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미래 7 l 좋은 질문이 미래를 만든다

2021-06-01 정인기 기자, 권민 객원 에디터 unitasbrand@gmail.com

A good brand is a good ecosystem



2021년 5월 14일 날씨가 31도까지 올라갔고, 여름은 한달 빨리 선전포고를 했다. 더위가 일찍 오기만을 기다렸던 가전제품 회사들은 준비했던 광고를 노출했다. 매체들은 역대급 더위가 올 것이라는 아님 말고 식 예언을 하면서 세일 중인 가전제품 이벤트를 기사로 뿌린다. 이렇게 두 번째 코로나 여름이 시작됐다.


갑작스러운 무더위로 에어컨을 켜려고 했지만, 왠지 반짝 여름 허풍일 것 같아서 선풍기를 꺼내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찾는 것은 정확히 말하면 선풍기는 아니다. 아직 풀 네임을 외우지 못했지만 '다이슨 거시기'다.


선풍기(electric fan, 扇風機)의 사전적 의미는 '실내등에서 전동기의 축에 장치한 날개를 회전하여 바람을 일으켜 서늘한 느낌을 주는 기계'. 전기를 이용한 최초의 선풍기는 1882년 발명됐다. 날개를 이용한 방식은 127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진공 청소기 외에 혁신적 상품을 만들었던 제임스 다이슨은 선풍기를 보면서 이런 질문을 했다.


"팬(프로펠러)으로 돌아가는 선풍기가 위험하다면 팬이 없이 바람을 일으킬 수 없을까?"


그는 '바람'이라는 본질을 중심에 두고 프로펠러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을 찾았다. 결국 2009년 제임스 다이슨은 베르누이 법칙에 따른 압력차로 공기의 흐름이 발생함에 착안한 날개 없는 선풍기를 발명했다. 이 모델은 프로펠러가 전혀 쓰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100여 년간 유지되던 선풍기의 고정된 형태를 바꾸었다. 다이슨은 날개 없는 선풍기를 [다이슨 에어 멀티플라이어 dyso n air multiplier]라고 정했다. 좀 어렵다. 다이슨은 아쉽게도 제품은 잘 만들었지만, 제품에 맞는 이름은 만들지 못한 것 같다. 암튼 지금 시장에서는 다이슨 에어 멀티플라이어 대신 '다이슨 선풍기' 혹은 날개 없는 선풍기로 판매되고 있다.


역대급 여름이 오지만 코로나 2번째 여름도 시작됐다. 이번 여름에도 해외여행은 꿈도 꾸지 못한다. 물 반  사람 반이었던 워터 파크는 생각도 못 한다. 혹시라도 우리나라에 변형 코로나가 생겨서 인도처럼 안구 척출을 해야 하는 곰팡이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나오면 시장은 끝장날 것이다. 그런데도 기업은 혁신해야만 한다. 프로펠러 없는 선풍기처럼 이제 사람이 모이지 않는 시장과 상품이 필요한 시기다.




세상의 혁신은 질문으로 시작하고, 그에 대한 대답으로 다가온다.


"자동차에 휘발유가 필요할까?"
"꼭 사람이 운전해야 할까?"
"꼭 지구에서만 살아야 할까?"
"해외여행에서는 꼭 호텔만
이용해야 할까?"
"꼭 택시를 타야만 할까?"
"은행이 꼭 필요한가?"
그리고 위험한 질문이겠지만,
"옷을 사는데 꼭 백화점이나 매장을 가야 하나?"


이런 질문이 위험한 것은 '아니요'라는 대답이 나올 때다. 기존의 시장을 재정의하면서 지금까지의 질서와 기준을 뒤집거나 사라지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위험한 질문을 누가 했는지 그리고 이 질문을 통해 그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는지도 알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현재 '아니오'라고 말한 그들이 상상했던 미래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뉴턴과 아인슈타인은 "떨어지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처럼 당연한 것을 의심하면서 우주의 법칙을 발견했다. 시장도 당연한 것을 의심하면서 기술로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꼭 지구에서 살아야만 하나?"라는 질문을 하는 일론 머스크에게 TED 컨퍼런스에서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은 자신만의 독특한 비법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일론 머스크는 이 질문에 자신이 어떻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대답했다.


"저는 물리학적 접근법(the physics approach)으로 생각합니다. 물질의 근본까지 파고들고 그 본질에서 다시 생각하죠. 살아가면서 우리는 삶의 대부분에서 뭔가를 유추합니다. 이 방식은 기본적으로 기존의 생각을 조금씩 변형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하려면 물리학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물리학은 새로운 것을 어떻게 발견할지 생각하는 학문으로 직관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제임스 다이슨도 이 방법을 사용했다. 그는 선풍기의 본질을 프로펠러가 아는 '바람'으로 봤다.


일론 머스크가 만든 것처럼 생각하는 전기차는 1837년 영국의 화학자인 로버트 데이비슨(Robert Davidson)이 처음 만들었던 오래된 미래였다.


19세기 말에 미국에 등록된 전기차 수는 3만 대 이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전기차는 휘발유차보다 가격이 비쌌고 주행속도와 거리 효율이 떨어졌다. 결국 자동차 시장은 휘발유차가 장악하게 됐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으로 일론 머스크는 골프장을 돌아다녔던 전기차를 스포츠카 반열로 끌어 올렸을 뿐 아니라 운송이라는 본질 외에 불필요한 모든 것을 제거함으로써 끝내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자동차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주변을 둘러보면 일론 머스크의 물리학적 접근법과 같은 혁신으로 재창조된 제품이 가까이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패션을 생각해보자. 패션의 본질이 무엇인가? 옷인가? 브랜드인가? 가성비인가? 트렌드인가? 소비자층, 상황 그리고 가격에 따라서 변하지만, 절대로 변하지 않은 옷의 본질이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답을 소비자가 공감하는 순간에 시장은 바뀐다. 하지만 이 질문의 대답을 하기도 전에 코로나가 세상을 바꾸는 중이다. 코로나는 시공간 왜곡 장을 일으키면서 우리가 알고 있던 세계가 아닌 다른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금 우리가 필요한 것은 미래 예측을 위한 선행전략이다.



◇ 미래시장 창조와 구축을 위한 선행 전략
선행(先行) 전략은 트렌드를 주도하고 민감하게 반응했던 패션과 뷰티에서 시작됐고, 지금은 기술의 진보로 인해서 IT분야가 주도하고 있다. 미래를 주도할 기술을 기반으로 선행 전략을 구축하려면 독창적인 발명이 필요하다. 시장 파괴적인 창의적인 발명을 위해 일론 머스크의 [물리학적 접근법]처럼 본질을 탐구하고, 분해한 뒤 새롭게 조합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미래의 관점을 이미 오래 전에 알려주고 작고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미래는 보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이다'고 말했다. 100년 전에 태어난 생리학자 센트죄르지 얼베르트(Szent-Gy?rgyi Albert)는 미래를 찾는 법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발견은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을 보고 누구도 생각지 못한 것을 생각하는 일이다.'


미래의 관점으로 일론 머스크는 19세기에 이미 존재했던 전기차를 상용화했다. 그들은 모두 과거에 존재한 오래된 미래를 발견했다. 그들에게 미래는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었다.


필립 코틀러는 오래된 미래와 다가올 미래에 관한 마케팅 관점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marketing이라는 단어를 mar ket-ing으로 써야 한다고 믿어왔다. 이렇게 써야만 마케팅이 끊임없이 변하는 시장을 상대하는 것임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최첨단 마케팅을 이해하기 위해선 최근 몇 년 동안 시장이 어떻게 진화되어 왔는지를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는 미래시장은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기업이 선행전략을 통해서 mar ket-ing을 하려는 궁극의 목적은 미래를 움직이는 전략 규칙이나 패턴을 읽고 미래시장의 주도권을 획득하는 것이다. 주도권을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한다면 독점이다.


기업이 자신만의 철학과 가치로 미래시장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미래라는 시간을 독점하게 된다. 그래서 선행 기획자들은 마켓쉐어에 관심을 두기보다 미래 가치와 의식의 변화에 집중해 앞으로 바뀌게 될 인간의 행동을 상상한다. 이런 선행전략을 통해 미래의 시간과 행동을 독점하도록 주도하는 것이 바로 선행 기술이다. 이를 다른 말로 '디지털'이다.



◇ 미래를 여는 패러다임 공식=질문 만들기 
지구의 자전과 공전은 태양의 중력 때문인 것처럼, 시장도 유통채널의 중력에 의해서 브랜드가 움직인다. 백화점으로 시작해 한때 홈쇼핑이 반짝했다. 하지만 바로 인터넷 쇼핑 시대로 들어갔고 지금은 수많은 유통채널로 인해서 빅뱅을 맞이했다. 시장은 그렇게 확장되고 있다. 이때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블랙홀이 등장했다. 시장이라는 중력을 코로나가 붕괴시킨 것이다. 이제부터 필요한 능력은 예측, 예감 그리고 예언이다.


막연하게 그럴 것 같다는 상상은 하지 말고 질문을 만들어 보자. 백 캐스팅은 질문에서 시작한다. 만약에 2025년 시간 여행자를 만나면 어떤 질문을 하고 싶은가?


"2025년에는 패션 시장은 어떤 유통이 장악하고 있나요?"
"2025년에는 어떤 옷이 유행인가요?"
"2025년의 패션 시장은 어떻게 변했습니까?"


당장 미래의 매출과 브랜드 방향을 정하기 위한 실제적인 질문이지만 점집에서도 하는 질문 같다.


아인슈타인은 "이미 공식화된 문제는 기술적 능력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공식화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생각을 빌려 말하자면, 이미 공식화된(상상할 수 있는) '미래'는 기술적 능력만 있으면 구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미래를 공식화(상상)하는 것이다.


공식(公 드러날 공, 式 법 식)을 한자를 통해 뜻을 파악하자면 숨겨진 법칙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포뮬러(Formula)의 어원 구조도 form(모양) + ule(작은)로 구성되어 있다. 즉, 공식(Formula)의 의미는 지극히 작아 숨겨진 만물의 법칙이라고 말할 수 있다. 대부분 사람이 알고 있는 E=mc2, f=ma와 같은 물리학 공식을 한자로 해석한다면 거대한 자연 질서의 내부 구조와 실체이고, 영어의 의미로는 거대한 본체를 보여주는 본질의 최소 단위라는 의미이다.


미래와 미래 상품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의 핵심은 빅데이터 수집과 정리가 아니라 욕구, 가치, 환경 그리고 기술을 하나로 보는 것이다. 이것이 미래 공식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방대한 데이터로 공식을 만들 수 있을까? 이를 위해 또 다른 천재 물리학자인 리처드 파인먼(Richard Feynman)의 조언을 들어보자.


"현상은 복잡하다. 법칙은 단순하다. 버릴 게 무엇인지 알아내라."


일론 머스크가 말한 자신의 물리학적 접근법을 다시 기억해보자. 그의 방식은 본질까지 내려가서 다시 조합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이해가 된다면 다음 스텝으로는 어떻게 하면 수많은 미래 자료 중에서 본질에 이를 수 있는 자료를 정리하는지 궁금해질 것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우리가 스스로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다.




<인에비터블 미래의 정체, The inevitable>의 저자 케빈 켈리(Kevin Kelly)는 미래의 패러다임 구축을 위한 [좋은 질문]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좋은 질문은 아인슈타인이 어릴 때 자문했던 것과 비슷하다. '빛의 속도로 여행한다면 무엇을 보게 될까?' 그 질문은 상대성 이론, 즉 E = MC2, 원자 시대를 낳았다."
좋은 질문은 정답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질문은 즉시 답할 수 없는 것이다.
좋은 질문은 기존 답에 도전한다.
좋은 질문은 일단 들으면 답을 알고 싶어 못 견디지만, 듣기 전까지는 아예 생각도 못한 것이다.
좋은 질문은 새로운 사고 영역을 낳는다.
좋은 질문은 자신의 답을 재구성한다.
좋은 질문은 과학, 기술, 예술, 정치, 경제 혁신의 씨앗이 된다.
좋은 질문은 '만약~ 이라면' 시나리오다.
좋은 질문은 예측할 수 없다.
좋은 질문은 교양 있음을 보여주는 표지가 될 것이다.
좋은 질문은 다른 많은 좋은 질문을 낳는 것이다.
좋은 질문은 기계가 마지막으로 배우는 것이 될 수 있다.
좋은 질문은 인간의 존재 의미를 묻는 것이다.
좋은 질문은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의 가장자리에 걸쳐 있는 어리석지도 명백하지도 않은 것이다.
* 출처 : <인에비터블 미래의 정체, The inevitable>


12개의 좋은 질문 중에 '좋은 질문은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의 가장 자리에 걸쳐 있는 어리석지도 명백하지도 않은 것이다'는 미래학자인 조엘 바커가 '새로운 패러다임은 대부분 가장자리에서 온다'라고 말한 의미와 맞닿아 있다.
뜬금없지만, 백캐스팅 질문을 해보자.


코로나 이후 혹은 변형 코로나 세계에도 백화점이 과연 존재할까? 참고로 인터넷 전자 상거래가 시작되었던 2000년도에는 예상 인터넷 비지니스 군에서 패션은 10위 안에도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하자. 20년 만에 오프라인 매장의 종말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주 오래전(기억도 나지 않는다)에는 백화점 브랜드라는 개념은 좋은 상품이라는 의미였다. 지금도 연령대별로 흔적 기억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플랫폼이 가성비와 이벤트를 앞세워서 백화점의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롯데, 신세계, 현대처럼 가지고 가다가 기술의 발전으로 백화점과 비슷한 결과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백화점과 온라인 플랫폼이 사라지더라도 무엇만 남아 있을까? 본질만 남을 것이다.


만약에 2025년에 온 시간 여행자를 만나면 나는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


"2025년에도 변한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요?"


아마 그는 브랜드만 존재할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왜냐하면 2000년부터 2021년까지 이것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장의 본질이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권민 객원 에디터 unitasbran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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