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션의 디자인이나 품질은 이미 세계 수준”

2022-03-29 유재부 패션 에디터 UB@fi.co.kr

‘이상봉’과 ‘라이’를 ‘프라다’와 ‘미우미우’처럼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고 싶어

'라이'의 CEO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청청


‘금수저’ 혹은 ‘스타의 2세’라는 수식어는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대중들이 ‘아빠 찬스’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면 평생 떼어낼 수 없는 주홍글씨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패션이라는 직종은 타고난 DNA도 무시할 수 없기에 열정이나 노력이 플러스알파로 작용하면 그 시너지 효과는 극대화된다. 여성복 브랜드 ‘라이’를 출시한 지 1년 후인 2013년 서울패션위크에서 데뷔 무대를 가진, 신인 디자이너 이청청 역시 ‘이상봉의 아들’로 먼저 인식되었다. 이미 런던에서  부모 도움 없이 남성복 브랜드를 전개한 이력이 있음에도 말이다.


올해 43세인 디자이너 이청청은 2010년 말 한국에 돌아온 후 영국에서 이미 인정받은 자신만의 재능과 기술에 대한 자신감으로 아버지의 브랜드 '이상봉'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어 자신의 브랜드 ‘라이’를 런칭한 이후 약 10년 동안 뉴욕, 런던, 파리 등 해외 패션위크에 꾸준히 참가하면서 ‘이상봉의 아들’이라는 꼬리표를 서서히 제거했다. 아버지와는 다른 방향의 디자인을 하고 싶었던 아들 이청청의 무궁무진한 발상들은 그만의 ‘라이 스토리’가 되어 아버지와는 차별화되는 색깔을 만들었다. 그 결과 ‘라이’는 꾸뛰르적인 ‘이상봉’과는 구분되는 세계가 주목하는 컨템포러리 디자이너브랜드로 성장했다.


파리 패션쇼 백스테이지의 디자이너 이청청


파리 패션위크가 한창 진행 중인 지난 3월 6일, 파리 브롱나이궁에서 디자이너 이청청은 K-패션의 매력과 가능성을 과시했다. 이날 패션쇼장에는 프렝땅·봉마르셰·갤러리라빠예트·네타포르테 등 주요 패션 업체 40개 회사의 바이어, 그리고 보그·엘르·하퍼스바자·패션네트워크·그라치아 등 40개 패션 미디어 기자, 패션 인플루언서 50명 등 150명이 방문해 K패션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특히 파스칼 모란드 파리패션협회(FHCM) 회장은 한국 디자이너들의 글로벌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K-패션이 이제 한류의 중심으로 발돋움할 때가 되었다는 신호가 아닐까 한다.


‘라이’의 이번 시즌 컬렉션은 반려 식물과 함께 떠나는 스키여행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는 “자연에서 힐링만 할 게 아니라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제였다. 반려동물을 데리고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반려 식물을 데리고 알프스에 가서 도시 아파트 베란다에선 못 느꼈던 신선한 공기를 씌워주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면서 아프레 스키(apres ski, 스키 후 뒤풀이라는 뜻으로 스키 호텔 내에서 즐기는 활동)를 표현했다. 이를 위해 프렌치 오드 퍼퓸 브랜드 메종21G와 협업으로 스위스 알프스 숲속을 연상시키는 향을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파리 시내에서 구한 동백나무를 비롯해 모델들이 가방에 화분을 담고 나오는 연출을 시도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스키복 아카이브에서 발전시킨 그래픽적이며 독특한 패턴·컷팅·실루엣을 일상복으로 옮겨와 정교한 테일러링과 믹스매치로 표현했다. 더불어 연누리 작가와 함께 친환경 소재와 기술을 사용한 업사이클링으로 지속 가능 패션에 대한 디자이너의 고민도 함께 담았다”라고 덧붙였다.


파리 패션 쇼에서 디렉팅를 하고 있는 디자이너 이청청


사회적인 편견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청청는 어렸을 때 패션디자이너가 되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바쁜 맞벌이 부모와 함께 자란 그는 평범한 삶은 지향했다. 그래서 대학도 선생님이 되고 싶어 역사교육학과로 진학했다. 그러나 입학 후 ‘좋아하는 것과 직접 공부하는 것은 다르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패션에 꽂힌 그는 본격적으로 패션을 공부하기 위해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센트럴 세이트 마틴 대학에서 ‘아트 & 디자인’을 전공한 이청청은 남성복을 더 공부하기 위해 다시 입학했다. 두 번이나 학교에 다닌 셈이다. 졸업 후인 2008년 그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 동문이자 동갑내기 친구인 디자이너 박환성과 런던에서 남성복 브랜드 A.할루시네이션을 런칭했다. 브랜드를 전개하면서, 2년 연속 수상한 박스홀 패션 스카우트 어워드와 패션스 파인스트 어워즈를 수상하는 등 시작은 좋았다.


그러나 2010년 무렵, 런던의 남성복 시장 상황이 너무 안 좋았다. 마케팅은 잘되는데 판매가 따라오지 않았다. 이청청은 고민 끝에 남성복을 잠시 접고, 2012년 ‘후즈 넥스트 파리’에서 여성복 디자이너로 데뷔하면서 그의 패션 경력의 두 번째 장이 활짝 열었다. 결국 같은 해에 브랜드 ‘라이(LIE)’를 출시했다.




그는 자신의 브랜드에 대해 “‘인생은 표현(Life is an Expression)'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라이는 여성의 독특함과 아름다움, 개성을 표현하고 있다. 브랜드 슬로건인 '완벽한 불완전함'은 개개인의 다양성과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라이의 컬렉션에서 자주 사용된다.”라고 말했다.


페미닌과 매니시가 결합한 모던한 여성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라이’는 2030 독립적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뉴욕, 런던, 파리 등 권위 있는 패션위크와 전시회 참가를 통해 해외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했다. ‘라이’는 현재 한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터키, 중동, 미국, 캐나다, 유럽 등 60여 개국의 전문점과 백화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일과 삶에 있어서 경계 없이 항상 디자인적 영감을 추구하는 디자이너는 영화, 인물에게서 ‘스토리’에 중점을 맞춰 디자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 또한 전시나 다큐멘터리에도 관심이 있으며, 그곳에서 보았던 색감이나 실루엣적인 것을 하나의 스토리로 풀어서 컬렉션을 만드는 것이 자신만의 디자인적 구상 단계라고 밝혔다.


시즌별로 마케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해외 쪽에 바이어를 따로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을 두고 있으며, 이를 통해 컬렉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SNS 등의 파급력이 높아 따로 ‘라이’의 계정을 따로 만들어서 연예인들의 협찬 등을 통해 브랜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는 등 인플루언서 마케팅에도 주력하고 있다.


디자이너 이청청은 파리 시내에서 구한 동백나무를 비롯해 모델들이 가방에 화분을 담고 나오는 장면을 연출했다.


2000년대 초반과 2013년 각각 ‘이상봉’과 ‘라이’의 해외 판매를 시작한 이청청은 세계 시장에서 K패션의 입지가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전시장에서 이상봉의 원산지가 한때 북한으로 표기됐던 과정을 회상하면서 "당시 외국 바이어들은 남북한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했다. 그들은 한국이 패션의 변방에 있는 나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 그들은 K패션 브랜드를 환영하고, 제품의 품질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하고, 우리를 신뢰한다."라고 말했다.


이청청은 한국의 패션 산업에 대해서도 장밋빛 전망을 했다. 그는 "케이팝, 한국 영화, 한국 음식의 인기 덕분에 세계적으로 이정표가 될 것 같다. 재능있는 한국 패션디자이너들의 적극적인 프로모션 덕분에 한국은 세계 패션 산업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 유통업체와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패션 브랜드들의 적극적인 프로모션이 합쳐진다면, K 패션의 세계적인 위상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해외에서 의외로 한국 디자이너브랜드들이 인기가 많고 국내 디자이너브랜드들의 퀄리티나 디자인적 요소가 해외 브랜드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소비자들이 디자이너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긍적으로 바뀐다면, 우리 디자이너브랜드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큰 성장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면서 K패션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패션디자이너로서의 목표에 대해 그는 “최고 디자이너가 되기 것보다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드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또한 열심히 노력해서 ‘이상봉’과 ‘라이’ 브랜드를 모두 잘 이끌고 싶다. 그렇게 노력한다면 ‘이상봉’과 ‘라이’를 ‘프라다’와 ‘미우미우’처럼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커리어에서 부터 주위 환경에 이르기까지, 디자이너 이청청은 엘리트 코스를 밟은 금수저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그러한 행운에 열정과 노력이 가미되어 늘 미래가 기대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성장했다. 스텝바이스텝이라는 정도를 걸어가는 젊은 디자이너 이청청은 이제 K패션의 선두주자로 나설 때가 되었다. 이 역시 그만의 열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빡빡한 일정 중에 진행된 인터뷰에서 유난히 반짝이는 그의 눈빛을 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흠뻑 빠진 옷쟁이 청년의 즐거운 놀이를 보는 듯 했다.


2022 가을/겨울 라이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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