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시장의 별’ 韓으로 쏠린 명품 업계

2023-02-20 이은수 기자 les@fi.co.kr

1인당 명품소비 '세계 1위' 美·中 제쳐
글로벌 명품 한국 직접 진출 증가
K-POP 성지 한국은 아시아 공략 전초기지




삼성물산 패션 부문이 전개해왔던 톰브라운이 톰브라운코리아로 국내 사업을 직접 운영하기로 했다.

해외 명품 브랜드들의 한국 시장 직접 진출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최근 톰브라운이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을 선언했다. 12년간 한국 시장에서 마케팅과 유통을 맡았던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계약을 종료한다고 직접 발표했다. 기한은 오는 7월 1일이다.

당장은 톰브라운코리아가 설립되어도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유통과 관리 부문을 맡기로 했다. 하지만 국내 패션기업을 통해 한국에 진출했던 명품 기업들의 관행을 살펴볼 때 가까운 미래 톰브라운코리아 역시 독자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아예 프랑스 명품 브랜드 셀린느는 지난해 말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유통 계약을 종료하고 이달부터 국내 사업을 꾸렸다.

스웨덴 한 소식통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독점 수입하고 있는 스웨던 브랜드 아크네스튜디오 역시 직진출을 고려해 한국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밖에도 질샌더, 디젤, 메종 마르지엘라 등을 보유한 세계적인 패션 그룹 OTB도 지난해 신세계인터내셔날과 계약 종료 후 한국 법인을 설립해 국내 사업에 뛰어들었고, 박정빈 신원 부회장이 2009년 직접 나서 국내 사업을 챙긴 이탈리아 명품 슈트 브랜드 브리오니 역시 오는 2024년 국내 사업을 직접 운영한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하나 둘 한국 파트너와 손절하고 직접 한국 시장을 챙기는 등 진출 채비를 늦추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2020년 몽클레르도 한국 시장에서 성장세를 보이자 신세계인터내셔날과 결별 후 독자 법인을 한국에 설립했고 동시에 몽클레르그룹 산하 이탈리아 캐주얼 브랜드 스톤아일랜드까지 20년 넘게 한국 독점 수입 유통 파트너 에프지에프와 계약을 종료했다. 해외 브랜드의 한국 시장 직진출 분위기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발병 직후 감지됐다. 보복소비와 명품 브랜드에 대한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MZ세대들까지 백화점 오픈런 대열에 가세하면서 글로벌 럭셔리 기업들의 관심이 커진 것이다.


이 달 펜디가 서울의 럭셔리 리테일 중심지로 손꼽히는 청담동에 한국 첫 플래그십 부티크인
팔라초 펜디 서울을 오픈했다.

◇ 명품의 나라 韓國…1인당 명품 소비  세계 1위

최근 한국의 명품 소비 시장 규모의 재평가는 안팎에서 각종 보고서와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명품의 나라'라고 알려진 이탈리아 현지에서도 '전 세계 명품이 한국으로 향하고 있다.' '한국은 전 세계 명품 시장의 별이다.' 라는 보도까지 나올 정도다. 글로벌 럭셔리 하우스와 한국 파트너를 보유한 해외 브랜드들이 한국을 거점으로 삼고 동남아시아 등 주요 미진출 국가로 유통을 확장해 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2021년 이후 한국에서 브랜드를 관리하며 브랜딩과 유통을 맡은 파트너와 계약을 종료하고 직접 한국 진출을 선언한 브랜드만 어림잡아 8개가 넘는다. 중국 시장이 주춤한 사이 한국 시장이 알짜배기 시장으로 부상한 셈인데 최근 발표된 여러 자료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美 월가 최대 글로벌 투자 은행 모건스탠리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1인당 명품 소비' 전 세계 1위 국가에 올랐다.
지난해 한국인의 1인당 명품 소비액은 325달러, 우리 돈 약 40만 4천 원으로 미국 34만 8천 원, 중국 6만 8천 원 등을 제치고 1인당 소비규모로는 세계 최대를 기록했다.


2022년 한국 명품 소비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24% 성장해 세계 6~7위 수준에 해당하는 168억달러(약 20조9000억원)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1인당 기준으로 보면 한국인이 미국 280달러(약 34만원)와 중국 55달러(약 6만8000원)보다 많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도 지난해 국내 명품시장 규모가 19조4488억원으로 전년보다 8.1% 성장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의 분석 업체들의 분석 내용도 같다. 앞서 지난해 한국 삼정KPMG가 공개한 럭셔리 시장을 이끄는 '뉴럭셔리 비즈니스 트렌드' 보고서도 비슷한 현상을 예고했다. 2021년 한국의 명품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29.6% 급증한 58억달러(약 7조3천억원)로 조만간 70억달러(약 8조8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삼정KPMG는 코로나19로 해외 여행 제한이 계속되면서 명품 구매 수요가 백화점으로 집중되고, 보복소비 성향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명품 사업 트렌드로 MZ세대가 소비층으로 부상한 점과 온라인 플랫폼의 경쟁 심화, 리세일 시장 활성화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명품영역이 키즈와 펫, 리빙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어 품목과 카테고리 전반에 걸쳐 국내 소비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 2030세대 플렉스 熱風 명품 시장 '큰손' 부상

한국에서 명품 브랜드의 고속 성장의 특이할 만한 점으로 소비주체의 변화가 꼽힌다. 글로벌 명품 업계도 정확히 분석하고 있고 공략하고 있는 지점이다. 최근 명품 시장 내 '큰손'으로 2030세대가 등장했다. 때문에 과거 명품 브랜드 홍보를 맡는 셀럽의 경우 배우나 모델들이 휩쓸었다면 최근 들어서는 아이돌과 같은 다양한 아티스트로 확장되고 있다.

명품을 소비하는 계층이 전체적으로 어려지면서 덩달아 젊은 층에 큰 영향력을 지닌 어린 아이돌들이 홍보모델로서 각광받고 있다. 특히 K팝 인기가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에서도 이어지자 명품업계의 K팝 아이돌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을 수치화한 경제고통지수를 세대별로 산출한 결과 지난해 상반기 기준 청년들의 체감경제고통지수는 25.1을 기록했다.

체감경제고통지수는 각 연령대별 체감실업률과 연령대별 물가상승률을 합산한 수치다. 아이러니하게도 2030세대가 느끼는 체감경제고통지수는 높아진 반면 이들의 명품 구매는 더욱 활발해졌다.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백화점별 2030세대 명품 매출 비율은 신세계백화점 50.5%, 현대백화점 48.7%, 롯데백화점 45.4%를 기록했다.

지난해 2월 롯데멤버스가 발간한 '라임 명품 소비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2020~2021년 명품 판매량은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8~2019년 대비 23% 증가했다. 연령대별로 20대 명품 구매 증가율이 70%로 가장 많이 늘었다. 이 같은 현상은 2030세대의 '플렉스'(자신의 성공이나 부를 뽐낸다는 뜻) 문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플렉스 문화는 과시적 소비를 의미하는 말로 한정·프리미엄 상품을 자신의 가치 판단에 따라 과감히 즐기는 현상이다. 남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명품 소비로 이어지는 것이다.

2030세대의 '리셀 재테크'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명품을 사고 팔아 이익을 취하는 것이다. 명품 리셀은 부동산·주식 등에 비해 단기간에 수익을 낼 수 있고,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아 2030세대가 쉽게 다가갈 수 있다.


◇ 한국이 명품 브랜드의 테스트 베드 부상

지난달 20일 한국을 찾는 닉 브랜디스트리트 세빌스 아태지역 총괄 디렉터도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을 전했다.

세빌스는 샤넬, 루이비통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리테일과 부동산 컨설팅을 도맡은 에이전트 기업이다. 글로벌 명품 기업들이 한국 시장은 안정적인 매출이 보장되고 있는 데다 막강한 K팝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어 아시아 시장에서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시장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시장 성공을 점쳐볼수 있는 바로미터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 세빌스는 글로벌 럭셔리 그룹이 엔데믹 이후 한국내 신규 브랜드 진입을 타진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명품 브랜드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주요 시장이던 중국의 의존도를 줄이고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아시아 지역에 영향력이 높은 한국은 아태지역 브랜드 성공 여부를 시험해볼 수 있는 곳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명품 브랜드가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높은 충성도와 K팝 아이돌로 대표되는 인플루언서 문화도 한 몫하고 있다.

세계적 파급력을 가진 K팝 스타들을 모델로 활용해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 지난해 K팝 블루칩으로 떠오른 걸그룹 뉴진스는 데뷔 6개월 만에 구찌, 루이비통, 버버리의 앰버서더를 맡고 있다.


명품 브랜드가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높은 충성도와 K팝 아이돌로 대표되는 인플루언서 문화도 한 몫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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