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미래27ㅣ무식하고 용감한 ‘리뉴얼 책임자’

2022-05-01 정인기 기자, 권민 객원 에디터 unitasbrand@gmail.com






질문 : 리뉴얼은 어떤 부서가 책임지고 진행하나요?
디자인과 마케팅 아니면 경영기획실에서 해야 하나요?
아니면 별도의 팀을 만들어야 하나요?


리뉴얼의 책임은 의사결정권자(대표이사)에게 있다. 특정 부서장에게 리뉴얼 책임을 맡기고 싶다면 인사권도 함께 주어야 한다. 실제로 내가 리뉴얼 컨설팅을 하면서 처음으로 인사권을 요구했던 것은 골프 브랜드 리뉴얼 때이다.


나는 리뉴얼 컨설팅 조건으로 브랜드 책임자인 B 상무에게 [인사권]을 요구했다. 컨설팅하면서 처음부터 이렇게 황당한 요구를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리뉴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가장 무서운 적은 외부의 경쟁사가 아니라 내부의 적 때문이다.


브랜드 리뉴얼을 시작하면 이때부터 기업 내부에는 '누가 우리 브랜드를 망쳤나?' 혹은 '브랜드 리뉴얼에는 다른 목적이 있다'라는 '카더라' 유령이 돌아다닌다. 자신의 실수와 위치를 은폐하기 위해서 고의로 리뉴얼을 못하게하는 일부 세력들이 생긴다.


나는 B 상무와 함께 의사 결정권자와 미팅하고 [인사권]을 받아 리뉴얼을 진행했다. 요즘도 리뉴얼 컨설팅 의뢰가 오면  [인사권] 없이는 하지 않거나 그 정도의 권한이 없으면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그만큼 리뉴얼이 어렵다. 그리고 최고 결정권자의 힘이 아니면 리뉴얼 프로젝트는 내부 저항으로 인해 시작도 할 수 없다.


리뉴얼의 최대 내부 적은 모든 책임과 권한 그리고 인사권을 가졌지만 무식하고 용감한 리뉴얼 책임자다. 이때 브랜드 리뉴얼 과정에서 더닝크루거 현상이 나타난다. 이 현상은 사회심리학자 더닝과 크루거에 의해 정의된 것으로 사람들의 인지적 편향으로 자신이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더라도 이를 분간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망하는 것을 가리킨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처럼 무능력한 사람은 지식이 없어서 자신의 실수를 파악하지 못한다. 리뉴얼에 관해서 지식은 없고 열정만 있다면 브랜드는 어떻게 될까? 아니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기업은 어떻게 될까?


리뉴얼에 관한 질문의 대답은 이것이다."실력과 경험 있는 사람들에게 브랜드 전권을 주고 맡기라."
이 대답에 돌아오는 질문은 이것이다."실력과 경험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예전에 브랜드 리뉴얼을 했다면 그 사람에게 리뉴얼 실력이 있을까요? 리뉴얼 공부를 얼마나 해야 실력과 경험이 있다고 말할 수 있나요?"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면 리뉴얼하다가 망할 것이다. 아이에게 망치를 주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여서 망치로 때리는 것처럼, 자신이 어떤 브랜드의 리뉴얼에 참여했던 사람은 자기 경험을 근거로 자신이 알고 있는 방향으로 리뉴얼을 끌고 가려고 한다. 이때부터 브랜드는 더닝 크루거 현상에 갇혀 버린다.


타깃 시장에 따라 세분화된 리뉴얼 공략법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이 충만한 사람이 그럴듯한 단어로 조합된 비전 맵을 보여주면서 브랜드를 망친다. 나는 첫 질문의 대답으로 '사람들에게 브랜드 전권을 주고 맡기라'라고 했다.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이다. 브랜드는 한 사람의 경험과 지식으로 리뉴얼 성공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지금 리뉴얼할 시기는 예전에 리뉴얼 할 때의 상황과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고객이 다르고 경쟁도 다르다. 따라서 예전에 리뉴얼 경험치로 다시 리뉴얼한다는 것은 참고는 될 수 있겠지만 전략이 되어서는 안 된다.


초기에 리뉴얼 과정은 결단보다는 소통이 더 중요하다. 리뉴얼하는 과정에서 기업은 학습 조직으로 바꾸어야 한다. 만약에 패션 브랜드 리뉴얼을 하게 된다면 어디까지 만져야 할까?


아래 도표는 브랜드의 리뉴얼 DNA 개념 지도이다. 세분화한다면 약 300가지의 항목에 대한 리뉴얼 의사결정을 해야한다. 이 모든 것을 예전 경험으로 할 수 없다. 따라서 모든 부서는 자신 브랜드 리뉴얼에 대해서 학습, 워크숍, 시뮬레이션, 샘플, 부분적 적용 등 상황과 비용별로 계속 테스트를 해야 한다. 그리고 모두가(대부분이) 같은 생각을 할때 리뉴얼은 성공할 수 있다. 이 모든 항목의 리뉴얼을 이해하고 조정할 수 있는 것이 [리뉴얼 실력]이다.




리뉴얼은 자신의 브랜드 DNA 지도를 펼쳐서 파악할 수 있는 힘에서 시작한다. <패션의 미래 26호>에서 리뉴얼 사례로 애플의 슬로건을 예시로 들었다.


애플 광고는 애플 직원이 하는 것이 아니라 애플 광고 외주 대행사에서 한다. 그래서 나는 애플의 리뉴얼 페이지를 볼때 여러 관점을 살펴본다. 광고대행사 직원은 무엇을 주장했을까? 애플 직원은 무엇에 집착했을까? 애플 직원과 광고 대행사 카피라이터가 고민했던 점은 무엇일까? 스티브 잡스가 살아있었다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서로  애플의 리뉴얼 적정선을 고민했을지도 모른다.


리뉴얼의 '진짜' 실력은 '바꿀 것과 바꾸지 말아야 할 것'을 아는 것이다. 아이폰의 성능과 기능은 계속 발전했다. 이것은 리뉴얼 실력이 아니라 기본이다. 따라서 리뉴얼 게놈지도를 보면서 모든 것을 리뉴얼하면서 리뉴얼 맵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그 다음은 고객의 마음을 리뉴얼해야 한다. 이것이 실력이다. '우리가 이렇게 바뀌었으니 열광해라' 혹은 '이렇게 리뉴얼했다. 멋지지?' 이것은 실패한 리뉴얼의 단면이다.


리뉴얼을 시작할 때 '변하는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한다. 이것을 브랜딩이라고 한다. 따라서 리뉴얼을 배우기 전에 먼저 브랜드를 배워야 한다.




최근에 싸이월드가 드디어 리뉴얼 오픈했다. 정확히 말한다면 리뉴얼이 아니라 복원에 가깝다. 그래서 싸이월드 리포지셔닝이다. 하나도 바꾸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다시 론칭하는 이것도 과감하고 대범한 리뉴얼 전략 중에 하나다. 과연 싸이월드가 포켓몬 빵처럼 기억의 소환에 부응할 수 있을까? 이번 싸이월드의 리 포지셔닝은 '시대를 초월한 과거의 역습'이다. 개인적으로 싸이월드가 리포지셔닝에 성공해 디지털 브랜드 최초 성공 사례가 되기를 응원한다. 싸이월드가 성공한다면 파급효과로 수많은 과거 브랜드 출현을 볼 수도 있다.


빅뱅을 통해서 우주의 파괴적 질서를 밝힌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이런 말을 했었다. "나는 변화를 원하는가? 이런 질문은 무가치한 것이다. 단지 변해서 무엇이 되고 싶은가, 그리고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만이 진정한 질문이다." 물리학과 브랜드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리뉴얼을 하는 책임자는 호킹 박사의 질문에 자신의 리뉴얼 프로젝트를 대입하기를 바란다.


"싸이월드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싸이월드는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는가?"
"우리 브랜드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우리 브랜드는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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