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은 꼭 친환경만의 이야기일까?

2023-08-01 김만희 칼럼니스트 maneekim@gmail.com

김만희의 마케팅인사이트 08

마케터 관점에서 바라본 브랜드 지속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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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시급한 변화가 필요하다.



ESG 경영이 산업 전반에 화두가 되고 있다. ESG란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 글자를 조합한 단어로, 기업 경영에서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을 달성하기 위한 3가지의 핵심요소를 뜻한다.


그동안 기업가치 측정은 회계학에 기반한 매출, 영업이익, 현금흐름 등의 수량적 판단기준에 의존했고 상장 기업의 경우 주식 가격의 합산인 시가총액으로 기업의 규모와 가치를 판단했다. 하지만 재무적인 판단만으로는 그 기업의 중장기 가치를 결정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지속가능성’이란 기준 아래에 ESG 개념이 도출되었다.


ESG는 재무제표에는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아도, 기업의 중장기 가치에 영향을 주는 비재무적 지표로 정의한다. 이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3가지 요소가 기업이 생존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그동안의 재무적인 판단만으로는 앞으로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에 기인한다.



◇ 지속가능성, 친환경만을 의미하진 않아


그렇다면 ‘지속가능성’이란 과연 무엇을 뜻할까? 1987년 브룬틀랜드 보고서(Brundtland report)에 따르면 지속가능성이란 ‘미래 세대의 가능성을 제약하는 바 없이 현 세대의 필요와 미래세대의 필요가 조우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말 그대로 기업이 지속할 수 있는 가능성을 뜻하며, 현재는 물론 불확실한 미래에도 사람과 환경에 모두 최선을 주는 것이다.


2015년 UN에서는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발표하며, 2030년까지 목표를 달성하기로 결의한다. 이는 지속가능 발전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보다 구체적으로 만든 액션플랜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지속가능성이란 환경문제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다. 건강, 빈곤, 성평등, 평화, 제도의 영역까지 포괄하는 광의적 목표이다.


최근 탄소배출로 인한 기후변화, 환경 오염 등의 이슈가 소비자가 피부로 맞닿을 만큼의 화두가 되며, ‘지속가능성’은 지구환경의 지속가능성을 표현하는 대명사로 쓰일 만큼 환경과 지속가능성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지만, 패션 브랜드들의 ‘지속가능성=친환경’이라고 인식하는 시각은 다소 협의의 개념으로 이해된다. 어떻게 하면 패션 브랜드들이 ‘지속가능발전’하기 위해서, 그리고 소비자가 말하는 ‘친환경’의 개념까지 아우를 수 있을까?



◇ 패션산업 프로세스 재검토 필요


미국 경영대학원 HULT International Business school의 리포트 ‘Redesigning Fashion’에서는 의미있는 주장을 했다. ‘패션은 시급히 변신이 필요하다는 것’. 근거로서 오늘날의 패션산업은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제조업 영역을 차지하고 있으며, 약 2.4조달러의 글로벌 경제를 이끌고 있다. 또한 1천500억장의 의류가 매년 생산되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은 끔찍한 환경적,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패션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최대 8%를 차지하는데, 이는 모든 국제 항공과 선박 운송을 합친 배출량보다 많은 양이며, 약 215조 리터의 물을 소비하고 있다. 또한 바다에서 발견되는 미세플라스틱의 9% 차지한다고 했다.


이정도 규모이면 사실 패션 산업 자체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가치사슬의 모든 단계가 사람과 지구 모두에게 ‘친환경’이 아닌 셈이다.


본 보고서에는 여러가지 의제들이 있었는데, 필자가 가장 흥미롭게 본 주제는 ‘we must slow ‘fast fashion’ down’ 우리는 패스트 패션을 늦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패션 인플루언서가 부상하면서 저렴한 옷을 통해 온라인에서 언박싱하고 1~2번 입고 버리는 것이 멋져 보이는 시대였기에, 패션과 일회용품은 오늘날 일반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연결되어 있지만, 현재 18~27세의 소비자들 대다수는 지구온난화에 대해 걱정하고 있으며, 주요 유통업체들은 마케팅의 초점을 ‘일회성(disposa bility)’에서 ‘책임감(responsibility)’으로 옮겨가고 있다. 현재 슬로우 패션을 수용하는 새로운 차세대 패션 브랜드들은 지속 가능성에 올인하고 있다.


피플트리, 에버레인, 프라이탁과 같은 선구자들은 친환경 제조 혹은 업사이클린 패션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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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패션 브랜드들은 지속 가능성에 올인하고 있다.



◇ 가치에 대한 재정의


보통 가치는 고객의 지불가격 혹은 시간 대비 편익으로 해석된다. 같은 편이라도 가격이 낮거나 쓰는 시간이 적으면 우리는 가치가 높다고 이야기 하였다. 하지만 내 옷장 안에 있는 옷 중에서 저렴하게 구매한 옷을 과연 우리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까? 결국 고객입장에서의 가치는 내가 오랫동안 입고 싶고, 간직하고 싶은 옷이지 않을까? 패스트 패션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옷을 편리하고, 편안하며, 실용적으로 생각하게 되었지만, 그만큼 가치 상실도 동시에 일어났다. 필요 이상으로 가득 찬 옷장과 옷방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계속 입을 옷이 없다며 불평하곤 한다. 물질 풍요의 시대, 가치는 상대적이다. 우리 브랜드의 가치는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 문제 해결의 본질은 결국 브랜드(Brand)


고객이 오랫동안 입고 싶고, 간직하고 싶은 옷은 기능적으로, 디자인적으로 나에게 잘 맞는 것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브랜드이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기업은 앞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생산과 판매 과정 속에서 환경 친화적인 노력은 앞으로도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노력이다. 본질적인 ‘지속가능성’이란 ‘버려지지 않는 제품’을 만드는 것. 그리고 오래동안 입거나 신어도 버리고 싶지 않은 옷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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