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를 위한 매장의 시대

2023-05-09 최원석 필라멘트앤코 대표 insightprobe@gmail.com

최원석의 리테일 BIZ 04


여러분 매장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B8TA는 체험형 고객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판매한다


◇ 매장의 재정의 

전통적인 정의, 구분, 목적이 통합되고 파괴되어가는 시대입니다.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하죠. 오프라인에 존재하지만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매장의 매장이 존재할 수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장의 설계에 있어서 목적이 바뀌게 되면 공간의 기획부터 인테리어, 서비스 설계, 운영까지 모든 것의 관점이 바뀌게 됩니다. 목적이 다른 공간에서는 생각의 옳고 그름이 바뀌는 거죠. 공간의 목적성을 무엇으로 두는가에 따라 공간의 정의와 설계가 달라지죠. 특히 생산자가 아니라 소비자의 관점으로는 더욱 달라져야 합니다.

단편적인 예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방문하는 카페는 무엇을 위한 공간일까요? 카페를 생각하면 대부분 커피를 마시는 장소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을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만 카페를 가지 않습니다.

소비자의 관점에서는 목적이 꼭 한가지로 특정되지 않습니다. 실제 카페 방문고객의 70% 이상은 쉬고 싶을 때 카페를 간다고 이야기합니다. 또는 미팅의 장소가 필요해서 카페를 방문하는 경우가 더 많기도 하죠. 오히려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인 경우가 더 적습니다.

결국 물리적으로 어떤 공간인가라는 구분보다는 소비자가 어떤 생각으로 방문하는가에 따라 기획의 포인트가 달라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소비자의 인식이 중요하다면 매장도 마찬가지겠지요. 매장이라는 것이 물리적으로 단순하게 우리 상품을 팔기 위한 공간일 수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면 서점은 구매의 공간이 아니라 지적자극 혹은 엔터테인먼트의 공간이라 생각하고 방문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 판매가 아닌 DATA를 위한 매장

목적이 물건판매가 아니라 소비자의 인식이나 반응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 있습니다. B8TA(베타)를 들어보셨나요? 2015년에 창업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으로 매장에서 물건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최신 기기들이 전시되어있고, 손님은 방문하여 자유롭게 구경하고 사용해보고 가는 곳이죠. 심지어 이 매장은 물건이 팔려도 판매수수료 및 운영비를 받지 않고 제조사에 매출 금액 100%를 제공합니다. 대신 제품 한 가지를 B8TA의 여러 매장 내에 진열할 때 월 300여 만원을 받습니다.

언뜻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관계입니다. 하지만 B8TA는 물건 파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체험형 고객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판매하는 기업입니다. 제품에 대한 고객 평가 데이터를 수집하는 목적의 공간입니다. 매장 여기저기에 설치되어있는 다양한 카메라를 통해 고객 움직임과 반응을 분석 및 수집하고(정량 data) 직원과 고객이 나눈 데이터를 통해 얻은 제품에 대한 피드백까지도(정성 data) 수집하여 기업들에게 판매하는 개념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B8TA의 매장 안에는 천장 등에 설치된 여러 대의 카메라가 고객의 동선을 체크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진열된 특정 상품을 그냥 통과한 고객의 수와 한 상품에 5초 이상 멈춰선 고객(이를 디스커버리라고 부릅니다)수, 점원이 고객 앞에서 상품 설명이나 시연을 보인 횟수 등 각종 데이터가 상품별로 수집됩니다. 이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제품을 출품한 기업에 전달됩니다. 기업은 이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마케팅의 초점을 파악하게 됩니다. 오프라인에서 소비자들의 행동을 제품 개발 등에 반영하고 싶은 기업들은 베타를 찾습니다. 상품보다 고객들의 데이터를 파는 가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AI 기술이 그 핵심에 있습니다.

고객의 피드백이나 반응, 그리고 정보를 궁금해 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제품개발의 새로운 단서나 인사이트가 되거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상당한 비용을 소비자조사(리서치)에 투입하는 것은 너무나 필요한 서비스가 되었죠.

B8TA는 소비자가 아니라 소비자가 궁금한 기업들을 위해 소비자의 정보를 판매하는 매장입니다.


맥킨지는 '모던 리테일 컬렉티브'를 통해 소비자 데이터를 수집한다


◇ 연구를 위한 공간, 맥킨지 모던 리테일 컬렉티브


같은 개념에서 또 한가지 재미난 케이스가 맥켄지(McKinsey & company) 입니다.
맥킨지는 글로벌 비즈니스 컨설팅 에이전시로 유명합니다. 한국에는 IMF 이후에 기업구조조정 및 전략컨설팅 서비스 등을 다양하게 진행하며 널리 알려졌죠. 그런 맥킨지가 오프라인 리테일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맥킨지는 2019년 미국 메네소타에 있는 몰 오브 아메리카에 자체 오프라인 매장 모던 리테일 컬렉티브(modern retail collective)를 개장했습니다 약 70여평의 매장에서 주얼리, 속옷, 코스메틱 등 다양한 제품을 구비했죠. 맥킨지는 이 매장을 각종 기술과 브랜드 상품을 경험할 수 있는 리테일 랩으로 설계했습니다. 그리고 B8TA와 마찬가지로 소비자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맥킨지는 자체적으로 기술과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테스트 결과를 컨설팅의 소스로, 리포트의 자산으로 사용하며, 다양한 파트너 기업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레벨의 고도화를 기대하는 매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강력한 소비자 인사이트를 가진 컨설팅 기업으로서의 연구를 위한 매장을 만든 셈이죠.


◇ 대기 줄, 지불 과정, 계산 점원…전부 없는 상점, 아마존 고

2016년 12월에 시애틀에서 작은 매장이 등장했습니다. 오픈 1년간은 아마존의 직원들만 이용 가능한 매장이였는데 본질은 따로 있었습니다. 첨단 인공지능 시스템 아래 완전 자동화를 통해 고객에게 신속함과 편리함을 제공하는 무인 슈퍼마켓, 아마존고입니다.

No Line, No Check Out! 아마존고는 고객이 계산대 앞에 줄을 설 필요도, 계산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마존고는 컴퓨터 비전과 센서 융합, 그리고 딥러닝 알고리즘이 합쳐진 일명 '저스트 워크 아웃 테크놀로지(Just Walk Out Technology)'입니다.

아마존고는 고객이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해당 고객의 동선을 촬영하고 전용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통해 고객 정보를 확인한 후 동선을 파악합니다. 상품에 탑재된 센서와 고객 스마트폰은 연동되며, 자동 결제와 전자영수증 등의 기술도 적용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향후 고객용 맞춤 서비스를 구현할 기술에 적용 검토하겠죠. 자사의 기술과 서비스를 진화시키기 위한 매장입니다.

미래의 슈퍼마켓이라고도 불리는 아마존고는 이후 5개까지 늘어났으며, 해외에 많은 유사 케이스의 매장들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모두 방식은 다르지만 결과는 동일한(줄 서지 않아도 되고 계산원도 없는 상점) 모델이었습니다. 특히 중국에선 유사 모델이 봇물처럼 쏟아졌죠. 'MWC 상하이 2017'에 소개된 '스마트페이'와 알리바바의 '타오카페(TAO CAFE)'가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매장 내에서 벌어지는 소비자의 관심이나 동선, 체류시간 조차도 비즈니스가 되는 세상입니다. 매장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그 목적에 따라 매장의 비즈니스 모델이 바뀌고 서비스가 달라져야 합니다. 단순하게 물건을 판다가 아니라 다른 것들도 팔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고민해 봐야 하는 시대 입니다.


아마존고는 고객이 계산대 앞에 줄을 설 필요도 계산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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