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매장에서의 관계 변화

2023-03-13 최원석 필라멘트앤코 대표 insightprobe@gmail.com

최원석의 리테일 BIZ 02

체험형 매장, 츠타야


115년 전통의 니만마커스가 결국 파산을 신청했다.

◇ 오프라인 매장은 왜 존재하는가?

세상의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잘 안 바뀌는 것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100년 전의 교실과 지금의 교실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고 이야기들을 하곤 합니다. IT기술과 AI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음에도 교육이라는 서비스 플랫폼의 실질적인 변화는 미미 했습니다. 또한 우리의 일상도 팬데믹 전까지는 변화의 속도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르지 않았습니다.

팬데믹, 약 2년간 세상은 많이 변했고, 2년 전엔 당연하지 않던 것이 어느 사이 당연해진 것들이 많았죠. 비대면 화상회의나 재택근무가 이상하거나 특이한 것이 아니게 우리의 인식은 변화했습니다.

매장은 어떤가요? 물론 이마트나 대형 슈퍼에서도 단순 대체 가능한 업무들은 키오스크화 되어버렸습니다. 심지어 2023년 CES에서 가장 큰 화두 중 한가지로 느껴지는 변화는 모든 사회의 시스템 구석구석에서 불필요한 인력을 줄이기 위한 AI와 로봇 비지니스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우리의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리테일 매장의 변화는 아직 미미합니다. 물론 트렌드에 맞춰 형태나 마감이 바뀌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 고객과 브랜드의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구매라는 행위를 바꾸기 위한 시도는 이제서야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백화점 판매 비중이 해를 거듭할수록 감소하고 있다.



◇ 백화점 비즈니스의 위기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의 상징은 백화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백화점은 더 이상 백화점이 아닙니다.

본디 백화점(百貨店)의 뜻은 백가지 다양한 상품을 모아 파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전통적인 매장들 사이에서 큰 스케일을 앞세워 다양한 상품을 한 번에 둘러보고 구매할 수 있는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백화점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백화점의 다양성은 온라인에 비할 바가 아니죠. 온라인의 공간은 무한하고, 심지어 훨씬 저렴한 가격에, 믿을 수 있도록 최저가 가격 비교까지 해주기 때문입니다. 최근 5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많은 백화점이 온라인의 성장과 더불어 몰락과 폐업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2020년 5월 미국의 고급백화점 체인인 115년 전통의 니만마커스(Nieman Macus)가 파산을 신청했습니다. 43개 매장을 폐쇄하고, 직원 대부분인 1만4천 명을 해고했습니다.

이 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백화점업의 쇠퇴의 상징과도 같은 사건이었습니다. 또한 2023년 1월말에는 일본 도쿄의 상징과도 같았던 시부야 도큐백화점 본점이 폐점했습니다. 1967년 개점, 도쿄에서도 손꼽히는 고급 주택가인 '쇼토(松濤)'에 인접해 있어 도큐백화점 본점은 오랜 세월 일본 럭셔리의 대명사와 같았던 곳이죠.

일본경제대 니시무라 나오즈미(西村?純) 교수는 "백화점의 '탈(?) 백화점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아사히 신문의 인터뷰에서 이야기했습니다.

이어 그는 "긴자식스는 테넌트에 의한 매장을 강화해서 부동산 수입으로 수익을 얻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 이 점을 도큐(Tokyu Corporation)에서도 의식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결국 전통적인 방식의 비즈니스모델은 임계치에 도달했으며, 더 이상 지속가능 하지 않은 상황이며, 각각의 영역에서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 즉 돈을 버는 방식을 바꿔야만 하는 시대에 도달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 듯합니다. 온라인의 가격과 편의성(특히나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한 도시에 많은 인구가 밀집되어 있고 배송이 빠른 시스템을 가진 수도권을 기반으로 반나절 배송권의 발전이 가능했습니다)을 전통적인 오프라인 리테일 공간이 이길 방법은 없는 걸까요?


◇ 경험 비지니스

그 가능성을 경험기반의 비지니스에서 우리는 고민해봐야 할 듯합니다. 스몰 브랜드들이 하는 가장 큰 착각 중 한 가지가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싸게 팔면 소비자들이 구매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대기업이 아닌 이상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더 작은 마케팅 비용과 높은 가격구조를 가지고 물건을 싸게 판다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방식이죠. 작은 브랜드나 신규 비즈니스 플레이어가 해야 할 근본적인 고민은 '어떻게 하면 조금 비싸게 만들고 더욱 비싸게 팔 것인가?)' 입니다. 결국 같은 기능을 가진 제품을 판매하는데 있어서 어떻게 더욱 큰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가(더욱 비싸게 팔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그 단서를 럭셔리나 뷰티 비즈니스에서 고민해 봐도 좋을 듯합니다.

과연 명품 브랜드 제품들은 그 가격만큼의 기능을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을까요? 명품백의 가격이 단지 물건의 수납을 해결하기 위해 지불하기에 합당한 금액은 아니겠죠. 또한 대부분의 화장품은 비슷한 재료로 유사한 또는 동일한 공장에서 생산됩니다. 하지만 전혀 다른 가격을 부여하고 있죠. 화장품의 재료비 등의 원가는 10%가 안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왜 비싼 가격에 판매가 되고 있을까요?

그 부분이 진정한 부가가치가 아닐까 고민해봐야 합니다. 경험기반의 경제에서 소비자들은 단순히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 아닌 상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가치있는 체험을 얻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더 좋은 경험을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됩니다.


뉴욕 MoMA에 가보신적이 있나요? 뉴욕 MoMA에 있는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인 더 모던(The Modern)에서 가장 비싸고 예약하기 어려운 좌석은 원테이블(one table, The Kitchen Table at The Modern)입니다. 아름다운 홀이 아니라 음식을 준비하는 바쁘고 열정적인 쉐프들의 일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가격은 일반좌석의 2배 이상입니다. 사람들은 이 자리에서 얼마나 음식이 맛있었는지가 아니라 셰프들의 프로페셔널함과 요리를 준비하는 모습 하나하나를 안주 삼아 즐기는 이야깃거리와 경험을 구매하는 것입니다. 

미슐랭의 스타를 유지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아 자살한 셰프도 있다고 하죠. 그런 세계에서 미슐랭 2스타 이상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요리만이 아닙니다. 고객에게 수준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가는 미슐랭 스타의 선정기준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사람들은 이제 기능보다 가치 있는 경험에 또는 의미 있는 브랜드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시대입니다. 결국 오프라인에서도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경험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가 본질적인 고민의 시작점이 되어야 합니다.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더 모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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