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럭셔리가 V-커머스에 올인하는 이유

2022-10-17 유재부 패션 에디터 UB@fi.co.kr

구찌의 디지털 패션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메티버스, IoT 등으로 패션 리테일 시장이 M-커머스에서 V-커머스(Virtual-commerce)로 발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특히 오는 2030년 세계 시장 기준으로 1조 3천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V-커머스 시장의 핵심인 베타버스는  오늘날 가장 발빠르게 성장하는 첨단 기술 분야 중 하나다.


급변하는 패션 생태계 환경 속에서 과연 럭셔리 브랜드들은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럭셔리 브랜드 중 디지털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곳을 바로 구찌와 발렌시아가의 모기업인 케링 그룹이다. 이들은 인터넷의 초창기처럼 메타버스 벌판에 깃발을 꽂고 디지털 패션의 대중화와 실용화를 위해 꾸준히 탐구하고 있다. 


사실 럭셔리 브랜드는 인터넷 비즈니스인 e-커머스와 M-커머스 시대에는 다소 소극적이었다. 6개월 전에 제품을 선보이는 프리-시즌 컬렉션을 통한 '기다림의 미학'이 럭셔리의 지고지순한 미덕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국 중심으로 인-시즌  컬렉션 개념인 현장직구(see now buy now)' 방식이 부상했을 때도 유럽의 럭셔리 브랜드들은 단골 고객들이 여전히 6개월의 기다림을 선호한다면서 현장 직구 포맷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웹3.0 시대의 핵심인 V-커머스 시장에서는 가장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구찌와 발렌시아가를 비롯한 많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이미 메타버스를 패션 비즈니스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미 게임화 시류에 편승해 유명 상표 스킨을 팔고 메타버스에서 땅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3월에 열린 최초의 메타버스 패션위크인 '디센트럴랜드 패션위크'에서 유저들은 메티버스에서 발렌시아가 스킨을 입고 게임을 즐기고 있었으며, 디지털 컬렉션이 매스 마켓에서 럭셔리 마켓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것을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웹 3,0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가장 상징적인 모습은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에르메스가 버킨 백에서 영감을 받은 '가상 버킨백'을 판매한 미국 NFT 아티스트 메이슨 로스차일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에르메스는 대체불가능토큰(NFT)으로 디지털 아트를 제작한 메이슨 로스차일드를 에르메스 상표로 이익을 얻으려고 한다는 혐의로 뉴욕 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메이슨 로스차일드는 에르메스를 상징하는 버킨백이 모피로 뒤덮인 듯한 가상의 가방을 만들어 ‘메타버킨 모피 백’라는 이름을 붙인 뒤 NFT 판매 전용 사이트에 올렸다. 이에 에르메스는 뉴욕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메이슨 로스차일드가 에르메스의 트레이드마크인 버킨에 접두사 ‘메타’를 붙여 브랜드를 도용했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 상표권 침해 관련 소송은 에르메스가 버킨 백 제작에 이국적인 애니멀 스킨을 직접 사용한 반면 디지털 백은 단지 이미지일 뿐이라는 사실 때문에 또다른 차원의 카피 문제로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다.


에르메스 측은 메타버킨 백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오랜 유산의 브랜드 명성을 악용했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메이슨 로스차일드의 대답은 상관할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로스차일드는 모피로 뒤덮인 버킨백을 상상한 예술 작품을 창작한 것이지 위조 버킨백을 만들어 판매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메이슨 로스차일드는 "미국에서 예술은 헌법의 보호를 받는 표현의 자유라고 강조하며 “NFT로 만든 예술작품을 판매한다고 해서 그것이 예술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NFT 메타버킨 모피백


즉 NFT 아티스트들은 그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가상 세계에서 무엇이든 그릴 수 있다고 주장이다. 그것은 실제 상품이 아닌 가상 창작 콘텐츠며, 전혀 짝퉁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디지털 백이 결코 상표권 소송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메이슨 로스차일드는 "메타버킨 모피 백은 어떤 식이로든 에르메스의 사업에 지장을 주지 않았다. 어쩌면 디지털 패션은 새로운 고객을 끌어 모으고, 제품을 더 멋지고 모던하게 만들어주는 선두 주자일지도 모른다"라고 덧붙였다.


어쨌든 이번 에르메스의 NFT 소송은 럭셔리 브랜드들에게 디지털 패션의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을 거두었다. 일부 럭셔리 브랜드들은 자사 차원에서 디지털 패션 부서를 새롭게 출범시키거나 이미 온라인에서 활동하고 있는 NFT 디지털 아티스트들과 협력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문제의 NFT 메타버킨 백은 인기가 상상외로 높았다. 미국의 패퍼 출신 패션 사업가인 칸예 웨스트는 여자친구 체니 존스를 위해 무려 27만 5천 달러(약 3억 9188만 원)를 주고 NFT 버킨백을 구매했을 정도다.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까? 하지만 NFT를 사용하면 핸드백은 현대 미술이 되어 NFT 투자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럭셔리 백의 환금성이 디지털을 만나 그 가치가 미술 작품 수준으로 확장된 것이다.


글로벌 럭셔리 패션이 디지털 패션에 올인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선, 브랜드들은 그들만의 NFT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팬들로 구성된 사이버 개인 클럽에 접근할 수 있게 자격을 주고 있다. 사실 기존 오프라인에서 발행했던 고객 멤버십 카드와 형태는 비슷하지만 메타버스에 접근하기 위한 멤버십 카드는 가격이 더 비싸다. 구매, 재판매, 수익도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100%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가상 화폐기 때문에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는 것이다.


티파니엔코의 티피코인(TiffCoin)이 좋은 예다. 유통량은 499개에 불과하지만 30이더리움(1이더리움 당 190만 원)의 가격으로 출시했다. 하나를 사게 되면 독점적인 브랜드 이벤트에 접근할 수 는 자격이 부여된다. 그러나 티피코인을 구매한다는 것은 사실상 오리무중이다. 어떤 종류의 행사가 있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접속할 수 있을지 아직은 구체적으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소한 티파니앤코의 컬렉터나 명예 고객이 될 수 있을 가능성은 크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돌체앤가바나도 티파니와 같은 시도를 했지만 한발 더 나아가 보다 구체적인 3가지 버전의 박스로 출시되었다. 블랙은 물리적 및 디지털 드랍이 포함된 NFT와 메타버스에서 열리는 이벤트 초대장이 들어 있으며, 골드 박스에는 라이브 이벤트 초대장, 플래티넘 박스에는 더 많은 독점 제공을 하고 있다.


또한 럭셔리 브랜드들이 하나둘씩 가상 화폐로 부티크에서 진짜 옷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가상 화폐 소유자들은 이제 필립 플레인, 구찌, 오프-화이트, 발렌시아가 등의 럭셔리 매장과 파페치를 비롯한 일부 온라인 럭셔리 쇼핑몰에서 가상 화폐를 지불하고 쇼핑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상 화폐 쇼핑을 위해서는 적절한 전자 지갑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펜디가 구세주로 나섰다. 펜디는 남성복 패션위크에서 가상 화폐 지갑 전문 기업 레저(Ledger)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암호 화폐 지갑을 선물했다. 이것은 마치 웹3.0 시대의 도래를 상징하는 작은 펜디 바게뜨 백처럼 보인다.


일부 브랜드들은 디지털 패션과 동일한 컬렉션을 현실에서도 생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 들어 브랜드 포지셔닝의 업그레이드 이동을 추진중인 자라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현실적인 옷과 함께 메티버스에 디지털 버전도 함께 출시했다. 하지만 무한 성장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진짜와 다를바 없는 자라 메타버스에 과연 누가 가고 싶을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하지만 돌체앤가바나는 그들의 실시간 아이디어를 메타버스에 적용시켰다. 첫째, 고양이에게 옷을 입혔고 둘째, 메타버스에서 돌체&가바나 스킨을 살 수 있는 충분한 돈을 가진 고객들에게 브랜드가 눈에 띄도록 옷이 반짝거리게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패션은 여전히 미디어 트래픽으로부터 자유로울 뿐 아니라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유용한 도구다. 브랜드는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을 사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웹 3.0시대애는 빛의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아디다스는 몇 가지 질문에 답하고 운동화를 선택하는 캐릭터 기반의 인공지능(AI) 아바타 생성 플랫폼을 출시했다. 그것은 광고 캠페인과 같아서 누구나 아바타를 만들어 소셜네트워크에 올릴 수 있다. 이는 메타버스 커뮤니티를 최대한 활용한 최고의 마케팅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그리고 이 모든 디지털 패션은 서서히 캣워크로 옮겨가고 있다. 세계 최초의 메타버스 패션위크에서 브랜드 '에트로'는 리퀴드 페이즐리 컬렉션을 입점시켰다. 실시간으로 보여준 페이즐리 컬렉션은 브랜드의 현재 트렌드보다 훨씬 더 신선해졌다.


이미 웹3.0 시대를 살고 있는 MZ세대들을 비롯한 2040 럭셔리 소비자들은 이미 메타버스에 흠뻑 빠져있다. 사이버 미학 패션이 모던 라이프에서 어떤 모습일지는 이미 세기말인 1999년 영화 <메트릭스.를 통해 예고편을 선보였다. 이제 대중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펜디 X 레저의 목에 건 암호화폐 콜드 지갑과 함께 발렌시아가 코트, 구찌의 선글라스, 그라고 메타스킨을 착용하는 등 <메트릭스>의 여주인공 트리니티처럼 옷을 입고 싶어한다. 럭셔리 브랜드들의 디지털 패션에 대한 올인은 어쩌면 당연한 행보다. 현실 세계 만큼 중요한 메타버스 세상에서 활동할 부캐 패션도 점점 더 중요해지고 현실 세상에서는 주저했던 '럭셔리 대중화'를 이룰 수 있는 절호의 찬스기 때문이다. 글로벌과 규모의 경제라는 화두를 독점한 럭셔리 브랜드들의 V-커머스 장악은 이제 시간 문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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