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과 라방이 만든 환상의 ‘넘버프로젝트’

2022-05-01 황연희 기자 yuni@fi.co.kr

김경은 노피컴퍼니 대표
'슈프림'식 드랍 방식으로 No.222 완판 행진






프리미엄 스트리트 캐주얼 '슈프림'은 신상품을 매주 소량으로, 해당 국가 기준 오전 11시에 출시하며 '드랍 방식'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인기 상품의 경우 전 색상, 전 사이즈가 10초 이내에 판매되는 '오픈런'의 초절정 브랜드다. 극히 일부의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국내에도 이와 유사한 브랜드가 존재한다.


노피컴퍼니(대표 김경은)가 전개하는 '넘버프로젝트(Number project)'는 브랜드명 그대로 각 출시되는 아이템마다 넘버링을 붙여 드랍 방식으로 판매하는 브랜드다. 월요일, 화요일 오전 10시 40분부터 1시간 동안 인스타그램 라이브방송을 통해 신제품을 소개하고 목요일, 금요일 오전 10시에 자사 사이트인 헤드투토(headtotoe.co.kr)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지난 2018년 9월 탑 아이템을 100장 기획해 판매한 것이 No.1이었고 현재 222번까지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다. 판매 기간은 5일 동안만 판매하며 재출시, 재판매는 없다. 이러한 패턴을 지난 3년 동안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김경은 노피컴퍼니 대표는 "처음 시작할 때는 기존에 없었던 판매 방식이었기에 반신반의했다. 10번 프로젝트까지 판매하다 보니 확신이 생겼고, 2019년 법인으로 전환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70만원대 슈트가 1800세트 판매되며 12억원대 매출을 올린 No.도 있고, 최근 출시한 스웻팬츠는 10분 만에 솔드아웃되며 2억 8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말했다. 100장, 200장만 판매하는 소량 상품은 1분 만에 완판되기도 했다고.


'넘버 프로젝트(넘프)'의 비즈니스 모델은 '슈프림'처럼 드랍 방식을 활용하고 있지만, 여기에 인스타그램에서 유명세를 얻은 김경은 대표의 팬덤과 신유통채널로 부상한 라이브커머스의 결합, 최고의 제품을 제작해 판매하는 큐레이션 마케팅까지 결합한 新비즈니스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초기에는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 판매라는 방식 때문에 다양한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경은 대표는 "'넘프' 제품은 리미티드로 소량만 판매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5초, 1분 순식간에 제품이 완판된다. 때문에 개인 DM으로 '목요일 10시 비행 스케줄이 있다', '출산 예정일이다. 다른 구매 방법을 알려다라'고 호소하는 이들도 상당했다"고 회상했다. 


1개 스타일에 12억원 매출, 1분 매진을 기록하고 있는 ‘넘버 프로젝트’

◇ 청담동 옷 잘 입는 언니의 스타일링 추천이 '넘프' 매력
'넘프' 가격대는 셔츠, 팬츠는 평균 30~50만원대며 아우터는 100만원대를 넘는 제품도 많다. '넘프'의 고객은 패션 종사자, 연예인 및 셀럽, 정재계 사모님 등 구매력있는 40대로, 연 구매액이 2000만원을 넘는 VIP 고객의 비중이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한다. 김경은 대표의 디자인 실력과 품질 고집에 대한 신뢰 그리고 매력적인 스타일링 연출이 인기 비결이다.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김경은 대표는 청담동 일대에서 '옷 잘 입는 언니'로 통했다. 대학원 유학시절 국내에 있는 패션업계 지인들이 패션 시장 조사를 부탁하거나, 그들에게 새로운 브랜드 추천을 해주기도 다반사였다.


2010년 미국의 파인 주얼리 '시드니에반'을 국내 소개하면서 패션 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비터스윗'을 론칭해 10CC, 분더샵에 처음 입점한 내셔널 브랜드라는 타이틀도 달았다. 2016년에는 퍼를 재해석한 '리퍼'를, 그리고 2019년부터 '넘버프로젝트'를, 최근에는 프랑스 브랜드 '플러드셀'의 디렉팅을 맡는 등 진취적인 사업가 마인드를 가졌다. 어렸을 때부터 남달랐던 패션 감각을 살려 패션 사업가로 전향한 셈이다.


김경은 노피컴퍼니 대표는 "처음부터 인스타그램의 팬덤이 형성된 것은 아니다. 주얼리, 모피 사업을 하며 만났던 고객들이 '넘프' 고객이 됐고, 20대 옷 좀 입었던 언니들의 수다방처럼 인스타그램이 활성화되면서 '넘프'의 찐팬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스타일링을 알려주는 친절한 라방
그는 인스타그램 라이브방송을 소통할 때도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라이브커머스가 아닌 스타일링 클래스처럼 제품을 어떻게 소화할지에 대한 스타일링 팁을 어필한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넘프'와의 매칭, 럭셔리 제품과의 믹스&매치 때로는 컬렉션 자료를 수집해 이미지 맵으로 이해를 돕는 등 스타일링에 익숙하지 않은 40대의 고민을 해결하는 것이 '넘프'의 매력으로 꼽힌다. 우리가 '헤드투토'의 타이틀을 스타일 플랫폼으로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넘버프로젝트' 비즈니스 매력에 대명화학도 러브콜을 보냈다. 지난해 대명화학의 투자를 받은 노피컴퍼니는 올해 보다 적극적인 사업 전개에 나선다. 제품별 생산 수량을 좀 더 볼륨화하고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시도도 단행한다.


'넘버프로젝트' 청담 쇼룸은 정식 쇼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월, 화요일 신제품 방송이 되면 이를 직접 착장해보고 싶은 고객들의 방문이 줄을 잇는다. 이를 좀 더 편하게 해결하고자 오는 9월경 청담동에 피팅존, 픽업존으로 구성된 플래그십스토어를 계획하고 있다. 이곳에는 '넘버프로젝트'의 캐리오버 상품(수요가 많아 매시즌 비슷한 디자인으로 나오는 제품) 소량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또 스타일플랫폼 '헤드투토'에도 자사 브랜드외에 '와일드동키', '빅토리아베컴' 등의 수입 브랜드를 함께 판매할 계획이다.


김경은 대표는 '넘프'의 전 제품으로 옷장을 채우는 고객들을 위해서라도 현재의 222번이 네자릿수로 늘어날 때까지 넘버 프로젝트를 계속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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