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라는 어떻게 ‘타이틀리스트’를 품게 됐을까?

2021-08-01 하성호 Simone Investment CFA  shha@simonecf.com

<하성호의 패션투자 뒤집어보기 8>

자본 투자와 가치 제고가 결합한 환상의 걸작



'아쿠쉬네트' 창업계기가 된 골프공 X-ray 사진. 코어 크기가 일정치 않음을 발견.  



필자의 첫 드라이버는 타이틀리스트 909D2였다. 다루기 힘들지만, 계속 도전하고 싶은 동기가 부여되는 드라이버다. 그렇게 타이틀리스트는 필자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됐다.


요즘 골프장을 가면 타이틀리스트 골프웨어를 입은 20~30대 멋진 골퍼들을 자주 보게 된다. 이 타이틀리스트의 모회사 아쿠쉬네트(Acushnet)의 지분 52%를 보유하고,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한국의 휠라홀딩스다. 휠라홀딩스 내 골프사업 관련 매출 비중은 약 65% 수준으로 꽤 높은 편이다. 이는 '타이틀리스트' 외 '풋조이', '휠라골프'를 합산한 수치다. 휠라홀딩스는 어떻게 타이틀리스트를 품게 됐을까?







◇ 아쿠쉬네트 브랜드 스토리

타이틀리스트로 잘 알려진 아쿠쉬네트는 아마추어 골퍼였던 필 영(Phil Young)이 MIT 동문인 골퍼 프레드 모머(Fred Bommer)와 미국 메사추세츠주 아쿠쉬네트 지역에서 골프담당 사업부(Acushnet Golf Division)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3년의 연구 개발 끝에, 1935년 이들의 골프공이 세상에 처음 나왔고 챔피언을 뜻하는 '타이틀리스트'를 브랜드명으로 결정했다. 비하인드 스토리로 필기체로 쓰여진 타이틀리스트 로고는 당시 필 영의 비서였던 헬렌 로빈슨(Helen Robinson)의 글씨였다고 한다.


타 골프용품사들이 매장을 통해 제품을 판매할 때 타이틀리스트는 오직 골프공의 퍼포먼스와 품질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골프 프로페셔널을 통해 판매했다. 이는 후에 언급할 현재 타이틀리스트의 마케팅 및 판매전략의 밑바탕이 됐다.


이 후 비약적 성장을 통해 1949년 U.S오픈에서 볼카운트 1위 자리에 오르게 된다. 특히 2000년 출시한 골프공 Pro V1은 골프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골프용품으로 평가받는다. 아쿠쉬네트는 골프 클럽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고, 1985년 골프 신발 및 장갑 제조사 풋조이(Footjoy) 인수를 통해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늘려 나가기 시작하였다.




◇ 휠라코리아의 아쿠쉬네트 인수

2011년 아쿠쉬네트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 NYSE 상장기업이었던 포춘브랜드(For tune brand)는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다각화된 사업영역을 분할해 재상장할 계획을 발표한다. 주류(짐빔, 메이커스 마크 등), 가정용 소비재(Home & Security) 사업은 분할 재상장하고, 아쿠쉬네트는 매각하기로 결정한다. 2010년 3월 아쿠쉬네트 계열사인 코브라골프를 푸마에 매각한 것도 해당 전략의 일환으로 판단된다.


휠라코리아가 타이틀리스트 브랜드를 보유한 아쿠쉬네트를 인수하는 데 투자한 돈은 최고 1억 달러, 약 1,150억원이다. 휠라코리아는 현재 아쿠쉬네트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자회사로 편입한 상태이며, 이 칼럼을 작성하는 지금 아쿠쉬네트 시가총액은 약 4.1조원이다. 휠라코리아는 어떻게 최초 약 1천억원의 투자로 4.1조원 회사를 경영할 수 있게 된 것일까? 힌트는 자본시장과 금융구조 안에 있다.


2011년 2월 미래에셋PE는 휠라코리아에 아쿠쉬네트 인수를 제안한다. 필자가 예전 칼럼에서 설명한 사모펀드 운용사이클인 '투자 → 가치제고(Value-up) → 회수'를 떠올려보자. 미래에셋PE는 재무적 투자자이고, 수익률 제고를 위해 아쿠쉬네트를 성장(Value-up)시킬 파트너(전략적 투자자)가 필요했다. 그래서 초기부터 휠라코리아와 함께 인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미래에셋은 2007년 휠라코리아가 휠라 본사 인수시 금융파트너로 참여한 인연이 있었다.


이렇게 휠라코리아와 미래에셋PE를 중심으로 프로젝트 그룹이 만들어졌고, 우리-블랙스톤PEF, 네오플럭스(現신한벤처투자) 등과 함께 아쿠쉬네트 지분 100%를 12.25억달러(약 1조 4천억원)에 인수한다. 당시 로이터 기사에 따르면 아쿠쉬네트 인수전에는 캘러웨이와 블랙스톤도 참여했다.


휠라코리아 경영권 확보는 최초 1억 달러만 현금으로 부담하고, 매년 재무적투자자(표2]참고)들이 보유한 지분을 조금씩 사오는 구조로 설계했다. 그리고 당시 주주간 계약 체결시 '5년 내 아쿠쉬네트의 상장을 위해 합리적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라는 조항을 둠으로써, 재무적투자자들의 회수전략(EXIT)을 마련했다.




휠라-미래에셋 컨소시엄의 아쿠쉬네트 인수 이후 휠라코리아가 펼친 가치제고 전략은 크게 다음과 같다.


1) 상품 카테고리의 전략적 확장
2013년 3월 반얀트리 클럽에서 타이틀리스트 어패럴 론칭쇼를 시작으로 의류사업에 진출했다.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에서만 출시했는데 프로선수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피트니스 라인, 일상복 용도의 갤러리 라인, 투어시 착복 가능한 플레이 라인으로 구성했다. 휠라 골프는 스타일에 특히 신경썼고, 타이틀리스트 어패럴은 퍼포먼스를 강조했다. 그리고 풋조이 골프웨어는 미국 중저가 시장을 겨냥해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했다.


휠라코리아의 아쿠쉬네트 인수 배경에는 중국 골프시장 성장도 관련이 있다. 중국 골프인구는 소득증가와 함께 증가하는데 관련 인프라의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문제의식도 있었다. 어패럴의 순기능 중 하나는 타이틀리스트 골프용품 대비 저렴한 진입 가격으로, 타이틀리스트를 경험하고 입문하는 사용자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론칭한 어패럴을 어떻게 판매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으로 넘어가보자.


2) 판매 채널 다변화
아쿠쉬네트는 타이틀리스트에 대해 단독매장을 별도로 운영하지 않았다. 휠라가 인수 후 일본과 중국을 시작으로 어패럴, 골프공, 풋조이 골프화 등을 함께 취급하는 독립 매장을 열었다. 타이틀리스트 의류사업의 성공은 골프에 특화된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불특정 다수를 위한 백화점 유통영업 보다는, '목적 구매자'를 위한 단독매장 운영 전략을 펼쳤던 것이 주효했다.


휠라코리아에 따르면 타이틀리스트는 데디케이티드(Dedicated) 골퍼를 위한 프리미엄 전략을 펼친다. 데디케이티드 골퍼란 실력 향상을 위해 시간과 비용, 노력을 아끼지 않는 골퍼를 뜻한다. 미국 골프 인구 중 데디케이티드 골퍼 비중이 15%에 불과한 반면 이들은 골프용품 소비의 70%를 차지한다고 한다. 1935년 타이틀리스트 골프공을 골프에 대한 이해도가 충분한 골프 프로페셔널을 통해 판매했던 것과 연관된 판매 전략이다.


3) 원가 절감(공정 효율화)
기존 타이틀리스트의 공정은 코어(고무) 부분을 미국에서 생산, 나머지 공정을 태국에서 진행해 완제품을 생산했다. 세계 최대 고무 생산국가가 태국인 점을 감안시 원재료가 태국에서 미국으로, 또 다시 태국으로 이동하는 셈이라 물류비용 낭비가 있었다. 그래서 태국에서 전 공정을 걸쳐 완성된 골프공은 아시아지역에, 미국에서 완성한 제품은 미국 및 유럽에 판매하고 있다.


위와 같은 가치제고(Value-up) 전략에 힘입어, 아쿠쉬네트는 2016년 12월 28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골프시장에 대한 성장세가 둔화되었다고 판단했고, 공모가는 희망가였던 21~24달러를 밑도는 17달러로 확정했다. 재무적투자자는 해당 공모가로 일부 자금을 EXIT 하는 형태로 IPO를 진행했다. 그리고 재무적투자자 지분 20%를 공모가에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으로 휠라코리아가 매입해 휠라코리아는 기존지분 33.1%에 더해 최종 지분 53.1% 상태로 아쿠쉬네트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상장 이후 아쿠쉬네트 주가는 2017년 하반기 이후 우상향 추세를 보이다 코로나로 인한 영향을 받았지만 이후 골프 수요 회복 및 중국 시장의 성장으로 큰 폭의 상승세를 띠고 있다. 2021년 7월 19일 종가 기준 48.6달러이고, 공모가 17달러를 감안시 휠라코리아 지분가치 또한 코로나 이후 크게 증가했다.


국내 골프시장도 마찬가지로 큰 폭의 성장을 보였는데, 레저산업 연구소의 2021년 레저백서에 따르면 국내 골프 인구는 아직 50대가 33.1%로(40대 31.9%) 가장 많지만, 최근 20~30대의 젊은 골퍼들이 급증하는 추세이다. 성별 기준도 2017-2020년 남성이 연평균 9.4%로 상승한 반면, 여성은 12.2% 성장률로 여성골퍼의 비중이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아쿠쉬네트 한국법인은 2012년 휠라코리아의 인수, 2013년 의류사업 진출 이후 연평균 12.1%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현재 호황인 골프산업을 바탕으로 휠라코리아의 아쿠쉬네트 인수를 바라보면 미화될 부분이 많다. 하지만 아쿠쉬네트 상장 당시만 해도 골프산업의 성장세 둔화를 예상했고, 공모가도 기대보다 낮게 형성됐다. 당시 휠라코리아로서는 용기있는 베팅이었을 것이다. 휠라코리아는 성장 과정에서 자본시장을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기업 중 하나이다.


센트로이드PE의 '테일러메이드' 인수에 F&F가 약 4,000억원 규모로 참여한다는 소식이다. 물론 M&A 프로젝트는 수많은 변수의 합으로 결과는 끝나봐야 안다. 그리고 테일러메이드는 메탈소재 드라이버를 최초로 선보인 기업으로 타이틀리스트와 마찬가지로 골프산업에 대한 미국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회사 중 하나다. 그래서인지 휠라코리아의 아쿠쉬네트 인수 프로젝트와 많이 비교를 하는 것 같다. 필자 또한 궁금하다. F&F가 해석하는 테일러메이드는 어떤 브랜드인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하성호 CFA | Simone Investment (shha@simonecf.com)

필자는 글로벌 1위 명품 핸드백 제조기업집단에 속한 사모펀드(PEF, Private Equity Fund)에서 기업투자 및 펀드운용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바라본 패션산업에 대해 여러분께 도움이 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쉽게 전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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