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프웨어’ 시장, 스킴스의 독주 시대는 끝났다

2023-02-20 박진아 칼럼니스트 jina@jinapark.net

박진아의 글로벌 트렌드 02

2030년까지 성장세 전망 속 셰이프웨어 춘추전국 시대 개막





스킴스 제품은 재고가 빨리 고갈돼 구하기 어렵다는 심리를 조성한다. 소비자는 인스타그램에서 킴 카다시안과 스킴스를 팔로우하며 신상 입고 소식을 기다린다.

셰이프웨어 패션 시장의 선구적 브랜드인 '스킴스'가 런칭한 지 3년이 넘었다.

스킴스(Skims)는 미국의 리얼리티 TV 스타 겸 모델인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이 그녀의 막강한 미디어 영향력을 지렛대 삼아 창업한 셰이프웨어, 란제리, 라운지웨어, 수영복 전문 브랜드다. 첫 후원금 펀딩 라운드에서 투자 금액 미화 1억 5,400만 달러(약 2,000억 원)를 확보해 16억 달러(약 2조 원) 기업 가치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하기 바로 직전인 2019년 9월, 스킴스가 어패럴 시장에 새 라벨을 내밀자마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판매 개시 1분 만에 스킴스 새 컬렉션 전제품 완판 선언과 동시에 매출액 4억 달러(약 5,020억 원)를 기록했으니 펀딩 투자 금액의 2배 이상을 첫 런칭 직후 거둬들인 셈이다.

런칭 시기도 절묘했다.
펀딩 라운드 6개월 후, 전 세계가 강력한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른 사회적 봉쇄에 들어가며 소비자들의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글로벌 홈웨어·라운지웨어·파자마·레깅스·트랙수트 시장은 2020~2021년 기간 동안 무려 1,303%라는 폭발적인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스킴스의 놀라운 성공 비결은 당시 럭셔리 스트릿웨어 시장에서 앞다퉈 실험되던 한정 수량 드롭(drop) 마케팅 모델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간헐적 반복 드롭 홍보 캠페인, 한정 수량 방출, 인공적 희귀성 창출, 재고 수량 관리 전략은 앞선 드롭에서 구매를 놓쳐 애타게 다음 드롭을 고대하는 희망 고객수 추가 확보와 더 많은 매출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매 드롭을 완판으로 마감하며 재고량 제로 물량 관리 방식이 주효했다.

글로벌 잠옷 및 라운지웨어 시장은 이미 지난 2017년부터 꾸준한 성장세(연평균 성장률 5.3%)를 보여왔다. 특히 코로나로 재택근무와 자가 격리 조치로 가정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소비자들 사이서 라운지웨어는 사실상 기존 출퇴근용 복장을 대체하며 평상 복장으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추세는 지속돼 약 5년 후인 오는 2028년까지 글로벌 라운지웨어 시장은 737억 6천 만 달러(약 92조여 원) 규모로 계속 성장해 나갈 것으로 추정된다(자료: 마켓리포츠월드(Market Reports World, 2022.3.9자 보고서).


젊고 탐스러운 여성성 강조, Z세대 고객층을 겨냥 셰이프웨어 브랜드인 허니러브(Honeylove).

◇ 압박 '코르셋'은 싫어! 이음새 없이 몸 굴곡을 매끈히 마감해주는 '솔루션웨어'

사실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스킴스의 선풍적 유행은 코로나 이후 현대인들의 신체 변화를 반영한 패션적 징후다. 레깅스와 요가복 등 애슬레저의 붐과 더불어서 넉넉한 실내복을 착용하고 오랜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는 정적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체중 증가 추세 속에서 스킴스는 소비자들에게 이제 다시 우리의 몸매 곡선을 '가다듬어야 할 때'라고 각성시켰다.

셰이프웨어 시장의 밝은 미래를 간파한 어패럴 업계는 이제 셰이프웨어 춘추전국 시대로 접어들었다.

스킴스 셰이프웨어가 온라인 이커머스 사이트와 소셜미디어를 통한 드롭 마케팅 방식을 고수하며 일회성 상품과 희귀성 조성으로 소비자 마니아층을 구축해 나가는 사이, 보다 다양한 소비자층과 요구를 세분화해 공략하는 경쟁 셰이프웨어 브랜드들이 속속 등장해 시장을 점유해 나가고 있다.

예컨대, 영국 시장에서는 '하이스트(Heist Studios)'가 이커머스 사이트 D2C 채널과 고급 백화점 유통만을 고집하는 스킴스에 정면 도전한다. 하이스트는 스킴스의 만성적 상품 매진 현상에 지친 소비자들에게 옥외와 공공 공간 광고 캠페인으로 첨단 원단과 우수한 몸매 보정력을 제공하는 기술 지향적 브랜드 DNA를 내세워 영국 여성 소비자들에게 어필한다.

셰이프웨어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간파하고 2022년에 스킴스에 도전장을 던지며 데뷔한 또 다른 셰이프웨어 브랜드 '이티(Yitty)'도 무섭게 성장 중이다.

이티는 미국 가수 리조(Lizzo)가 자신의 브랜드 인지도를 이용해 애슬레저 회사인 패블레틱스(F abletics, 모회사: TechStyle)와 공동 창업 및 론칭한 신흥 브랜드로 인종, 체형, 사이즈, 나이를 초월한 포용과 평등이 핵심 에토스다.

XS~6X에 이르기까지 더 폭넓은 사이즈와 체형, 다양하고 대담한 색상, 빠른 유행과 소비자 선호를 반영한 신상품으로 제품 선택의 폭을 넓히는 전략으로 공략한다.

그 외에 첨단 소재로 옷 맵시 최적화를 내세우는 '코만도(Commando)', Z세대 젊은 여성들을 주 고객층으로 한 바디 실루엣 보정 내의 및 외출복 브랜드인 '허니러브(Honeylove)', 있는 그대로의 몸매를 긍정적으로 인정하자는 바디포지티브(body positive), 운동 공동체 구축을 통해 소비자층을 확보해 오고 있는 '셰이퍼민트(Shaper mint)'도 특화 마케팅 전략으로 특히 북미 셰이프웨어 시장을 속속 잠식해 나가고 있다. 21세기 서구의 셰이프웨어 붐을 관통하는 공통적 컨셉은 다양성(diversity)과 포괄성(inclusiveness)으로 요약된다.

서구 전통 사회에서 여성들이 착용했던 코르셋과 1990년대 사라 블레이클리(Sara Blakely)가 유행시킨 스팽크스(Spanx) 보정속옷이 보형물과 억센 원단으로 몸을 압박해 이상적인 여성 신체를 연출했다면, '셰이프웨어'는 다양한 인종과 체형을 고려해 광범위한 칫수 선택폭을 제공하고 착용자의 신체적 특성과 개성을 그대로 유지하되 몸 표면을 매끈히 마무리 해주는 솔루션에 주력한다.

어패럴 업계는 외모를 중시하는 중산층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중국 시장을 비롯해서 한국 등 벌써부터 아시아 태평양 시장에서의 셰이프웨어 붐을 예견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한지 만 3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인 대다수는 팬데믹 이전 수준의 정상적 일상으로 복귀했다. 특히 지난 1년부터 최근, 그동안 미뤄졌던 졸업식, 결혼, 사교 및 데이트를 위한 외출 활동이 급증하면서 셰이프웨어의 수요 증가세는 자명해졌다. 스킴스가 곧 남성용 셰이프웨어 출시를 계획 중이라는 어패럴 업계 입소문이 이를 입증한다.


2021년 10월 한정 수량 발표한 스킴스×펜디 협업 캡슐 컬렉션. 미국 올림픽 대표 선수단용 공식 셰이프웨어로 사용됐다.

커버
검색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