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K팝 팬들, 럭셔리 하우스에 기후 행동 요구

2023-08-18 유재부 패션 에디터 UB@fi.co.kr

명품 기업들이 K-워싱에 치중하면서 정작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은 없다고 정면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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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블랙핑크



케이팝 마니아들이 럭셔리 브랜드에 보다 적극적으로 기후 행동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외침은 그 어떤 메아리로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수많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다양한 케이팝 스타들을 글로벌 앰버서더로 영입하는 등 케이팝 스타와 럭셔리 패션은 오랫동안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덕분에 BTS, 블랙핑크 등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티스트들을 홍보대사로 영입한 럭셔리 브랜드들을 케이팝에 열광하는 팬들을 끌어들여 럭셔리 브랜드에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광고 효과를 보고 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럭셔리 하우스 샤넬, 셀린느, 생 로랑, 디올 등은 수익성이 높은 글로벌 MZ세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각각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 리사, 로즈, 지수에게 브랜드 글로벌 홍보대사라는 명예로운 역할을 부여했다. 2016년에 결성된 걸그룹 블랙핑크는 패션계에서 럭셔리 브랜드의 얼굴 역할 뿐 아니라 영향력 있는 기후 변화 활동가로도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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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는 글로벌 기후 회의 ‘COP26'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등 그동안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서왔다.



이번 달에 데뷔 7주년을 맞이하는 블랙핑크는 케이팝 팬들이 전 세계적인 문제인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개설한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Kpop4Planet)의 타겟이 되었다. 케이팝 행동주의 단체인 케이팝포플래닛은  2021년 3월 3일 공식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케이팝 가수를 응원하는 팬의 마음을 넘어 이들이 가지고 있는 결속력을 바탕으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상을 일컫는 '케이팝 행동주의'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이 단체는 케이팝 팬 그룹과 함께 '명품 언박싱: 그린워싱(Unboxed: High Fashion, High Carbon)'이라는 글로벌 캠페인을 공개했다.


이 캠페인은 샤넬, 셀린느, 생 로랑, 디올 등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들이 기후 변화 대응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며, K팝 스타를 매개로 '그린 워싱'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케이팝 팬들의 기후 행동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의 활동가 이다연은 "블랙핑크는 A+이지만 럭셔리 패션은 기후 행동에 관한한 낙제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이 브랜드들은 팬들을 속여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는 제품을 구매하게 만들고 있다. 기후 위기에 앞장서고 있는 블랙핑크를 홍보대사로 내세운 기업이 그린 워싱을 일삼는다면 K-워싱이 일어날 수도 있다. 우리는 이들에게 그들의 행동을 바로잡을 것을 촉구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K-워싱'은 그린워싱과 K팝을 합친 단어로, 유명 K팝 아티스트를 전면에 세우고 정작 해당 기업은 반(反)-ESG 행보를 감추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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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의 홍보대사인 블랙핑크 멤버 제니가 샤넬 패션쇼에 참석했다.



국제환경단체 액션스피크스라우더(Action Speaks Louder)의 패션 캠페인 매니저 루스 맥길프는 “명품 브랜드는 제품의 가격과 품질을 근거로 자신들이 패스트 패션보다 지구에 더 호의적이라 주장한다”며 “하지만 화석연료로 돌아가는 공급망 내 탄소 배출이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을 보면 그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케이팝 팬들은 '케이팝 행동주의'로 유명하지만, 패션계와 관련해 이번이 가장 의미있는 항의에 속한다. 이들은 글로벌 기후 회의 COP26(26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의 홍보대사로 활동한 바 있는 블랙핑크를 포함한 케이팝의 기후 친화적 아이콘과 파트너십을 맺어 지속가능성 부족을 포장하는 주요 럭셔리 브랜드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블랙핑크는 그간 K-팝 그룹 중에서도 누구보다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 서 왔다. 글로벌 기후 회의 ‘COP26(26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 홍보대사로 활동한 것은 물론, 현재는 ‘UN 지속가능 개발 목표’를 홍보하고 있다.


케이팝포플래닛 활동가 이다연은 "럭셔리 패션 브랜드가 K팝 스타를 미래 고객으로 계속 활용할 계획이라면 책임감을 갖고 실질적이고 집중적인 기후 행동에 나서야 한다"면서 "이는 브랜드가 공급망에서 어떤 에너지가 사용되는지 투명성을 높이고 2030년까지 모든 사업에서 RE100에 동참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명품 언박싱;그린워싱[ 캠페인의 일환으로 환경 NGO인 액션 스피크스 라우더는 샤넬, 셀린느, 디올, 생 로랑 등 4개 브랜드의 기후 목표와 현재 배출량에 대한 공개 정보를 준 성적표로 작성하여 순위를 매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평가 결과 4개 브랜드의 기후 관련 약속은 모두 낙제점을 받았다. 그나마 가장 높은 등급으로 평가받은 곳이 생 로랑이 속한 케어링. 이 브랜드만 ‘D’등급을 받았고, LVMH가 소유한 셀린느와 디올은 ‘E’, 개인 소유의 샤넬은 ‘F’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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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대응 실천 'F' 학점을 받은 샤넬의 2023 쿠르즈 컬렉션



이 성적표는 ▷ 스코프 1, 2, 3에 걸친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 ▷ 2030년까지 공급망 포함 100%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목표 발표 ▷ 바이오매스 사용에 대한 보고 ▷ 공급업체의 탈탄소화를 위한 재정 지원 제공 여부 등 6가지 지표를 가지고 브랜드의 순위를 평가한 결과다. 데이터 공개 여부와 공개된 내용은 뉴 클라이밋 연구소의 기업 기후 책임 모니터에 기반해 ‘양호’, ‘나쁨’, ‘매우 나쁨’ 등으로 평가했다. 최고 점수는 18점 또는 ‘A’ 등급이며, 최저점은 0점 또는 ‘F’ 등급이다.


4개 브랜드 모두 탄소 배출을 감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2021년 탄소 배출량은 전년 대비 오히려 늘어났다. 샤넬은 67%, 케어링(생 로랑)은 12%, LVMH(셀린느와 디올)는 34% 증가했다. 특히 샤넬은 2030년까지 스코프3(협력사 등 가치사슬 전반에서 나오는 배출량을 모두 포괄한 개념)의 배출량 절대 감축 목표가 10%에 불과했다.


케이팝 캠페인의 대상이 된 모든 브랜드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정반대의 행동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으며, 더 친환경적이 되겠다는 약속을 회피하고 있다. 이에 한국의 젊은 기후 십자군은 2030년까지 공급망에서 100%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겠다고 약속하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공급망에서 완전한 투명성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할 것을 4개 브랜드에 촉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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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버버리는 수백만 달러 상당의 재고의 가방, 옷, 향수를 불태워 거센 비난을 받았다.



그럼 이러한 그린워싱이 패션 업계의 전반의 문제일까? 사실 기후 정책으로 인해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은 비단 프랑스를 대표하는 4개 럭셔리 하우스뿐만이 아니다. 쉬인, 부후와 같은 유명 패스트 패션 기업뿐만 아니라 많은 하이엔드 브랜드들도 지구 온난화 대책에 소홀한 것으로 보인다.


패션 업계는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2~8%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逞嗤? 패션쇼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이 중 상당 부분은 과잉 생산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매킨지(McKinsey)의 분석에 따르면 할인 판매되는 재고의 양을 15%만 줄이면 가격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탄소 배출량을 1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샤넬을 포함한 160개 브랜드가 환경 이니셔티브인 패션 협정에 가입하여 2025년까지 50%, 2030년까지 100% 재생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겠다는 구두상 약속을 했다. 하지만 일부 브랜드는 여전히 기후 변화 위기를 무시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 약속이 실제로 얼마나 확고한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2018년 영국을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 버버리는 위조품을 방지하기 위해 3,100만 유로의 판매되지 않은 재고를 소각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는 패션 업계 전반에서 오랫동안 일반화된 관행으로, H&M과 같은 하이스트리트 상점도 같은 방식으로 재고를 소각하고 있다. 현재 스웨덴의 패스트 패션 브랜드 H&M과 버버리는 '패션 서약'의 브랜드 목록에 포함되어 있다.


스타일리스트이자 패션 전문가인 벨라 히그넷(Bella Hignett)은 유로뉴스 컬처와의 인터뷰에서 "패션 업계가 갈 길이 아직도 멀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생산된 직물의 85%가 매립된다. 럭셔리 브랜드는 매년 너무 많은 컬렉션을 제작하고, 모델과 기자들을 전 세계 각지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패션쇼와 피팅에 참여하면서 엄청난 탄소 발자국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충분히 빠르게 일어나지 않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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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의 기후 변화 대응 성적표



최근 들어 다양한 명품 브랜드들이 기후 친화적이고 더 나은 비즈니스 관행을 추진하기 위해 지속가능성 책임자 직책을 신설했다. 또한 명품 브랜드의 많은 의류가 재판매 시장에서 잘 팔리고 있으며, 일부 패션 하우스에서는 의류를 버리는 대신 재활용, 업사이클링, 재판매를 장려하기 시작했다.


벨라 히그넷 비록 더디게 진행되고 있지만 이러한 접근 방식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이렇게 되묻는다. "큰 진전을 이루기에는 너무 적고 늦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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