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률 ‘제로’, 성수동 파헤치기

2023-08-03 김희정 기자 heejung@fi.co.kr

과거, 현재, 미래의 MZ 취향 총집합…별들의 전쟁



어떤 브랜드라도 상관없다. 아니 브랜드가 아니어도 괜찮다. 성수라면 그 무엇도 정답이 되기 때문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아도 이상한듯해도 익숙한 것 같아도 생소한 것 같아도 다 이유가 된다. 이곳 성수에서라면.


한국을 의미하는 알파벳 ‘K’가 붙는 K콘텐츠의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우리나라 대표 지역을 꼽으라면 누구라도 성수라 답할 것이다. 핫, 힙, MZ, 경험, 오프라인, 콜라보 등의 단어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성수는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의 관심사가 모인 지역임에 틀림없다. 그 누구도 부정하거나 반박하기 어려운 참인 명제. 증명 따윈 필요치 않다. 직접 가서 보면 자연스럽게 체득된다. 트렌드 빅뱅의 근원지이자 1년 365일이 축제인 성수를 다녀왔다.


Image
무신사는 지난해 9월 성수동으로 이전한 데 이어 인근에  2개 사옥을 더 구축한다.



◇ 성수 디파트먼트 스토어!


지금까지 이토록 핫한 곳이 있었던가. 명동, 가로수길, 로데오거리, 홍대도 이렇게까지는 아니었다. 이들 지역이 각각의 특색에 따라 형성된 소규모 편집숍이라면, 성수는 백 가지 상품이 있는 백화점을 확 펼쳐낸 것만 같다.


한 마디로 성수 디파트먼트 스토어!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는 물론 대기업 대형 브랜드에서 스타트업 기업, 대형 복합문화공간과 각종 쇼룸, 전시관, 미술관, 알쏭달쏭한 개인숍에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콜라보의 향연, 그리고 각종 제품의 탄생을 알리는 런칭 플래그십스토어까지. 트렌드의 모든 것이 모여들어 거대 경제·사회·문화 중심지를 이루고 있다.



◇ 역사와 문화, 그리고 MZ세대와의 만남


그야말로 성수동 시대다. 어제 오늘 다르고 오늘 내일 다른 곳. 지루함은 찾아볼 수 없고 늘 새로움이 있는 곳. 그렇다고 모든 것에 ‘New’가 붙지는 않는다. 동시에 옛것이 적절하게 자리 잡고 있어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 사이의 강렬하면서도 묘한 대비감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다양성, 왕성한 포용력으로 품어낸 이질성.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곳, 성수. 국내 어느 곳보다 다채로운 모습을 지녔기에 MZ세대와 잘 맞아떨어졌는지도 모른다.


한시라도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MZ세대에게 SNS는 현실 못지 않는, 어쩌면 훨씬 더 중요한 세상이다. SNS에서 핫하다 하면 직접 가서 확인해야 하며, 확인한 것은 반드시 SNS에 남겨야 한다. 인증샷 남기는 것은 이제 그들에게 문화인만큼 성수동은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다. 그러다보니 성수는 기업들도 당연히 사랑해마지않는 동네가 됐다. 기업들은 트렌드를 선도하는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상상 이상의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내놓고 이색 팝업스토어를 열며 기꺼이 성수동에 터전을 내린다.


멋과 유니크로 똘똘 뭉친 MZ세대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해외 명품 브랜드를 포함한 패션업계는 물론 유통, 식품, IT업계, 금융, 엔터테인먼트 회사까지 그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픈 브랜드라면 성수동 목 좋은 자리를 놓치지 않는다.



Image
성수는 다양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문화와 예술을 경험하는 지역으로 재탄생했다.



◇ 트렌드 빅뱅시대, 팝업&팝업


인스타그램에서 성수동 해시태그(#) 게시물은 197만 개에 이른다. 사람이 모여드는 곳에 비즈니스와 재화가 모이는 일은 이제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거대 편집숍의 모습을 닮은 성수는 패션을 넘어 코스메틱, 식음료와 일상용품에 이르는 모든 제품의 마케팅 열전이 벌어지고 있다. 트렌드 시계가 계속해서 빨라지는 만큼 잠깐 있다 사라지는 팝업의 수 역시 이 세상 브랜드의 수에 맞먹을 정도로 생겨나고 없어지기를 무한반복하고 있다. 가히 트렌트 빅뱅시대에 걸맞는 체험형 마케팅 전략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성수동이 핫플레이스가 된 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새로운 공간과 상품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험은 단순히 경험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경험은 나의 취향을 발견하는 행위에서 나아가 구매 활동으로 이어진다.


정답은 나왔다. 성수는 자신에게 아낌 없이 지출하는 MZ세대의 ‘취향 소비’와 맞아떨어졌다. 내 취향에 딱 맞는 콘텐츠를 골라서 열정적으로 놀 수 있는 놀이터라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잡은 것이다.


성수는 스토리와 재미가 탄탄한 하나의 콘텐츠가 됐다. 성동구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성수동 일대 혼잡도는 평일 시간대별로 1만6000여 명, 주말에는 1만여 명에 이른다. 하루 16만~20만 명이 찾으며 평일에는 저녁 7시 이후, 주말에는 오후 4시부터 인파가 몰려든다고 한다. 팝업을 내면 알아서 오고 알아서 입소문을 내준다. 이보다 더 좋은 마케팅 효과는 없다. 기업들이 성수에 군침을 흘리는 이유다. 인근 부동산 중개소에 들르니 “성수동에서 공실률은 남의 얘기”라면서도 “구석구석 찾아보면 알토란 같은 곳들이 많다”고 귀띔해 주었다.


◇ 아틀리에길 ‘북적’, 연무장길 ‘웨이팅은 기본’


행정구역상 성수동은 성수1가1동, 성수1가2동, 성수2가1동, 성수2가3동에 이르지만, 통상적으로 연무장길, 북성수, 서울숲 아틀리에 등으로 불린다. 지하철로는 2호선 성수역과 뚝섬역, 수인분당선의 서울숲역이 지난다. 2호선 라인을 중심으로 북단과 남단으로 나뉘는데, 북단에는 지식산업센터와 큰 공장, 자동차정비소 등 사이사이에 맛집이 자리하고 있으며 남단은 멋집과 맛집이 한데 모여있는 최고의 유동인구를 자랑한다.


넓은 성수동 가운데서도 ‘아틀리에길’이라는 별칭이 붙은 서울숲역 일대의 골목길은 대규모로 조성된 붉은 벽돌집들 인근에 카페와 갤러리, 공방 등이 들어서 있어서 둘러보는 재미가 더욱 특별하다. 연신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아기자기한 제품과 인테리어로 매장들마다 사람들이 가득차 있었다.


특히 성수역 남쪽에 있는 아차산로, 성수일로, 뚝섬로, 동일로로 둘러싸인 ‘연무장길’은 성수동 상권에서 가장 핫한 거리로 디올, 무신사, 비이커, 마르헨제이, 락피쉬웨더웨어, 공간 와디즈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곳들이 곳곳에 포진해있다. 성수동에서도 연무장길은 유명세만큼이나 많은 인파로 북적여 평일임에도 인기 매장에 들어가려면 웨이팅은 기본이다.


성수, 뚝섬, 서울숲의 맛집과 카페, 핫플, 팝업, 뉴스를 소개하는 성수 로컬 주민이자 팔로워 6만을 자랑하는 인플루언서 ‘제레박’ 역시 “성수동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서울의 유일한 동네”라며 “앞으로 성수동은 향후 10년간 더 성장할 동네라고 보여진다”며 애정을 나타냈다.


◇ 거대 복합문화공간


성수 인기 요인 중에 하나로 복합문화공간도 빼놓을 수 없다. 성수는 와서 그저 즐기라고 한다. 그래서 좋아한다.


MZ세대들은 대놓고 이 제품 좋다고하면 거부감을 갖는다. 무턱대고 사지도 않는다. MZ세대들은 확고부동한 자신만의 취향을 가지고 있기에 이를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들고 브랜드 정체성에 완전히 공감이 되어야만 비로소 마음을 열고 지갑을 연다. 마음이 먼저 열렸다면 충성고객이 되는 건 시간 문제. 이후 다양한 콘텐츠들이 그들의 마음 속에 더욱 깊숙이 자리잡게 되면 MZ세대들은 기꺼이 팬덤이 되어 제품을, 브랜드를 지켜준다.


구두 공장, 인쇄소 등이 자리한 공장 지역이 카페와 공방 등 개성있는 공간으로 바뀌면서 성수는 예술 거리로 변모했다. 또한 자기다움을 중요시하는 2030대의 취향에 부합하는 이색 복합문화공간이 들어서면서 단순히 물질적 소비 외에도 성수만의 문화와 예술을 경험하는 지역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즉 지역과 문화와 사람이 한 데 어우러져 ‘그들만의 세상’ 성수가 된 것이다.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성수, 지금도 이곳저곳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망치소리에 발걸음마저 경쾌해진다. 과연 성수의 진화의 끝은 어디까지 일까?


Image




Image
(왼쪽부터)29CMSEONGSU, 공간 와디즈, 코닥 팝업스토어  



Image
(왼쪽부터) 디올 팝업, 비이커 플래그십스토어, 마르헨제이







커버
검색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