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테크 시대] 세컨핸즈 시장이 뜬다

2023-03-13 이은수 기자 les@fi.co.kr

빈티지•가성비•희귀성 트렌드 부상

중고 제품 인식 변화가 커져 


시장 규모 24조원으로 6배가량 증가




현대백화점 신촌점 세컨핸즈 부티크

세컨핸즈(중고제품) 시장이 급부상했다.


올해 국내 패션 시장에서 빈티지 유행까지 불면서 더욱 강력한 유통 트렌드로 떠오른 것으로 예측된다. 세컨핸즈란 '새로운 주인을 통한 두 번째 사용'이라는 의미로 통상적으로 중고품을 의미한다.

중고거래 시장이 단순히 물물 교환하던 수준을 넘어 주요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약 24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4조원 규모였던 것과 달리 2020년 5배 성장한 20조원대로 급성장하더니 지난해에도 4조원 이상 증가한 것이다.

세컨핸즈 시장 규모가 커지게 된 배경은 MZ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등장하면서부터다. MZ세대들은 '소유'보다 '경험'에 가치를 둔 소비패턴이 특징이다.

한정판 신발이나 의류 등을 소유하는 것보다 구입하고 경험하는 것에 큰 가치를 두면서 새롭게 주목받게 된 것이 세컨핸즈 시장이다. 세컨핸즈 시장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자 가능성을 엿본 백화점 유통업계도 고가 명품 판매에 집중하던 기존 모습과 달리 중고 거래 플랫폼의 팝업스토어를 속속 열거나 중고품 매장을 정식 오픈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신촌점 세컨핸즈 부티크


◇ MZ세대 낡은 '중고' 아니라 '빈티지'로 재해석

트렌드로 한 몫하고 있다. 실제 비디오 캠코더, 아날로그 카메라를 사용하는 젊은 세대가 늘었고 세컨핸즈 시장에서 디올과 구찌 등 과거 명품부터 파타고니아, 리바이스 등 브랜드의 과거 상품까지 선호하는 상품과 브랜드가 다양해지고 있다.

때문에 MZ세대들은 빈티지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가격을 주고 제품을 구매하면서 새 유통 시장으로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중고를 바라보는 관점도 기성세대와 다르다. MZ세대는 중고 제품에 대해 남이 쓰던 낡고 후줄근한 제품이 아니라 오래돼 더 가치가 있는 빈티지로 인식한다.

부모 세대를 풍미한 디자인을 젊은 감성으로 재해석해 뉴트로(새로운 복고)의 개성을 뽐내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경제 악화와 더불어 명품 브랜드들의 끊임없는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이 빈티지 제품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며 "중고 시장은 정가품을 판정하는 전문가 역량과 함께 다양한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fnc에서 선보인 중고거래플랫폼 '오엘오 릴레이 마켓'

◇ 빈티지 구매=그린 슈머 이미지 짙어져

최근 몇 년간 패션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MZ세대를 중심으로 친환경 소비는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대한상공회의소의 'MZ세대가 바라보는 ESG 경영과 기업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65%는 '더 비싸도 ESG 실천 기업의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초부터 빈티지 트렌드가 부상한 미국과 유럽 패션 시장에서도 소비자를 중심으로 환경과 트렌드 두가지 측면에서 이슈로 등장했다. 디지털 정보력이 앞선 MZ세대들 역시 해외 선진 패션 트렌드를 빠르게 받아 들이고 있고 일종의 빈티지와 중고 상품 구매와 쇼핑 과정을 소위 말해 '힙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오엘오 릴레이 마켓'

◇ 백화점, 세컨핸즈 유치하며 테스트 나서

현대백화점은 아예 지난 연말 백화점 점포 한 층 전체를 세컨핸즈 전문관으로 바꿨다. 신촌점 유플렉스 4층을 리뉴얼해 중고물품 판매 전문관 '세컨드 부티크'를 선보인 것이다. 백화점 업계가 팝업스토어를 종종 열어왔지만 층 전체를 정식 중고품 매장으로 구성한 것은 처음이다.

세컨드 부티크에는 중고 의류 플랫폼 브랜드 '마켓인유', 중고 명품 플랫폼 '미벤트', 친환경 빈티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리그리지', 럭셔리 빈티지 워치 편집 브랜드 '서울워치' 등이 이 곳에 둥지를 틀었다. 현대백화점은 세컨핸즈 숍과 브랜드 유치를 확대하며 올해 드라이브를 걸기로 했다. 실제 지난해 추가로 현대백화점 미아점 1층에 중고 명품 전문 매장 '럭스 어게인'를 오픈하기도 했다. 백화점 1층에 중고 매장을 여는 것은 이레적인 일이며 본격적인 테스트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백화점도 테스트를 시작했다. 주요 점포를 대상으로 중고 의류 플랫폼의 팝업 스토어를 열고 있으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계열사인 벤처 캐피탈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통해 중고거래 앱 번개장터에 투자했다. 투자 이후 오프라인에서 협업을 이어갔는데 신세계 '센터필드 역삼'에 번개장터의 명품 판매 오프라인 매장인 '브그즈트 컬렉션'을 오픈했다.

백화점 업계는 고가의 명품을 취급해 온 백화점의 이미지가 젊은 소비자를 상대로 오프라인 중고 매장이나 중고 거래 플랫폼을 유치할 경우 소비자들의 신뢰가 높기 때문에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네이버 중고시장 3조원 넘게 투자

네이버도 최근 중고거래 사업 영역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C2C 플랫폼 포쉬마크를 2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포쉬마크 인수 외에도 4분기에 리셀 플랫폼 '크림'에도 500억원 추가 출자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만 중고거래 플랫폼에 3조4000억원을 투자한 것이다.

중고명품 거래 서비스를 취급하는 '트렌비'도 최근 IMM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3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업계가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어 중고시장 규모는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FNC도 지난해 자체 중고거래플랫폼 '오엘오 릴레이 마켓'을 런칭했고, 래코드 등 업사이클링 전문 브랜드 육성 등 관련 시장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특히 '오엘오 릴레이 마켓'은 런칭 이후 마켓이 활성화됨에 따라 회원수는 물론 중고상품의 매입량과 판매량이 늘고 있다. 특히 매입에 따른 재고소진 속도가 고무적이다. 매입된 중고상품의 60% 정도가 첫 달에 판매되고 6개월 이상 된 재고는 3%에 불과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고마켓을 운영하면서 자사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감도가 증가했다"며 "타 중고플랫폼 대비 품질 좋은 중고상품을 합리적인 가격대에 제시한 것이 주효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기업의 중고 시장 참여가 늘어나며 리셀 사업을 주로 영위하던 스타트업 중심의 시장 분위기는 한층 더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대기업의 집중 투자 이후 현재 벤처투자 업계의 관심은 특화 품목으로 쏠리는 추세다. 자전거, 명품, 리셀 등 특화 중고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에 스타트업의 관심이 이동한 것이다.

또한 업계에 팽배했던 '품질에 대한 불신'이 상당 부분 사라지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투자가 늘어나면 해당 시장이 커지고 사업 활성화를 유도하는 경향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지난해 인수한 '포쉬마크'

커버
검색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