는 의류의 섬유 구성을 식별하여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던 분류 작업의 속도를 높여주었다.


현재 모다 리가 수거한 의류의 약 40%는 재활용을 위해 다른 시설로 보내진다. 이 중 5분의 1만이 '파이어-투-파이버'로 재활용되고 있는데, 모다 리는 이 비율이 향후 3~4년 내에 7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재활용은 행주와 같은 저급 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모다 리에 기부된 의류의 절반은 카메룬, 가나, 세네갈 등 아프리카 국가에 재판매하기 위해 배송된다. 모다리는 수출한 옷은 재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UN 무역 데이터에 따르면, EU는 2022년에 2000년보다 두 배 이상 많은 140만 톤의 중고 섬유를 수출했다. 이러한 의류가 모두 재사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유럽에서 아프리카로 중고 의류를 수출하는 경우 재판매할 수 없는 의류가 쓰레기장에 버려지면 곧바로 환경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EU는 밝혔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규칙은 손상된 물품을 덤프 트럭으로 수출하는 비양심적인 사업자를 단속하기 위한 대책으로, 각 국가가 해당 물품을 지속 가능하게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모다 리는 아프리카로 보내는 옷의 양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기부된 옷의 8%만이 모다 리의 중고 매장에서 재판매되고 있는데, 이는 헌 옷을 재사용하는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비슷한 양이 유럽 매립지로 보내진다.


모다 리는 현재 100여개가 불과한 스페인의 중고 매장을 향후 3년 동안 300개로 늘려 재판매량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에 밝혔다. 이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모다 리의 직원들은 자신의 업무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네갈의 젊은 노동자 아이사투 부쿰은 재활용을 위해 리본으로 자르는 기계에 옷을 넣으면서 "우리는 버려진 옷을 가져다가 새 옷을 만든다. 나에게는 좋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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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대도시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의류 재활용 수거 박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인디텍스 그룹의 노력외에도 독일 스포츠웨어 브랜드 푸마는 플라스틱 재활용 테크 기업인 카르비오스(Carbios)와 협력 체결을 맺고 오는 2025년까지 푸마 어패럴과 액세서리 제품 75%를 재활용 생분해성 폴리에스터를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의류 수거 및 분류 회사인 독일의 아이코(I:CO), 스위스의 텍사이드(Texaid), 이탈리아의 베스티솔리데일(Vestisolidale)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망고는 코오페라(KOOPERA) 리싸이클링 센터를 운영하고 중고 의류를 수거하고 있으며, H&M은 고객이 더 이상 원하지 않는 헌옷을 가져오면 할인구매권으로 되돌려주는 자체 컬렉트 & 리싸이클(Collect & Recycle) 중고의류 회수 서비스를 통해 옷 쓰레기 문제를 관리한다.


아디다스, 베스트셀러, H&M은 섬유 폐기물, 골판지, 종이로 섬유를 제조하는 핀란드 스타트업 인피니티드파이버컴퍼니(Infinited Fiber Company에 투자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입법 추진에는 패션 소매업체가 재사용 및 재활용을 위해 중고 의류를 수거하는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집행위원회는 지난 7월 제안한 규칙에 따르면, 패션 소매업체는 해당 지역에서 판매되는 의류 한 벌당 약 12유로(약 1만 7천원)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며, 재활용이 불가능한 의류의 경우 더 높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럴 경우 폴리에리스테르나 아크릴과 같은 합성섬유를 주로 사용하는 패스트패션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과 마찬가지로 유럽연합 내 각 국가에서는 섬유 폐기물 협회가 설립될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2008년부터 리패션(Refashion)이라는 조직을 통해 이 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아디다스, H&M, 프라마크 등 주요 패션 기업 10곳에 수수료가 수익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문의했지만 아무도 예상치를 제공하지 않았다. 모두 EU 전역에서 수수료가 동일하게 적용되기를 바란다고 응답했다.


유럽섬유산업연맹의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디렉터인 마우로 스칼리아(Mauro Scalia)는 "새로운 법안이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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