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중국의 新바람, 지속가능한 패션

2022-10-31 유재부 패션 에디터 UB@fi.co.kr

중국이 지속가능한 패션 대열에 합류했다


자신들의 소비습관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의식한 전 세계인들의 ‘집단 지성’이 발동하면서 지속가능한 패션 운동이 패션·의류 산업을 강타하고 있다. 특히 지속가능한 패션 트렌드는 환경을 의식하는 도시 젊은이들이 주도하는 중국에서 서서히 그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G2 선진국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려는 중국의 첫걸음일지도 모른다.


패스트 패션과 달리 지속 가능한 패션은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 저 탄소배출 의류 제품을 의미한다. 최근 들어 중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패션은 중국의 패션·의류 산업을 변화시킬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문화적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직은 럭셔리 틈새지만 잇 트렌드로 부상


중국 패션·의류 산업은 세계적인 거대 시장이다. 중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일정 규모(주요 사업에서 연간 2천만 위안 이상의 수익 보고) 이상의 패션·의류 기업은 2021년에 전년 대비 8.4% 증가한 235억 4천 만 개의 의류를 생산했으며, 매출액은 14.2% 증가한 9,974억 6천만 위안(약 199조 6,951억 원)에 달했다. 시장조사기관 아스키리서치는 올해 중국 전체 의류 시장이 1조 4,500억 위안(약 288조 4,195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시장에서의 존재감과 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중국 패션·의류 산업에서 현재 지속가능성 강화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중고 시장을 통해 재구매하거나 리사이클 소재를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때문에 대부분 의류는 사용 후 재활용 과정 없이 쓰레기로 버려진다고 볼 수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중국에서 매년 약 2,600만 톤의 옷이 버려지고 있으며, 그 중 1퍼센트 미만이 재사용되거나 재활용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산업계 전반에 녹색 사업 실천을 장려하는 한편, 중국의 폐기물과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고 있다. 가장 주목할 점은 중국 정부가 2030년 이전에 탄소 배출량 감소량을 최대 수준으로 끌어 올려 2060년 이전에 탄소 중립국이 되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것이다. 이 공약에 따르면, 패션·의류 산업에서 더 강력한 지속가능성이 조만간 특별한 예외가 아닌 일반적인 표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지속 가능한 패션 산업은 아직 전체 패션·의류 산업에서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지표들은 중국 지속가능한 시장 잠재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따쉐컨설팅 조사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의 77%가 지속 가능한 패션 제품에 대해 5~20%의 프리미엄을 더 지불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서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인식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아이씨클(Icicle), 클레클레(Klee Klee), 크롭(Krop), 지란(Ziran)과 같은 중국의 지속 가능한 패션 브랜드들은 하이-엔드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바스틴(Bastine)과 같은 다른 회사들은 지속 가능한 섬유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 에버레인, 올버즈 등과 같은 일부 지속가능한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비록 지속 가능한 패션이 현재 중국에서 하이-엔드 시장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중국 소비자들이 지속 가능한 패션을 지지하는 근본적인 행동을 보이기 때문에 앞으로 주류로 부상할 가능성도 아주 높다고 볼 수 있다.


영국 다국적 회계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조사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의 74%가 추적 가능한 출처와 투명한 원산지를 가진 패션 브랜드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에, 전 세계적으로는 56%만이 그런 브랜드를 선택하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의 투명성에 대한 관심은 부분적으로는 한 때 중국 시장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짝퉁이나 때로는 위험 제품들에 대한 경험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MZ세대, 지속가능한 패션 성장주도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재활용 소재로 만든 옷에 대해 프리미엄을 지불해야한다는 생각은 아직 주류는 아니다. 중국 경제가 지난 수십 년 동안 호황을 누리는 동안 소비자들은 재활용품이나 빈티지보다는 ‘새로움의 가치’를 중시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은 중고 옷이 비위생적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지속가능한 패션 제품들이 재활용 소재로 만든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선입견은 중국의 지속 가능한 패션 브랜드가 극복해야 할 제품 인식 장벽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젊은 소비자들인 MZ세대는 기성세대보다 지속 가능한 패션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서치앤마켓 보고서에 따르면, 여전히 지속 가능한 패션은 중국 소비자들에게 아주 새로운 개념이지만, 도시에 사는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지속가능 패션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따쉐컨설팅 조사에 따르면, 고등교육을 받은 고소득의 중국 젊은이들은 경우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 때문에 지속가능한 구매 행태를 적응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상류층 응답자의 20%가 지속 가능한 패션 제품에 두 배의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새롭게 제작된 지속 가능한 의류 외에 리셀 플랫폼에서 중고 옷을 사는 것도 중국에서 점점 더 흔해지고 있다. 중국의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가 있는 대표적인 중고품 전자상거래 플랫폼에는 캐피피시(Catch Fish),팻타이거(Fat Tiger), 페이위(Feiyu), 제이르(Zhier), 좐좐(Zhuanzhuan), 시엔위(Xianyu), 밸류야오(Value Yao) 등이 있다. 아이미디어컨설팅(iiMedia Consulting)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중고 거래 플랫폼 소비자의 60% 이상이 1990년대에 태어났다. 그러나 일부 중고품 소비는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도 단순히 빈티지한 옷을 찾거나 가성비 때문에 중고품을 구입하는 경우도 많다.



소셜 채널 통한 지속가능한 변화 추진


지속 가능한 패션의 개념을 대중화시키려면 소비자들에게 이러한 환경 친화 제품의 이점에 대해 교육하고 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연관시키기 위한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속 가능한 패션 브랜드는 온라인 소셜 채널을 활용해 변화를 주도하면서 럭셔리 시장을 뛰어 넘어 중국의 주류로 도약할 수도 있다. 결국 소셜 채널은 판매와 물류 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의 중요성을 폭넓게 전달하기 위해 모두 중요하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은 온라인 채널이 2025년 중국 의류시장의 38.6%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 성공적인 온라인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전자상거래 매장이 아닌 소셜 미디어 전략과 포괄적인 온라인 전략이 함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연결된 라이브 방송을 통해 중국 인플루언서들이 패션·의류 산업에서 수행중인 핵심 역할에서 가장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중국의 라이브스트리밍 전자상거래 시장은 121.5% 성장한 9,610억 위안(약 191조 1,525억 원)에 도달해, 중국 내 소셜 채널의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주었다. 2021년 아이리서치(iResearch) 보고서에 따르면, 이 수치는 2022년에 1조 2,000억 위안(약 238조 692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알려진 소셜 미디어 및 전자 상거래 플랫폼 샤오홍슈(Xiaohongshu)는 패션 인플루언서와 제품 판매로 가장 인기 있는 앱 중 하나로, 특히 젊은 여성들 사이에게 인기가 높다. 온라인 패션 미디어 '보그 비즈니스'에 따르면, 패션과 화장품 앱 샤오홍슈의 '지속가능한' 관련 댓글 수는 30만개에 육박한다. 사회와 환경을 의식한 라이프스타일을 촉진하는 인플루언서들을 참여시키는 것은 지속 가능한 패션 브랜드들이 지속 가능한 패션의 필요성과 트렌드에 대한 인식을 촉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 가능한 패션 브랜드들에게 중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지만, 소비자들이 라이프스타일 우선순위를 조정하면서 이 콘셉트를 대중화하려면 장기적인 전략도 필요하다.

K-패션도 '조각보 헤리티지' 되살려야


한편 지난 11일부터 5일간 열린 2023 봄/여름 서울패션위크에서도 최대 이슈는 '지속가능한 패션'과 ‘환경·사회·투명 경영(ESG)’이었다. 이는 엔데믹 이후 한국 패션계의 화두 역시 지속가능한 패션과 ESG 패션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서울시는 '지속가능 윤리적 패션 허브'를 통해 다양한 세미나와 전시, 지속가능한 윤리적 패션 브랜드를 위한 DDP 전문 매장과 유명 백화점과의 컬래버레이션 팝업 스토어를 통해 지속가능 패션의 산업화와 대중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이번 서울패션위크에는 엡손과 친환경적인 프린트를 7년 만에 패션쇼로 복귀한 이상봉 디자이너를 비롯해 그리디어스, 티백, 두칸, 홀리넘버세븐, 성주 등이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환경 보호 메시지를 통해 지속가능한 패션을 선보였다. 또한 파리에서 열린 트라노이 전시회에 참여한 젊은 K-패션 브랜드들도 “친환경·저탄소 등 환경을 지키는 지속 가능한 패션 이야기를 담아 서울패션위크가 지속가능한 패션 산업을 지지한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이제 K-패션도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 K-패션이 지속가능한 패션은 선언적 의미가 실천적 대안으로 업그레이드될 때 후발 주자인 중국보다 앞서서 지속가능한 패션의 글로벌 선두주자가 될 수 있다. 이제 중국의 지속가능한 패션이 아직은 틈새인 하이-엔드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산업화와 대중화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시작은 반이라고 했다. K-패션은 이미 50%는 넘은 셈이다. 남은 50%를 착실하고 알차게 채워서 글로벌 시장에 우뚝 설 수 있기를 기원한다. 글로벌 4대 패션위크와 서울패션위크를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은 ‘특별함(Unique)’이다. 그 특별함은 전통적인 한국 조각보 유산에 깃들어있는 리사이클 정신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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