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2023-03-13 김만희 칼럼니스트 maneekim@gmail.com

김만희의 마케팅인사이트 02

개인정보의 총합,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포스터

얼마 전 개봉한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가 연일 화제다.

23년 2월 21일 현재 이틀째 넷플릭스 전세계 영화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 홍콩, 대만 등의 아시아권은 물론, 남미, 중동 등 총 18개국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비영어 영화임에도 이렇게 많은 관심을 얻는 것은 그 시나리오가 전 세계적으로 공감을 형성해서일 것이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영화를 간단히 요약하면, 평범한 회사원이 자신의 모든 개인 정보가 담긴 스마트폰을 분실한 뒤 스토킹을 통해 일상 전체를 위협받기 시작하며 발생하는 사건들을 추적하는 현실 밀착 스릴러이다.

그 안에서 스토커는 스마트폰을 습득한 이후 범행 대상의 일거수일투족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할 뿐만 아니라, 관계된 사람들, 직업, 직장의 대다수의 정보를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한다. 개인의 일상을 한 페이지로 빼곡히 정리한 것을 보면, 정말 무서울 정도로 개인정보 노출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인정보란 살아있는 개인에 대한 정보로서 성명, 주민번호 등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 혹은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식별할 수 있는 정보 등을 의미한다. 즉 신분증같이 모든 개인 정보가 결합된 상태의 것이 노출되지 않아도, 인스타그램 상의 내 정보들이 취합하면 개인을 특정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가 되는 것이다.

그만큼 인스타그램은 디지털 상에서 개인 정보 노출에 가장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 본인의 미디어화

사실 우리는 개인정보 공개에 대해서 굉장히 민감하다. 고객 정보를 수집할 때는 개인정보 이용동의서를 반드시 받아야 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텔레마케팅의 전화가 걸려오면 그 경각심이 더해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소비자들은 인스타그램에 굳이 나를 노출한다.

누구를 만났고, 어디를 갔으며, 어떤 것을 먹었는지를 보여준다. 샀으면 샀다고, 경험했으면 경험했다고 자랑할만한 건 모두 보여주며, 요즘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브랜드를 입었는지, 무엇이 사고 싶은지 등등 개인정보를 노출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며 즐기기까지 한다.


왜 사람들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소셜미디어 상에 노출하는 것을 즐기는 것일까?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 대한 정보지만, 이것은 개인정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가 일단 클 것이다.

인스타그램의 이용 동기에 관한 선행 연구 중 '사진이 말보다 더 크게 말한다'(Pictures Speak Louder than Words: Motivations for Using Instagram, 이은지 외 3명, 2015)를 살펴보면,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주요 원인은 크게 사회적 상호작용, 보관, 자기표현, 현실도피, 엿보기(peeking)의 요인이 있으며, 특히 사회적 상호작용이 가장 큰 변량 요인을 가졌다고 한다.

결국 상호작용의 장, 과시와 인정의 욕구가 결합하여 본인을 미디어화 하는 것이다.

인스타그램 세상에서는 나는 주인공이 된다. 엄격하게 조직화 되어있고, 숨 막힐 정도로 수직적인 사회 속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보잘 것 없는 나지만, 수평적이고, 모두 인정해주는 느낌의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본인이 미디어가 된다. 높은 팔로우, 많은 좋아요는 나를 보다 실체 있는 나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하지만 2020년 제프올롭스키 감독의 2020년 다큐멘터리 소셜딜레마(social dilemma)에서는 한마디로 '우리의 관심이 그들의 상품이다. 즉 상품의 대가를 치루지 않으면, 바로 당신이 상품이다'라고 소셜미디어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을 꼬집었다.


나의 개인정보가 담긴 사진과 영상은 지적 및 인정의 욕구 허영에 쌓여 인스타그램을 통해 업로드 되고, 그로 인한 높은 인게이지먼트(좋아요, 댓글)는 결국 소셜미디어 사의 훌륭한 데이터 리소스(Data Resource)가 되어 사업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철 지난 이야기 마냥 굳이 소셜미디어를 사용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디지털 시대에 소셜미디어를 통한 본인 PR은 상당히 중요하며, 지인들과 커뮤니케이션 역시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나에게 중요하고, 도움 되는 정보 역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충분히 얻고 있어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좋은 약재일수록 그 쓰임새와 목적을 잘 알고 써야 독이 되지 않는 것처럼, 소셜 미디어 회사들의 비즈니스 목적을 기억하고 경각심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는 분명 있다.


.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더 소셜딜레마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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