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시아가의 ‘AI×패션’ 마케팅

2023-05-11 박진아 칼럼니스트 jina@jinapark.net

박진아의 글로벌 트렌드  05


패션산업의 미래는 무한대


런던, 밀라노, 뉴욕, 파리에서 패션위크 행사 일정으로 들어찬 올 봄, 패션계는 인공지능(이하 AI)과 두 팔 벌려 포옹하기 시작했다. 목표는 전세계 인구 중 절반 이상을 구성하는 MZ세대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주 소비자군으로 포섭하는 것이다.

부활절 연휴를 보름 가량 앞둔 3월 마지막 주말, 美 정보 미디어 공유 소셜미디어 사이트인 레딧(Reddit)에 한 범상치 않은 사진이 올라왔다. 프란체스코 교황이 흰 롱패딩 재킷을 입고 성베드로 광장 주변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이 삽시간에 인터넷을 타고 유포됐다.

평소 교황이 입던 제복, 대례복, 어깨 숄, 높은 뾰족 모자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거룩한 로마 교황청에 복식 규정 혁명이라도 일어난 걸까?  

달라져도 너무 달라진 프란치스코 교황의 새 옷차림을 둘러싸고 네티즌들이 무성한 상상과 추측의 나래를 펼친 사이, 인터넷 뉴스 사이트인 버즈피드뉴스(BuzzFeed News)가 이 사진의 정체를 밝힌 기사를 터뜨렸다.


로블록스 플랫폼에서 운영중인 구찌 볼트(GUCCI Vault) 버추얼 매장서 판매(버추얼)되는 구찌(GUCCI) X 밴스(Vans) 스니커즈 협업 드롭


◇ '앙팡테리블' 발렌시아의 계산된 마케팅

교황이 입은 외투는 최신 전세계 젊은 패셔니스타들이 탐내는 벌당 4,500~5,000 유로(한화 약 600~700만 원)짜리 발렌시아가 롱패딩 코트이고, 이 사진은 미국 시카고에 사는 한 31세의 젊은 남성이 미드저니(Midjourney)라는 AI 프로그램으로 합성한 가짜 이미지임이 밝혀졌다.

'AI 발렌시아가 교황' 사진을 접한 바티칸 교황청의 반응은 여유만만했다. 경건한 종교적 지도자를 롱패딩을 입고 힙합 그룹의 연예인처럼 조작·배포한 시카고 남성을 종교 모독자라 비난하는 대신 교황청은 4월 1일 바티칸 교황청은 명품 패션가 발렌시아가와 협업을 맺고 카톨릭 교회 미학과 현대 패션을 융합시킨 남성복 컬렉션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발표 날짜가 시사하듯 만우절 농담이었다.

하지만 나쁜 착상은 아니어 보인다. '악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즈바살리아(Demna Gvasalia)가 늘 강조해왔듯 발렌시아가의 창조적 DNA는 윈윈(win-win) 추구적 '협업'이다.

종교에 등돌리는 서구의 젊은 신자 포섭에 고심하는 카톨릭 교회는 패션과 손잡고 이미지 쇄신할 수 있을까? 실제로 발렌시아가 측은 AI 발렌시아가 교황 사진 에피소드 이후 네티즌으로부터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받았다고 미술 사이트 하이퍼알러직(Hyperallergic)은 보도했다.

프란체스코 교황의 발렌시아가 사진이 잊혀질 무렵인 부활절 연휴 직후, 4월 16일 발렌시아가는 '해리 포터(Balenciaga Harry Potter)'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영감'받아 AI 합성한 캐릭터 쇼 영상을 틱톡과 유튜브로 공개했다. 이 55초짜리 초단편 짤(clip)은 독일의 유튜버 겸 취미AI예술가인 데몬플라잉폭스(Demon Flying Fox)가 미드저니, 일레븐랩스(ElevenLabs), D-ID 등 개방AI 툴을 사용해 단 이틀 만에 생성한 것이라 한다.

'소름끼친다'와 '불쾌하다' vs '멋지다'와 '훌륭하다' 등 소셜미디어 상의 엇갈린 반응 속에서, 미래 시대 AI기반 대중 엔터테인먼트 산업(영화, 배우, 그래픽 예술 등)의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는 창을 글로벌 명품 패션업계가 보여준 셈이 됐다. 진위 분간이 난해한 실감나는 AI 합성 사진으로 잠시나마 놀람과 감탄을 경험한 일반 소셜 미디어 대중 사이 롱패딩 차림의 교황의 모습은 어느새 잊혀졌고, 명품 패셔니스타들의 무의식 어딘가에는 발렌시아가는 AI를 앞서 포용한 브랜드로 각인됐다.

그런 사이 일각에서는 생성AI 프로그램의 딥페이크(deepfake) 이미지 생성력의 놀라운 발달 이면에 도사린 어두운 잠재력, 즉 악의적 의도로 딥페이크 기술 사용될 경우 초래할 가짜 뉴스와 대중 오도, 명예 훼손, 경제적 손실을 우려한다. 가령, 최근 2023년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독일 사진가 보리스 엘닥센(Boris Eldagsen)은 출품작 '전기수리공(The Electrician)'은 AI 조작된 사진이라고 주최측에 알리고 수상을 거부하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 패션과 미래는 잘 맞는 짝꿍… 디지털 테크

6개월에서 1년 후 유행을 미리 마케팅하는 패션업계는 '미래(future)'를 파는 산업 분야다. 2020년 발발한 글로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른 사회 봉쇄는 글로벌 패션계가 AI와 딥러닝 기술 기반 컨텐츠 기획 및 바이럴 마케팅 투자를 서두르게 만든 촉매 열할을 했다.

초기 단계나마 지난 약 3년 동안 구찌, 발렌시아가, 랄프 로렌 등 굴지 명품 패션가(家)가 메타버스 플랫폼, 예컨대 로블록스를 통한 AR/VR, 가상 옥션/전시/이벤트 기획 행사 캠페인, NFT 가상화폐 홍보로 테크친화적 혁신적 명품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향후 3~5년 사이 생성 AI툴을 활용한 보다 창의적인 차세대 컨텐츠 창조와 마케팅 추세가 이어질 경우 글로벌 어패럴/패션/명품 업계는 현재보다 미화 1,500억 달러가 증가한 총 2,750억 달러 규모의 영업이익 달성을 관측한다.


Balenciaga × Harry Potter@Demonflyingfox=TikTok

보리스 엘닥센(Boris Eldagsen)의 '전기수리공', 2022년. 달-이 2(Dall-E 2) AI 이미지 합성 프로그램을 이용해 창조됐다. Image courtesy: the artist

파블로 하비에르(가명)가 생성한 또다른 프란체스코 교황 이미지. Courtesy: Pablo Xavier

미드저니(Midjourney) AI 프로그램으로 생성시킨 Vatican X Balenciaga 남성복 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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