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P, 디지털 커머스 통합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2021-01-25 김해근 브래키츠 대표  hg.kim@brackets.solutions

<김해근의 패션기업 디지털 성장 전략 1>

‘기획 - 생산 - 마케팅’ 전사 밸류체인의 디지털화 절실



'패션'만큼 변화와 부침이 심한 업종이 또 있을까. 여기에 모든 것이 급변하는 디지털 전환기라는 시대적 특성까지 더해져 많은 브랜드가 부상하고 한편에서는 소비자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이런 환경을 돌파하기 위해 패션기업 경영진들은 오늘도 기업과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


"연매출 100억원대 규모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프로세스를 다듬고, 1000억원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조직을 다듬고, 조 단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와 리스크를 관리하라"는 말이 있다. 업종과 기업 특성에 따라 경영 환경이 다를 진데 이런 격언이 모두에게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시사하는 바는 있다. 바로 관리(Management)의 중요성이다. 그리고 기업 규모에 걸맞는 관리 역량의 필요성이다. 특히 급성장하는 기업일수록 관리 역량이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정체되는 사례가 많으니 새겨 볼만 하다.





경영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ERP(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이 필수다. 하지만 패션업계에서는 ERP가 일을 어렵게 만드는 시스템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은 그룹사 정책에 따라 외국의 비싼 ERP를 도입해 별로 재미를 못 봤던 경험도 있겠고, 기존 ERP가 패션 비즈니스의 빠른 변화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했기 때문일수도 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니 단순히 오해라고 무시할 일은 아니다.


요즘과 같은 디지털 시대, 패션기업 ERP는 어때야 할까?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디지털 커머스 통합 플랫폼'이 돼야 한다. '기획-생산-물류-마케팅-판매'에 이르는 전사 밸류체인에서 디지털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온라인, 오프라인의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글로벌마켓 진출 수요가 늘고 있다. 이런 시점에 과거의 판매재고관리용 ERP로 다음 단계 성장을 꿈꾼다는 것은 허황될 수밖에 없다.


데이터에 기반한 기획, 효율적인 생산-물류 흐름 관리, 시장 현황에 대한 가시화와 직군을 넘어선 협업을 지원하는 내부 플랫폼을 갖추지 못한다면 지속 성장을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면 '디지털 커머스 통합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할 디지털 시대 패션 ERP는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할까? 디지털 시대, 패션기업 ERP가 반드시 갖춰야 할 핵심 요소를 정리해 보았다.


◇ 마케팅 퍼포먼스 분석
회사 성장에 따라 마케팅 비용은 증가한다. 그 중에서도 디지털 마케팅 비용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그런데 과연 우리 회사는 효과적으로 마케팅 예산을 집행하고 있을까? 이것은 단순히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 전략이 유효하게 집행되고 있느냐의 문제다.


디지털 광고의 성과 분석은 물론이고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대해 그 성과를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는가? 수 백, 수 천명의 인플루언서 풀(Pool)을 관리하고 시즌 마케팅 계획에 따라 체계적으로 '포스팅-결과 수집-성과 분석'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활용하는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의 격차는 자명할 수밖에 없다.


◇ 기획-생산 관리와 원가관리 수준
기획-디자인-발주에 이르는 프로세스는 패션 기업의 핵심 프로세스다. 하지만 대부분의 ERP는 이 프로세스를 제대로 담고 있지 못하고 있다. MD-디자이너-생산(소싱)팀의 적극적인 협업, 체계적인 일정관리, 스타일별 원가관리가 요구된다. 이 프로세스가 시즌 단위로 반복되며 매시즌 성과를 좌우한다. 메이저 브랜드에서도 이를 시스템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원가 관리 측면에서는 성과도 있었다. 이제 추가로 투자해야 할 부분은 기획을 지원할 데이터, 유연한 협업 체계다. 특히 협업 체계 구현에 있어 디자이너 직종에 대한 배려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디자이너 변화관리 실패로 투자 효과를 얻지 못한 사례가 많다.


◇ 실시간 이커머스와 물류
최근 성장하는 브랜드는 대부분 이커머스로 성장하고 있다. 이런 브랜드라면 이커머스와 물류에 관한한 어느 수준 이상일 것이다. 그렇다고 더 이상 혁신이 필요없을까? 제휴몰 비중이 커지고 생산과 물류를 아웃소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패션 비즈니스에서 외부 파트너와의 연계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 외부 파트너도 진화하고 있고 이런 변화에 ERP시스템이 유연하고 속도감 있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제휴몰 연동 서비스를 통하지 않고 ERP가 제휴몰과 직접 연계할 수는 없는가. 물류 확장이나 이전이 필요하다는 경영진 의사결정 후에 며칠만에 실행에 옮길 수 있는가. 제휴몰·물류업체를 포함한 이커머스 외부 파트너들은 다양한 API를 제공하며 생태계를 진화시키고 있다. 우리 ERP는 그 생태계에 참여할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지 점검해 볼 일이다.


◇ 글로벌 SCM
K-패션의 부상과 함께 해외 진출을 단기 목표로 제시하는 브랜드가 늘고 있다. 소규모 직진출이라면 수출 프로세스 도입 정도로 가능하겠지만 글로벌 판매망이 늘어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재 사용중인 ERP는 국내 B2C 유통에 최적화되어 있어 B2B 기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B2B는 B2C보다 간단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B2C에는 없는 오더관리라는 개념이 필요하고 납기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생산-물류-재고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다국가간 공급망 관리가 필요하므로 복잡도가 크게 증가한다. 국내 패션 ERP 솔루션들은 이런 요구를 해결해 주지 못하고 있다. 먼저 진출한 타사 사례를 참조하고 글로벌 솔루션, 진출하는 국가의 로컬 솔루션 등 폭을 넓혀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 김해근 대표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글로벌 컨설팅, 특히 IT 부문에서 명성이 높은 액센추어에서 13년간 근무하며 ICT를 통한 기업 성장을 관여했다. 이후 글로벌 전략에 특화된 EY한영 시니어 매니저를 거쳐 F&F에서 디지털 전략팀장으로 근무하며 패션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직접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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