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패션, 새로운 기회인가 위협인가?

2022-03-17 이현주 미닝시프트 대표 zeki@meaningshft.com

강소 패션 기업을 위한 트렌드 워치 09




지난달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MWC(Mobile World Congress)’가 개막했다. MWC는 모바일 기기나 새로운 네트워크 기술들이 대거 소개되는 장이다. 올해 MWC에는 5G 등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만이 아닌 메타버스, AR, VR 및 NFT 기술이 박람회의 주류로 등극해, 이미 통신 기술을 넘어서서 5G를 기반으로 펼쳐지는 가상 세상에 주목하는 흐름을 보여줬다.


메타버스와 NFT는 현재 가장 핫한 개념이 아닐 수 없다. NFT는 지난해 콜린스에서 선정한 올해의 단어 1위에 올랐고, 많은 분석가들은 2022년이 메타버스의 해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메타버스 세상에서 패션산업이 가장 관심 높은 부분은 역시 아바타 대상의 패션 아이템 시장일 것이다. 패션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게이미피케이션 개념을 결합한 Unmateriality의 설립자인 Andrew Ku는 디지털 패션이 메타버스를 더 성공적으로 만드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마케팅 기업인 MG Empower는 아바타 대상 패션의 시장 규모를 올해 500억 달러로 전망하기도 했다. 넥스트 마켓에 대한 새로운 기회로 관심이 증폭되는 가운데 아직 검증되지 않은 초기 시장이라 시간과 비용을 선뜻 투자하기도 여의치 않은 한마디로 뜨거운 감자라 할 것이다. 과연 디지털 세계의 패션 마켓은 어느 정도의 잠재력을 가지며, 사람들은 왜 디지털 패션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일까?


지난 1일, 디지털 패션 마켓플레이스인 The Dematerialised와 라이프스타일 문화 매거진 Vice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Virtue Worldwide가 협업해 디지털 패션 마켓에 대해 분석한 흥미로운 리포트 Screenwear Paper가 나왔다.


그림1. Screenwear Paper 표지

이 리포트에서는 미국, 영국, 독일, 멕시코,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UAE의 8개 시장의 디지털 소비자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사람들이 가상세계에서 무엇을 입고 싶어하는지, 얼마나 많은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 등 가상세계에서의 개인 패션 스타일에 대한 생각을 조명한다.


응답대상을 분석한 결과, 52% 가 스스로 트렌드를 빨리 받아들이는 그룹이라고 답했고, 가상화폐를 사용한 경험도 53% 가량 되며, 76%는 향후 1년내 메타버스와 관련된 브랜드나 플랫폼과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답해 대중적이기보다는 다소 선구적인 소비집단을 대상으로 표집이 된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측면에서 분석결과는 향후 흐름을 읽는데 시사점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패션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가장 반길 만한 결과는 현실세계의 관심사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가상세계에서 패션 아이템을 구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번이라도 구매한 적이 있는 디지털 제품 혹은 가상 굿즈 아이템을 묻는 질문에서,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당연히 패션 아이템을 가장 많이 구매한 것으로 분석되었지만, 게임, 기술, 새로운 미디어 등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이들 역시도 구매한 품목에서 패션이 모두 상위 3위 안에 들었다.


특히 가상세계의 아이템에 관심이 없다는 응답은 5% 미만으로, 가상세계의 아이템 시장이 결코 니치 마켓이 아니라는 점에서 커다란 잠재력을 보여준다. 또, 디지털 패션 구매자들 중 가상 지갑을 사용하는 경우가 32%에 불과해 디지털 세상에 대한 관여도가 높지 않은 경우에도 디지털 패션의 구매와 경험에는 큰 장벽을 느끼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전체의 2/3에 해당하는 65%의 응답자들이 디지털 패션에 현실세계와 유사하거나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고 답한 점은 향후 시장 가능성을 밝게 한다.


표1. 현실세계 대비 디지털 패션 지출 의향 응답 결과



실제로 가상 매장 크리에이터인 Obsess의 데이터에서는 비디오 게임 내에서 아바타를 위한 가상 패션 제품에 최대 49.99달러를 지불하겠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가상패션을 구매하는 것일까? 설문조사결과가 흥미롭다. 먼저 커뮤니티 소속감과 투자를 위한 구매가 각각 4위, 5위에 랭크됐다. 디지털 패션 구매 경험자의 41%( 전체의 33%)는 커뮤니티에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 구매했다고 답했고, 구매 경험자의 38%(전체의 40%)는 투자개념으로 구매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3위는 현실세계에서 네임밸류를 가진 브랜드라면 주목할만한 결과였다. 현실세계에서는 사기 어려운 아이템 혹은 특별한 브랜드나, 브랜드 콜래보레이션을 소유해보고 싶어서 디지털 패션을 구매하는 경우가 구매경험자의 45%(전체의 36%)를 차지했다.


2위는 게임에서 활용하거나 가상세계에서의 소셜경험을 위한 순수히 실용적인 목적의 구매가 차지했다. 구매경험자의 67%, 전체의 55%가 동의했다. 아마도 게임이나 기술, 미디어가 관심사인 응답자들이 패션아이템을 구매하는 경우 많은 부분이 이러한 이유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장 많은 응답을 보인 결과는 정체성이었다. 디지털 세계에서 나만의 정체성을 만들거나 향상시키기 위해, 무언가 독특한 개성을 얻기 위해, 그리고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디지털 패션을 구매한다는 응답은 구매경험자의 무려 70%, 전체에서도 57%를 차지했다.


표2. 디지털 패션 아이템을 구매하는 이유

아바타 패션, 패션 NFT가 화두가 되고 많은 유명 브랜드들이 이 시장에 출사표를 내면서 브랜드의 네임밸류가 없이는 경쟁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 그렇듯 모든 사람들이 브랜드에만 목을 매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이 세계는 가상이 아니던가? 현실세계보다 얼마나 많은 기회가 있을지 알 수 없다. 한편으로 현실세계보다 많은 투자를 하겠다는 응답자들의 비중을 보면서 오프라인에서의 패션에 대한 새로운 위협도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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