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 H&M 누르고 유럽평정
2006-04-15예정현 기자 
빠른 제품순환율, 철저한 생산, 재고관리가 비결

자라, H&M 누르고 유럽평정
경쟁적인 유럽시장 확장전을 펼치고 있는 패스트 패션의 양대 산맥 「자라(Zara)」와 「H&M
(Hennes&Mauritz)」의 대결에서 「자라」가 현저한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성공의 근원은 조용하게 「자라」를 움직이는 소유주 아만시오 오르테가 회장이다. 부엌 테이블에서 처음 옷을 만들며 현재의 「자라」로 키워낸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스페인 제1의 부자이자 유럽 부자 순위 7위를 달리는 자산가이지만 사생활은 거의 드러내지 않고 마케팅을 위한 인터뷰조차 즐기지 않는 기인적 면모를 갖춘 인물이다.

하지만 늘 직원들과 함께 지내면서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함께 식사를 하며 「자라」의 옷을 입는 소박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이처럼 직원과 경영진의 끈끈한 인간관계와 직접 생산-배송 과정을 주도하는 치밀함은 공격적인 시장확대전과 발빠른 배송-유통 시스템을 구축, 유럽에서 가장 잘 팔리는 브랜드로 자리하며 「H&M」의 매출을 월등히 앞지른 「자라」를 만들어낸 바탕이라 할 수 있다.

매장을 찾는 고객의 욕구를 현장에서 파악해 디자인과 제작에 반영하고, 1주일에 두 번씩 재고를 확인·관리하고 2주마다 신제품을 매장에 반입해 고객들의 지속적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특유의 시스템은 「자라」를 ‘패스트 패션’의 선두로 만들며 급속한 매출 성장을 가져왔다. 게다가 디자이너가 제품을 스케치할 때부터 제작과 제품이 완성되는 모든 단계를 일일이 직접 관할해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불량률을 낮춘 것도 성공의 한 요소다.

또한 생산단계를 낮추기 위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지역에 하청을 주는 대신 스페인에서 제품을 디자인·커팅하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위치한 공장에서 제품을 조립한 뒤 다시 스페인에서 라벨을 붙이고 포창해 유럽 등지에 배송하는 ‘근거리 생산+시작과 마무리는 모두 스페인에서’ 시스템을 고집해 제품의 품질을 철저히 관리하고 배송속도를 빨리한 것은 「자라」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생산방식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컴퓨터로 정보를 관리, 전 세계 매장 관리자들이 각 지역의 최신 패션 유행정보 및 고객의 욕구를 매일 보고해 제품 생산에 반영하기 때문에 「자라」의 스타일은 그 어떤 브랜드보다 ‘지금 이 순간의 유행’에 밀접하다. 게다가 가격까지도 합리적이자 유럽의 젊은이들이 「자라」 매장에 몰려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유럽시장에서 「자라」의 승리가 시사하는 또 다른 것은 ‘유명 모델 광고=매출’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경쟁사 「H&M」이 유명 모델과 할리우드 스타를 내세운 광고전을 펼치고 이벤트성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것과 달리 「자라」는 광고 대신 전 세계 981개 매장과 매장의 쇼윈도만을 유일한 광고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즉, 신제품을 계속 반입해 매장 분위기가 늘 바뀌고, 쇼윈도에 디스플레이 되는 제품들이 계속 바뀌면서 이를 보는 손님들이 계속 매장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또한 막대한 광고비를 투자하는 대신 럭셔리한 디자이너 라벨을 파는 매장들이 위치한 최고의 패션거리에 매장을 두어 제품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 「자라」 특유의 광고 아닌 광고다. 이처럼 제품으로 승부하고 소비자들 스스로 알아서 매장을 찾게 만드는 방식은 일찍이 오르테가가 밝혔던 ‘뭔가 있는 체하는 특권의식을 가진 브랜드’가 아닌 모든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민주적 브랜드가 「자라」가 추구하는 목표라는 생각이 담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